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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의 영화편애 Oct 14. 2021

전세계가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우리사회의 메타포metaptor


지난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감독 황동혁 감독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과 같이 각본이 강한 감독이어서 그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의 장점이 잘 반영된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2시간 호흡을 다루는 영화감독이어서 그런지, 9부작 드라마라는 긴 호흡으로 갈 때에는 무언가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몇 장면들은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리듬이 좀 느리다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설계가 잘 되어있고, 인물의 설정이나 대사는 물론이고, 주제를 향해서 씬들이 진행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충분지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또 생각거리를 주는 드라마라 생각된다.



서바이벌이라고 하는 소재는 사실 인기에 있어서는 검증된 소재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음악 프로그램이 서바이벌로 진행되면서 언제나 큰 화제가 되고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포맷이다. 또 지금은 프로그램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서바이벌적인 풍경이 더 가끼이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런 서바이벌 게임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에서도 헝거게임이라고 하는 것이 비슷한 소재이기도 한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 영화에서는 제니퍼로렌스라고 하는 여성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트랜드적으로도 앞선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은 좀 더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다른 서바이벌 영화와 좀 더 차별성을 두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오히려 독창적인 결과물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1. 벼랑 끝에 선 사람들



456억의 상금이 걸려있는 서바이벌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다.


감당할 수 없는 빚때문에 지옥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어차피 현실이 더 지옥이기에 자발적으로 이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다.


주인공기훈은 자영업을 하다가 망하고 사채에까지 손을 대어서 완전히 삶이 무너진 인물이다. 하지만 잔혹한 서바이벌 현장에서는 가장 휴머니즘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동네친구 상우는 서울대까지 갖지만 투자를 잘못해서 빚덩이에 앉아 역시 서바이벌게임에 참가한다. 그는 기훈과 달리 좀 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대부분의 관객들인 이 기훈과 상우 두 인물 중 한명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고 드라마를 보게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외에도 탈북민, 외국인노동자, 술집여자, 가족으로 부터 버림받은 소녀, 뇌종양 걸린 노인 등 모두 벼량 끝에 놓여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런 잔혹한 서바이벌게임을 거부하지만, 현실에 아무 희망이 없기에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사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이런 절박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돈을 버는 사람은 더 많이 벌고 있지만, 또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은 투자에 실패하기도 하고, 장사가 망하고, 일자리를 잃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이런 상황 속에 놓이다보니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의 상황이 우리 사회와 맞닿아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인기 요인 중에 큰 요소라 생각된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에 참가하는 입장에 감정이입을 해서 드라마에 몰입해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게임을 주최하는 입장에서서 사람들이 살기위해 몸부림치고 생존 서바이벌을 하는 모습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감독 준비 시절 너무 힘들어서 이런 게임이 있다면 참가하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런 절박함이 이런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나 역시 창작 지망생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2. 순수와 폭력의 기이한 융합



이 드라마가 기이한 정서를 풍기는 이유는 순수함과 폭력성이 기이하게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어린시절에 즐기던 게임으로 서바이벌이 진행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마지막 오징어게임까지 총 6개의 게임이 진행된다.


대부분 우리가 한번 즘은 다 해보았던 게임이라 정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게임에서 실패할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총을 겨누고 살해하는 상황이 닥칠 때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서늘해지게 된다.



게임을 벌이는 세트장의 디자인이 일단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세트장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데 처벌은 너무 잔혹하니 큰 충격을 준다.


다 큰 성인들이 어린이 때 했던 게임을 하는 모습도 우스꽝스러운데, 게임에 실패한 사람들을 총으로 사살을 하니 어처구니 없고 아이러니한데 묘하게 빠져든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그 상황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영화의 전개는 우리가 꿈을 꾸는 방식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드라마는 긴 서사이지만, 긴 악몽과도 같은 꿈과 같다. 극 중 이 게임을 이끌어가는 리더 역시도 기훈에게 "긴 꿈을 꾸었다"라고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꿈과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삶의 모습의 메타포와 같기 때문에 그것이 그저 장난이 아닌, 진지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3. 법과 질서가 무너진 사회



드라마 속 서바이벌게임이 불편하고 잔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세계 안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게임 속 세상과 게임 밖 일상을 보여주는 데 게임 밖의 모습이 어찌보면 더 잔인한 풍경처럼 보인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 것이 두렵고, 또 돈 욕심도 점점 생기면서 폭력과 살인을 서슴치 않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스태프들 역시 그런 폭력의 현장을 그냥 내버려둔다. 약한 사람들은 그냥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그들의 암묵적인 룰인 것이다. 그런 설정은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던 더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기에 뜨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또 우리의 현실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벼랑 끝에 서게 되면 내면의 분노가 점점 커지게 되면서 광기도 커지고, 어떤 법과 질서를 무너진 동물의 왕국처럼 양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자나 노인과 같은 약자는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처럼 취급을 받는다. 그런 슬픈 현실을 드라마는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곳은 마치 영화 <설국열차>에서 보여주었던 꼬리칸의 풍경과도 같다. 영화에서 장면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그곳은 먹을 것이 없어지자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법과 윤리가 무너진 풍경을 들려준다.


<오징어게임>의 서바이벌 현장도 마찬가지다. 점점 생존의 위협이 커지고, 시스템의 돌봄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기본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했던 윤리마저 무너지고 자신이 살기위해 약자를 죽이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그런 가운데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것은 기훈이다. 그는 자신의 위험을 무릎쓰고 여자와 노인을 챙기고자 노력한다.

다같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을 챙기는 그의 행동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기 한다.




맺음말



한국콘텐츠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는 것이 기쁘면서도 그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불편하고 마음이 아리기도 하다.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웃음과 불안, 두려움, 불편함, 쾌감 등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것이 아마 <오징어 게임>의 매력이기도 하다.


점점 삶이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좀 가끔은 우리 사회가 무섭다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아슬아슬하게 삶을 견디어 나가고 있다보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고, 심리가 불안하고, 분노가 큰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심리학자들은 '착한사람 컴플렉스'라는 화두로 참고 살지 말라고 조언을 하였는데, 지금은 참고사는 사람이 거의 없고 다들 너무 분노를 표출하면서 살다보니 사회가 굉장히 삭막해졌다.

나는 사회가 이렇게 된데에는 심리학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그들의 책이 팔리면서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점점 더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불안한 사회 속에서 그래도 기꺼이 나보다 더 약한 사람을 돌보는 휴머니즘이 나에게, 우리의 주변에 더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을 더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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