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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Oct 13. 2024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

성폭력범이 된 아들(일곱 번째 이야기)

아이와 나란히 누웠다.

아이 입을 통해 그날 있었던 일을 듣고 싶었다.

(푸른 아우성에서 했던 상담 내용을 모른척하고 있는 상태였다)

상담 시에 했던 이야기를 아이 입으로 직접 듣고 엄마에게 그동안 왜 이야기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었다.

"곧 준법지원센터라고 판사님께 가기 전에 우리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실 분이 계시대.

판사님은 바쁘셔서 우리 이야길 잘 못 들어준다고 하니 그분한테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해.

혹시 엄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

그날에 대해?"

"..."

"괜찮아.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 봐. 그래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지"

"..."

아이는 한참을 말하지 못했고, 나는 괜찮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엄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없어?"

"그때... 그게..."

옆으로 돌아본 아이 얼굴은 공포가 가득 묻어 있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갑자기 들어 올리더니...

"손이 갑자기 차가워졌어요. 그리고 온몸이 차가워졌어요. 손에서 차가운 땀도 났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귀신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변기 위에 올라가서 그 사람을 봤어요. 머리를 보고는 내려왔어요. 그랬는데 조금 뒤 그 사람이 제가 있는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나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갔어요"

"그간 왜 엄마한테 말 못 했던 거야? 엄마랑 아빠한테는 진작 이야기해 줄 수 있었잖아."

"내 말을 믿어 줄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랬구나... 다음에는 엄마 아빠에게 먼저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널 도울 수 있으니깐...."

"네"

"얼른 자자"

입을 열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고 아직도 공포에 가득한 얼굴을 보니... 그간 아이가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얼마 뒤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신청했다.

학교에선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담임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에서는 이 사건에 관한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하나 정말 의논하는 것이 맞을까 수백 번 고민을 했다.

선생님이 이 사건을 알면 괜히 아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어떻게 하지...

그렇지만 선생님과 나는 한 팀이 되어야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확한 아이의 상황을 알리고, 알 필요가 있기에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기로 결심을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들으신 선생님은...

"아이고... 이를 어째요...

어머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지요. 키만 컸지...

저한테도 귀신 이야길 묻긴 했었어요.

친구들이 한참 홍콩할매 귀신 이야기할 때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냥 이야기하고 말았는데, 저한테 와서 홍콩할매 귀신을 아느냐, 언제 알았느냐, 책 보면 나오느냐, 도서관에 가면 빌릴 수 있느냐 그런 걸 꼬치꼬치 캐묻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그냥 옛날이야기이고, 실제로는 없는 거라고 이야기해 줬었어요.

아이가 키만 컸지 아직 아기 같은데...

학교에서는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신체활동도 많은 편이고, 밥도 잘 먹고 그래요."

그 외에 학업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내게 홍콩할매 귀신에 대해 물었던 날 학교에서 그런 질문을 동일하게 선생님께도 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왜 이렇게 귀신에 집착을 했을까...

이제 입증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학교 선생님께 관련 내용 증명을 받아야 하나... 학교 도서관 대출 내역을 뽑아야 하나...

과연 그런 것들로 입증이 될까...

여러 가지 고민이 가득했다.

그리곤 준법지원센터 가는 날이 차츰 다가왔다.

준법지원센터 조사관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자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 오고, 학교생활기록부 상세내역본을 챙겨 오라고 했었다.

지난번 법률구조공단에 갈 때 챙겼던 서류에서 조금 더 추가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처음 가본 준법지원센터. (보호관찰소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아이도 긴장을 했는지 계속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고, 나도 엄청 긴장돼서 손바닥에서 땀이 마르질 않았다.

약속한 사무실로 가서 조사관이 서류를 제출하라는데... 아뿔싸...

학교생활기록부가 빠져있다. 확인한다고 몇 번을 확인했는데...

남편에게 다시 집으로 가서 가져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이는 조사관과 함께 취조실 같은 방으로 들어갔고, 나만 덩그러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뒤쪽으로 다른 직원들의 전화상담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것 외엔 너무 조용해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홀로 낯선 공간에 앉아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나 싶은 마음에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아이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기도 했지만 어떤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부디 사실만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들이 아이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긴 시간 이야기를 하고 나온 아이의 표정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다음은 부모인 우리 차례.

긴장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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