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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 Apr 27. 2021

브런치 작가되기 나만 어렵나?

브런치에 대한 브런치 글

브런치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벌써 몇 년 전이었나봅니다. 심사를 통해 글을 발행하도록 한다는 점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군다나 심사를 통과하면 작가라는 호칭을 얻게 되니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지요. 그 때는 브런치의 초창기였던 것 같은데, 이 플랫폼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어떻게 독자들에게 포지셔닝하는지 알기 전이었어요. 브런치에 점차 글들이 쌓여가고, 출판 플랫폼이 되고, 작가등단과 네트워킹의 중심이 되어가는 모습을 본 요즘과는 이해도가 확실히 달랐답니다.


지금의 클럽하우스를 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신생 플랫폼에 발을 내딛을 때 갖는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었지요. 회원가입의 (약간 귀찮은)연장으로만,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하듯이 반자동 상태로 가볍게 작가신청을 했습니다. 쓰고 싶은 건 많은 데 설명할 공간은 부족했어요. 빨주노초파남보 크레용을 한 봉지에 담듯이 여러가지 글감을 배열해 목차를 썼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크레파스>라는 대분류로 묶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뒤에 메일이 왔습니다.


아쉽지만 브런치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거절 메일이 올지도 몰랐었기에 적잖이 당황하고 화도 났습니다. 노력을 얼마나 들였는지와는 상관없이, 한 번 떨어지는 기분은 참 오래갑니다. 그 이후로 브런치는 뭔가 기분이 나쁘다며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어떤 결과물을 내가 실패라는 카테고리에 담아버리고 나면, 사람 마음이란 게 어디 쉽게 지워지던가요. 한동안 브런치의 행보를 보고, 친구들이 작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마주칠 때에도 애써 외면하게 되더랍니다.  

 

브런치 작가신청 거절의 경험은 기분은 나빴어도, 저만의 글쓰기 철학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떨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글쓰기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고 싶은가, 글쓰기가 내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절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쓰는 인생은 계속되다보니(대학원 과제, 논문, 인스타그램을 포함해서 남자친구에게 애정표현하는 글솜씨까지 다양하게요), 브런치라는 채널은 온 우주의 의사소통 중 손바닥 만큼의 작은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알게 되었지요. 브런치 팀에서 작가를 선정하는 것은 수준미달의 작가지망생을 걷어내는 필터링의 의미가 아니라, 이런 메세지라는 것을요.



브런치가 예상하기/이해하기/익숙해지기 어렵다





수많은 거절을 당해본 사람일수록 수많은 도전을 한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은 이 세상의 기준이 [좋고/나쁨]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성숙,성장이라고 말합니다(물론 사람 마음이 기분 나빠지고 그런 것은 논의에서 제합시다... ).


브런치 이후에도 심각한 거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출산  신생아를 키우면서도 짬을 내어 지독하게 학술논문을 썼고, 마침내 해외학술지에 투고했지만 거절을 당했습니다. 심사평을 봤는데, 전혀  논문이 관심 밖인 심사위원이 있더라구요. '이러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한 학술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술지의 주요 투고 동향에 대해 먼저 파악하라' 하는  보면요. 학술논문도 결국 글을 쓰는 행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것은 공통 사항일 수밖에 없더군요. 어쨌든 저에게 맞는 독자를 만나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글쓰기는 발자국과 같습니다. 우리가 발자국을 남길 때, 그 발자국이 좋은 발자국, 잘 쓴 발자국, 조리있는 발자국이라고 이야기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발자국을 보고, 그 발자국에 담긴 사람을 봅니다. 어떤 독자는 발자국만 보고도 그 사람이 평발인지, 헛다리를 짚고 방황했는지, 그 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지 알아차릴 것입니다. 명확하고 전달력있고 호소력있게 쓴다는 건 글쓰기의 스킬이 좋다는 것만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는지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요? 훌륭한 스피치가 아니어도 감동은 반드시 전해지듯이, 내가 쓴 글, 내 발자국에 대한 자부심은 절대 잊지 않기로 다짐해야 합니다. 필요에 의해 독자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광을 낼 수는 있지만, 내가 수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게 정답이라고 고집도 부리겠다는 다짐입니다.


내 글의 주인은, 나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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