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 sehe 이희재 Jan 14. 2024

세계관: 독단에서 첨단으로


※본 글은 MAGAZINE NERD 10호 <첨단(尖端)>에 기고했습니다. 


Disclaimer

  이 글은 세계관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온 과정을 회고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록에 불과하다.


#0 모빌_a little universe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어렸을 때의 첫 번째 기억이 뭐냐고 묻는다면 여지없이 ‘모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검은색과 흰색이 교차로 섞인 체커보드 무늬에 해, 달, 별, 사람 모양의 인형이 달린 전형적인 신생아 모빌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그때가 실제로 기억나는 것인지, 아니면 어릴 적 사진을 보고 그때를 기억한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내가 그 모빌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온종일 천장에 달린 모빌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은 생각하는 게 가능했을까? 지금 와서 추측해 보자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면서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라고 나를 과대평가해 본다.



#1 게임 그리고 영화_verisimilitude

  초등학생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동물의 숲 그리고 영화.

  초등학생 때, 5년 동안 사촌 언니네 가족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붙어살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 사촌 언니 집에는 한 벽면을 꽉 채우는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가 있었는데 영상감독 출신이셨던 이모부께서는 내가 놀러 올 때마다 영화를 틀어주시곤 했다. 유명 감독이 고심 끝에 고른 걸작선처럼 이모부가 틀어주시던 영화들은 하나같이 초등생의 마음을 후볐다. 그렇게 고학년이 될 때까지 사촌 언니 집을 드나들며 영화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쌓아 나갔다.


  디즈니와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판타지 영화, 고전 SF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수많은 가능 세계들을 엿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그려 나갔다. 오색찬란한 영화 속 세계 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동물의 숲 극장판(2006)>의 세계관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접어들 무렵, 닌텐도DS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였다. 나름 트렌드 세터였던 나는 일찍이 닌텐도DS를 선물 받았지만 여러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는 R4 칩 같은 고가의 게임팩까지 소유하기에는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딱 하나의 닌텐도 칩만 사 주셨는데 그 칩이 바로 ‘놀러 오세요 동물의 숲’이었다.


  남들이 여러 게임을 할 때 동물의 숲 하나만 팠던 나는 소위 말하는 놀동숲 ‘과몰입러’가 되었다.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 생활이라 생각할 정도로 몰입했다. 게임상으로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나 세세하게 알 수 없는 사건은 나름의 상상을 통해 메웠다. 실제로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되어 동물 친구들과 대화하고 게임 속에서는 가보지 못한 강물을 횡단하거나 지붕 위를 올라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런 과몰입 현상은 <동물의 숲 극장판(2006)>을 보고 난 뒤에 더 심해졌다. 


  <동물의 숲 극장판>은 주인공 아이(호리에 유이 분)가 택시를 타고 동물의 마을에 이사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이는 너굴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물의 마을 주민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실 서사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엔딩이 어땠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잔잔하게 깔리는 BGM 아래 애정하는 게임 속 세상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마주하는 경험이 무척이나 설렜던 것은 분명하다. 나무를 흔들어 떨어지는 체리를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K.K. 보사노바-아직도 내 애창곡 중 하나-를 듣는 주인공 아이의 소소한 일상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동물의 숲 세계가 진짜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 속에 살았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 같아서 벅찬 감정까지 들었다.


  영화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플롯 안에 담아냄으로써 동물의 숲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눈을 반짝일만한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게임 설계상 불가피한 자유도의 한계 때문에 상상으로밖에 다가가지 못했던 공간이나 지점들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체험할 수 있던 점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특히 내가 상상하고 짐작했던 지점이 영화 속에서 유사하게 그려졌을 때 확인받는 기분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 기억을 회고하면서 <동물의 숲 극장판>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상상의 세계를 눈앞에서 맛본 동심 어린 신남 정도로만 치부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세계관이 ‘핍진성(verisimilitude)’을 확보하는 과정을 인식했던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연성은 인과적으로 사건이 일어날 법할 때 획득된다면 핍진성은 특정 세계관에서 충분히 가능한, 즉 있음 직한 방식으로 행동이 이루어질 때 확보된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건 개연성 있는 일이 아니라 핍진성 있는 행동이다. 영화는 있음 직한 행동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세계관을 더욱 진짜처럼 만든다. 영화는 상상의 영역이었던 미지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의 형태로 시각화하고, 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계관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살아나고 사람들은 세계관의 특질과 정서를 이해하는 원주민이 된다.  세계관은 핍진성이 높아졌을 때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핍진성이 높은 세계관은 사람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잘 짜인 서사만큼 관객들을 매료한다. 마치 <동물의 숲 극장판>의 결말이 궁금하기보다 동물 NPC를 더 만나고 싶어 하는 나처럼,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의 엔딩을 궁금해하기보다 사이버펑크 세계관 안에서 도시락을 먹어보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 생겨나듯이 말이다. 



#2 K-POP 아이돌_unfinished 

  중학생이 되고 사촌 언니네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옮겨졌다. 이때 또다시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K-POP 아이돌의 세계관이었다. 


  내 초등학생 시절은 이른바 ‘원카소’-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2세대 아이돌의 전성기였다. 공중파 3사의 음악방송을 물론 케이블 채널의 음악방송까지 매주 본방 사수를 하던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을 보낸 후 중학생이 된 나는 처음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유튜브로 3세대 아이돌들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음악 방송이나 예능 클립부터 안무 영상, 보이는 라디오 녹화본까지 쏟아져 나오는 영상 중에서 가장 여운을 남겼던 것은 무드 샘플러와 아트 필름,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앨범 프로모션 기획들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에프엑스의 광팬이었던 나는 에프엑스의 정규 2집 “Pink Tape” 아트 필름을 계기로 민희진 아트 디렉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굉장하다고 느꼈던 앨범 컨셉과 뮤직비디오들 대부분이 민희진 아트 디렉터의 손을 거친 것을 알고 그 후부터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콘텐츠들을 더 심도 있게 파기 시작했다. 


ⓒ SM엔터테인먼트

  민희진 아트디렉터의 작품들은 곱씹을수록 더 궁금해지는 세계관을 통해 팬들을 빨아들였다. 그중에서도 엑소의 정규 2집, “EXODUS” 티저 영상이었던 ‘Pathcode’는 가장 세련된 방식의 K-POP 아이돌 세계관 필름이자 컴백 프로모션 기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athcode는 엑소의 엑소 플래닛 초능력자 세계관 설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상징과 메타포, 그리고 미장센을 통해 은근하게 암시한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 불타는 숲,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를 접사 촬영해 엔딩 숏으로 활용함으로써 물, 불, 바람 등을 다스리는 멤버들의 초능력을 담백하게 연출하였다.-영상이 공개된 당시 공감성 수치나 항마력 부족 현상 없이 감상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또한 10개의 구슬을 통해 멤버 탈퇴 후 10인 체제가 된 엑소의 현 상황을, 미로 속을 헤매는 몽타주 숏과 반복되는 월식 쇼트를 통해 세계관 속 문제 상황을 암시했다. 완결된 서사도, 초능력을 명시하는 내레이션도, 세계관 설정을 해설하는 소속사의 확언도 없었지만, 필름을 보고 프로모션에 참여한 엑소엘-엑소의 팬덤 명-들은 ‘Pathcode’의 모든 연출이 세계관을 향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위 말하는 ‘떡밥’으로 가득 차 있는 Pathcode를 티저 영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인터랙티브 프로모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엑소엘은 영상 속에 등장하는 ‘떡밥’들과 멤버들의 SNS에 올라오는 단서들을 재구성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수께끼를 풀어야 티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팬들은 Pathcode와 SNS 콘텐츠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고 엑소 세계관을 해석하는 글을 작성해 공유하면서 대동단결하였다. 팬들의 참여로 엑소의 세계관은 고도화되었고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공통의 팬덤 정서가 생겨 엑소와 엑소엘 사이의 유대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생 시절 열광했던 K-POP 아이돌들의 세계관은 항상 팬들이 해석하고 참여할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세계관은 언제나 미완성의 상태였고 그 세계를 지지하는 팬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폐쇄적이고 선형적인 스토리가 아닌,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잠재태로써의 미장센과 감성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으로 팬들의 다채로운 반응을 포용했다. 아이돌 세계관은 아티스트의 메시지 전달 매체이자, 팬들과 아티스트 사이의 소통 채널로 작용하였다.



#3 MCU_프랜차이즈 세계관의 OSMU

  

ⓒ The Walt Disney Company

  Phase 3까지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매우 흥미로웠다. 고등학생 때부터 24살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축적된 MCU 영화와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프랜차이즈 세계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유의 유머 포인트에 정이 들었다. 한 영화에서 다른 히어로가 언급되거나 여러 히어로들이 하나의 영화에 출연하는 형태의 만남은 세계관 자체를 즐겼던 나에게 생경함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처음 MCU의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접했을 때는 마치 “텔레토비가 사실은 뽀로로 친구였다”와 같은 생뚱맞은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개봉하는 MCU 영화들을 보면서 서서히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만남이 자아내는 생경함을 즐기게 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하나의 세계관을 여러 콘텐츠에서 공유함으로써 IP의 확장과 세계관의 핍진성을 확보하였다. 콘텐츠의 다양화, 즉 멀티유스(Multi Use)를 통해 세계관의 층위를 확장하고, 동시에 여러 콘텐츠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원소스(One Source)로서의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든 것이다. Phase 4까지 전개된 MCU-아직 최근 영화 팔로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의 OSMU(One Source Multi Use)가 여러 히어로의 팬들을 하나로 응집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멀티유스(세계관의 비대화)에 속아 원소스(각 히어로들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4 유튜브 개그 콘텐츠_팬덤과 서브컬처

  꾸준한 인기로 10주년을 맞이한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10에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가 출연했다. 임플란티드 키드는 본인을 힙합 레이블 영칠린더호미의 수장이자 음악이라는 꿈을 위해 피자집에서 도우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한다. 진중한 태도로 서바이벌에 임하는 임플란티드 키드와는 다르게 다른 출연자들은 그가 가짜, 기믹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2차 예선에 올라간 그에게 이제는 심사위원이 질문한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나오는 한사랑산악회 김영남 회장과 많이 닮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다소 난감한 질문에 임플란티드 키드는 쿨하게 김영남 회장이 자신의 큰아버지라고 밝힌다. 담담하게 대답하는 임플란티드 키드의 모습을 보면서 심사위원 개코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게 또 ‘세계관’이 연결되는구나?”


ⓒ 피식대학

  그렇다. 사실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와 한사랑산악회 김영남은 동일 인물이다. 그의 본명은 김민수이고 그는 피식대학이라는 유튜브 코미디 채널을 운영 중인 개그맨이다. 그는 콘텐츠 안에서 산악회 회원들과 한방능이백숙을 먹는 50대 자영업자 김영남이 되기도 하고, 허스키한 보이스로 누나에게 군대 기다려달라고 랩을 하는 24살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가 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생성되고 연장되며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확장되는, 영남 회장과 임플란티드 키드가 살아 숨 쉬는 그 세계가 바로 ‘세계관’이다.


  국가에 영토, 주권과 함께 국민이 있어야 하듯이 세계관에도 원주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피식대학을 비롯한 유튜브 콘텐츠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관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을 모으고 있다. 개그우먼 강유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이 일례가 될 수 있다. 해당 채널은 일명 ‘유미버스(yumiverse)’라는 키워드로 굉장히 유명하다. 유미버스는 개그우먼 강유미와 세계관을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한 용어로 강유미의 유튜브 콘텐츠들이 잘 짜인 MCU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에 놀란 구독자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에 올라오는 주된 영상 콘텐츠는 asmr 롤플레잉 콘텐츠이다. 이는 개그우먼 강유미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되어서 진행하는 일종의 역할극으로 강유미의 뛰어난 관찰력과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이는 콘텐츠이다. 강유미는 개성 넘치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만난 것처럼 익숙한 부캐, 멀티 페르소나를 영상마다 등장시켜 ‘현실 고증 전문가’, ‘디지털 인류학자’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강유미는 다양한 캐릭터를 기획하고 연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설계하여 그들이 사는 가상의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톱스타 강민 캐릭터와 유명 여배우 강유미 캐릭터가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캐릭터들을 ‘유미버스’라는 하나의 세계 안으로 통합시켰다.


  유미버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구독자와 댓글의 역할도 매우 컸다. 강유미의 asmr 콘텐츠를 즐겨보는 구독자들은 처음에는 댓글을 통해 영상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다가 구독자들은 댓글 창을 통해 보고 싶은 캐릭터를 요청하기 시작했고 이를 확인한 강유미는 구독자들이 요청한 캐릭터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였다. 창작자와 구독자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구독자들은 영상 속 캐릭터를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급기야 구독자들은 미용실 원장 캐릭터 영상에는 미용실 이용 후기 댓글을, 결혼식 하객 알바 캐릭터 영상에는 결혼식 신부 입장에서 작성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구독자들의 이러한 참여는 유미버스 세계관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고 강유미의 asmr 콘텐츠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5 독단에서 첨단으로_the Universe

  세계관은 한 사람의 독단(獨斷)에서 시작된다.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세계가 어떤 식으로든-소설이나 게임, 웹툰, 영화와 같은 형태로-상상 밖으로 나오면 그 세계가 좋아서 모인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지의 세계가 된다. 세계의 모습과 주민들, 세계를 지배하는 정서가 뚜렷해질수록 세계를 규정짓는 구획은 분명해지고 그 세계는 진짜가 된다. 진짜가 된 세계는 그 세계를 지지하는 주민들에 의해 영토 확장과 국권 강화를 이룬다. 독단에서 태어난 미지의 세계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고 지지하는 서브컬처가 되는 것이다. 독단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퀀텀 점프를 시도하는 ‘세계관’. 이 세계관을 첨단(尖端)이 아닌 무슨 말로 칭할 수 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1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