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새벽, 일하러 가는 그 택시 안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던 아빠가 중학생 딸에게 말했어.
“너는 글 쓰지 말거라, 절대 문학하지 말렴.”
근데 멍청한 그 딸은 금기 같은 그 말을 어기고 무식하게 문학판에 뛰어들었지. 중학생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란에 소설가 같은 단어나 써내고 말이야. 그래도 뭐 그때는 행복했던 것 같아. 자신이 쓸 글을 통해 세상이 바뀌고,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문학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아. 나쁜 놈도 많고, 나쁜 일도 많아.”
여전히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자식을 완강하게 말렸어.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한국작가회의나 편집장으로 있는 낙동강문학의 행사들에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찾아갔지. 그래서 난 문학하지 말라는 말이 그냥 지나가는 말에 불과한 줄 알았어. 때로는 아빠에게 샘을 내기도 했지. 이 뜻깊은 일만 아빠만 하는 거야? 하며…
그렇게 그 딸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문학에 빠져서 책가방에 교과서 대신 시집을 넣고 다녔지. 또, 아이들이 수능을 준비할 때에는 신춘문예란 거대한 벽이 내뿜는 향신료에 빠져 대학에 가지도 않고 글만 써 내려갔어. 결국 실패를 맛보고 좌절을 겪고 지금은 그나마 낮은 문턱인 지역의 문학을 좇아다니며.. 지금은 문학단체에서 일하고 있어.
언젠가 글 속에 파묻혀 살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들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지.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문장은커녕 딱딱한 문서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어제는 높게 쌓인 원고들 사이에서 밤을 새우고 해 뜨는 걸 지켜봤어. 아마 오늘도 밤새 내린 이슬 사이로 해 뜨는 걸 지켜볼 거야. 왜냐면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학판에 뛰어든 그 멍청한 딸이 바로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