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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 Apr 20. 2021

코로나 이후, 내 몸이 학습하고 있는 것

홈트가 노멀인 시대에 와버렸다

Image by Kari Shea from Pixabay

#1

코로나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한 학습시장은 아마 몸에 대한 것이 아닐까? 일단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배달음식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칼로리들로 살이 급격하게 쪘다. 누구를 만날 일이 없으므로 예쁜 옷과 멋드러진 핏이 필요없어졌고,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소파에 기대어 쪼그려 앉거나, 옆으로 누워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을 정도의 유연성과 지구력만 있으면 되었다. 누군가 내 몸을 보는 시선을 느끼며 수치심을 느끼거나, 바디라인에 과시욕구나 열정을 불태울 의미도 없어졌다. 몸은 물리적으로 가두어졌지만, 시선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달리 말해서 마구 불어나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사람들은 스스로도 주체를 못하고 마음껏 방만해지는 신체의 경영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과거에는 집을 나서서 찬바람을 맞으며 간식 생각을 떨칠 때도 있었지만 방구석 사계절이 너무도 따숩고 찬란해 몸에게 경고를 내리기에는 너무 순했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아무래도 좋으니 나를 감시하고 통치해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감시, 통치성에 대해서는 푸코의 저작을 참조). 앱을 켜고, 가입하고, 돈을 낸다.  

   

#2

헬스장에 가서 GX룸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나는 왜 굳이 여기까지 왔을까. 여기에 오려고 퇴근시간을 사수하려 하루종일 엉덩이 붙이고 업무에 전력질주했고,  한 잔 하러가자는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너무 융통성 없이 규칙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퇴근에 성공했고,  운동하며 부대끼지 않도록 저녁을 가볍게 먹었으며, 전날 급하게 빨아 준비한 운동복과, 급하게 바닥 밑창만 깨끗이 닦아 실내용 운동화로 변신시킨 임시방편의 운동화. 보이지 않는 여러 험난한 준비과정을 거쳐서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자리다툼이 날 정도로 텃세가 형성된 아주머니들 사이에 끼여 함께 줌바 댄스를 춘다. 땀이 흐르고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은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벌어짐’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함께 뛰는 사람들의 시선, 에너지, 땀냄새, 우렁찬 기합소리, 수 개월에서 몇 년을 함께한 강사와 수강생 집단의 케미스트리 같은 것들이다.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위해, 몸 바깥에 아니 몸의 바로 인접한 근처에 이런 것들을 세팅하는 것이다.     


#3

애정을 가졌던 줌바댄스가 코로나 감염의 도화선이 되면서 혐오와 오해를 받는 일이 생겼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모여 몸을 움직여 보자던 줌바Zumba 생활체육 브랜드의 이상적인 캐치프레이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도 않은 채, 아줌마들이 시국도 모르고 흥겹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꼴불견의 이미지로 덧입혀져 버렸다(이름이 비슷하다고 아줌마 댄스라니, 줌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슬프다). 내 몸을 움직이기 위해 곁에 두었던 다른 몸의 땀과 에너지는 그저 비말과 더러운 분미물, 감염균의 스프레이가 되고 말았다.  땀과 에너지든 비말이든 모두 나에게 침투하여 영향을 주는 것들이었고, 몸은 여전히 습자지처럼 다공성의 표면을 간직한 채 세상 밖에 열려있었다(몸의 다공성에 대해서는 메를로퐁티의 저작을 참조).몸과 세상의 경계는 흐릿했다. 아니, 이제는 취약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몸의 경계를 감염으로부터 보전하기 위해 사람들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비말의 공포로 둔갑해버린, 보이지 않는  땀과 에너지라는 자원을  집 안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유지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비용적제약

필라테스의 고급 기구없이도 방바닥에서   있는 응용동작이 개발되어 유료 온라인 강의로 서비스되고 있다. 기구 자체를 소도구 형태로 변형해 집에서도 운동효과를 누릴  있도록 장비와 동작 양쪽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용적 제약으로 필라테스 센터에 상담조차 받아보지 못했던 학습자들은 친절한 광고와 웹페이지의 상세한 설명으로 학습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되찾게 되었다. 모두의 제약으로 인한 비대면 운동의 활성화는 비용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적극적인 서비스의 진화속도는 이제껏 장애인학습자들의 불편에 대응해오던 속도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슬플 정도이다. 학습시장은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트랜스포머처럼 바뀔  있는 역량이 차고 넘치는데, 인권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어찌 그리 더뎠던 것일까.


+사회적제약

발레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느 TV프로그램에서 어떤 강사가 그랬듯이 “살부터 빼고 오세요라고 할까봐 학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몸매가 드러나는 발레의 복장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발레라는 것을 배우기 까지 넘어야  산이 너무 많았다. 과거에는 유튜브나, (찾기 어려운)개별 웹사이트에서   있었던 발레와 발레핏 온라인 강의가 코로나 이후 클래스톡, 클래스101, 마이비스킷 등의 온라인강의 플랫폼의 성황에 힘입어 대중화의 폭발을 맞이했다. 자세를 교정하고 운동을 지속할  있도록 학습자들은 자기 자세를 사진으로 올리며 질문을   있고, 3 이상 출석하여 미션을 인증하면 장학금을 받기도 하며 운동지속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는다. 다른 학습자들이 올린 사진을 보며, 나와 같이 헐렁한 츄리닝을 입고 발레 동작을 취하며 지저분한 집안 잡동사니를 감춘 모습들이 ‘우리는 제야에 묻혀 있었지만 지금은 함께 있다라는 공동체적 느낌을 준다    


+기술 

아직은 상용화나 대중화가 어느정도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는 게임으로 학습자가 요가나 스트레칭 등의 각종 동작을 정확하게 취했는지 점검하고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물론 대면하여 강사가 직접 매만지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학습시장은 점차 ‘위대한 차선 향해 전진하고 있다. 기라성 같던 대면학습시장의 전제(역시 직접 만나서 배우는  최고지) 이렇게 무너져 버릴 줄은 몰랐다고 말하면 늦는다. 벌써 그런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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