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의 영화편애 Jul 23. 2023

<인어공주>와 디즈니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박명호의 영화편애

개봉과 함께 화제가 되고있는 <인어공주>

긍정적인 화제보다는 부정적인 화제성이 커 보인다. 바로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의 비전에 따라 인어공주가 흑인 배우로 캐스팅 되었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영화리뷰를 보면 "이 영화가 나의 추억을 망쳤다"라는 의견도 있고, 그저 원초적으로 "안예쁘다"라고 비난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또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이 모든 것이 디즈니의 상업주의"이고, "이런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백인들이 스스로 윤리적 우월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전략이라고 숨은 의도를 비판한다.(5월 26일 매불쇼, 시네마지옥 방송 중에서)

이런 논쟁 때문인지, 네이버 인어공주 소개 페이지에서는 아예 주연배우 얼굴 스틸 사진이 없기도 하다. 




영화는 생각보다 나에게는 좋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동화책 속에 나오는 공주에 대한 아무런 환상도 없이 자란 입장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때 부담감 없이 편하게 보았다. 바다 속에서 그 유명한 <언더더 씨>가 뮤지컬 처럼 펼쳐지는 장면이나, 공주가 바다 바깥의 삶을 꿈꾸며 노래하는 장면은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전문 배우가 아니라, 어색한 면도 있었으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기에 감정표현은 잘 하였고, 그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달되었다. 오히려 왕자 배우가 너무 밋밋하게 연기를 하였고,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어공주>는 많은 모험하는 이야기의 원형적인 스토리이기에 스토리텔링 연구자로써 더 좋게 본 측면도 있기도 하지만 시각효과와 음악, 그리고 원형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는 스토리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인어공주>가 디즈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너무 크다보니 이전 다른 영화에서도 보여주었던 균형있는 인종들의 배치를 시도했던 <이터널스>나 <샹치>보다 파장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이것은 동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낯설게 느껴진 듯 하다. 

물론 그런 점도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 부분은 연출적인 미스였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인물이 나오는 장면이 지나치게 다큐처럼 생생하게 그려짐으로써 어색한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화면의 질감 선택에 있어서 실패일 수 있을 것이다. 인어공주 뿐 아니라,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오는 장면 역시도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이 이렇게 큰 논란이 되기에는 과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혹여나 라이너의 주장처럼 디즈니의 상업주의 전략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외모를 가진 공주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외모 지상주의로 흘러가는 우리 시대에 브레이크를 거는 좋은 지향으로 느껴진다. 영화 후반부에 마녀가 변신한 공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공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전복시키는 지점이라 흥미로웠다. 마녀가 변신한 공주는 그야말로 누구나 예쁘다고 느낄 수 있는 미인인데, 욕망이 가득한 추악한 표정을 짓고 마법을 부린다.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가 '스테레오 타입'이다. 드라마에서 인물을 그릴 때 너무 전형성에 머무른다는 것인데, 인어공주는 그 두 공주의 모습을 전형성에서 벗어나게 그린다. 전혀 반대의 이미지로 그려냄으로써 동화 속의 공주를 꿈꾸었던 많은 사람들이 인지적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인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느꼈을지라도 그것이 나쁜 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반대론자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지, 왜 기존의 동화를 이렇게 망치냐고 반론을 제기하는데, 그 부분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부분이다. 

나의 생각은 미디어 속의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전형화되었고, 평범한 공주의 모습을 그린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고 느껴진다. 

사실 다 큰 어른들이 이 영화를 비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보이고, 이 영화가 타겟팅한 아이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언론에서는 몇 명이 울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소수의 사례일 것이고, 내가 간 극장에서는 모두 재미있게 보더라. 수업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싶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공주의 전형성을 벗어나고자하는 시도에 비해 서사가 약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현대적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면 서사적인 면에서도 더 보완을 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와야 지금과 같은 비판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낮으면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모아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완성도도 높고 서사도 풍요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종의 다양성을 배치함에 있어서도 너무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부분이 좀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 과거에 <이터널스>에서도 히어로들이 1열로 반듯하게 서서 인종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비슷하게 나오는데 좀 유치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은근슬쩍 배치하는 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해석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인어공주 논란은 정답이 있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각자가 어떻게 느껴졌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그래도 유튜브 플랫폼 덕에 평론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의견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람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023년. 5월

작은숲미디어 교육 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봉준호감독, '기생충', 세계관과 미학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