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답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다
2년의 군대와 1년의 휴학으로 27살 초에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취업을 했다.
남자는 군대를 가기 때문에 휴학을 하면 사회 진출이 1년 늦어진다는 주변의 걱정은 나에게만큼은 전혀 걱정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나에게는 '나만의 기준과 나만의 정의들로부터 시작하는 첫 단추'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취업 성공과 상황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의 치열한 경쟁,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경쟁자들을 신경 쓰기 급급했다. 그 와중에 정작 챙겨야 할 나 자신은 챙기지 못한 채, 남들의 눈치와 비교가 내 안을 대신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2년의 군대동안 사색의 시간을 정말 많이 가질 수 있었고, 나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며 조금은 이전보다 차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 느끼기에 많은 고민과 계획을 짊어지며 20대 중반을 잘 헤쳐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지루했던 2년의 비대면 대학생활, 미국 교환학생을 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시작한 1년의 휴학, 그리고 그 끝에 다녀온 한 학기의 미국 교환학생. 이 일련의 경험들 덕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면 좋을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할까 와 같은 질문들에 나 스스로 정의를 내려왔고, 그 끝에 지금의 회사가 가장 좋은 옵션이었다.
지난 3년 반의 시간 동안 미래를 계획하고, 흘러버린 시간들을 계속 돌아보며 깨달은 결론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했던 것 같다. '걱정'보다 중요한 건 '행동'으로의 실천이라는 것.
'고민하지 말고 행동해라', '다음 계획을 세워두기보다 일단 해봐라.'
정말 너무나 진부한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 Nike의 Just do it 정신처럼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수도 없이 많이 들은 얘기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깨달은 핵심이 고작 저 한 문장이라는 사실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혹은 미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의 중요한 원칙들과 교훈들이 내 삶에서 느껴지고, 실제로 경험할 때 그 가치가 발휘된다."
많은 경우, 이상적인 미래와 스스로의 행동 사이에 많은 괴리가 발생하고 또다시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한다. 이런 패턴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행동양식이 몇 가지 있다.
1. 나만의 시각과 판단을 가꿀 수 있는 시간과 기회에 집중할 것
2. 마인드셋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마음가짐을 다시 바로잡을 것
3.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 것
4. 지금에 감사할 것
이 네 가지를 종합해 보면, 결국 인생은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는 긴 여정의 시작과 끝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 가며 살아갈지 무수히 많은 조건과 옵션 속에서, 때로는 우리만의 통제권을 가지기도 하며, 대개는 우리의 의자와 통제를 벗어난 것들 속에 부딪히며 살아간다.
저마다의 장점과 살아온 환경, 꿈, 습관 등 자신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한계와 앞으로의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스스로는 자신에게 가장 혹독하고 엄격하게 대하는 것일까?
지금의 기회와 도전에 감사하며 다음의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단련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을 놓지 않는 것.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내 모습과 이전과 변화된 생각들을 발견한다면 그 역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살아가는 어느 정도의 중심이 되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취직을 마치고 마주한 시간들은 대학생 때와는 또 다르게 새로운 어려움들의 연속이다. 이 역시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일 테니 즐겨보고 싶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치열하게 즐기며, 나만의 차가운 불꽃을 잘 관찰하고 싶다.
취준생으로 보낸 시간들이 긴 편은 아니었지만 기업을 선정하거나 어떤 포지션을 지원할 지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더라도 그 시작이 스스로의 내면에서 깊게, 진중하게 고민해 본 것들이면 그 이후의 선택에 더 강한 책임감과 수용의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이직을 해야 할까, 이걸 준비하면 연봉을 어디에서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요즘 이게 인기 많으니까 나도 해봐야지와 같은 생각들이 반드시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유들이 되도록 내가 나라는 사람을 많이 이해해 보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알찬 시간들이 될 것 같다.
그러니, 타인보다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것, 주변의 시선에 자신을 자주 비교하는 것, 나의 주관적 판단 대신 주류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려는 태도보다, 조금은 더 차분히 나의 속도를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나만의 기준에 맡겨보는 것도 좋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좋아? 안 좋아?"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거"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전에 한 질문이 무색해지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그 선택"을 믿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