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J Flag Jan 25. 2024

"00대기업은 초봉을 얼마 준다더라"

어렵다, 바쁘다 현대사회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7개월 차인 요즘 회사 동료들과 선배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얘기는 당연 옆 회사, 옆옆회사의 연봉이다. 

"00 대기업은 대졸 초봉을 성과급까지 7천 준다더라, 8천 준다더라, 아니야 9천도 받는다더라" 등의 얘기가 매일 오간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는 나도 역시 '오.. 꽤 많이 주긴 하는구나..", "차이가 많이 나긴 하는구나.." 등의 생각과 함께 부러움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자니 돈으로 시작되어 돈으로 끝나게 될 회사 생활이 벌써부터 뻔하게 그려졌고, 뭔가 나만의 중심을 잡아줄 단단한 생각을 품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의 직장생활은 이런 비교와 욕심으로 끝이 나겠다는 것이 훤하게 보였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상대적인 것에 대한 인지"이다.


나의 연봉이 어찌 되었든 상대적인 것 아니겠는가. 분명, 나의 직장, 나의 위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 충분히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고민에 

"그래도 현실적으로 돈이 중요한 거잖아. 연봉 많이 받는 게 1순위가 되는 게 당연하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이 또한 당연하다. 나의 요지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 가운데 '내 시간, 소중한 사람들, 내가 진짜 갈고닦고 싶은 실력, 내가 보내고 싶은 남은 20대, 30대,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수입으로 발생하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그 노력이 내가 정한 우선순위에 맞게 잘 계획되고 열심히 수행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에 몰두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은 "어느 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바로 이런 거였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지금의 회사보다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의 이직을 단번에 할 게 아니라, 여기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지 잘 탐구해 보고, 나의 실력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찾아나가며 남은 몇 년의 20대를 보내보는 것. 충분히 여기서도 뛰어난 사람들이 넘치는 회사 속에서 조급하지 않고 우직하게 내 삶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정말 뛰어난 실력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나의 몸값과 그에 걸맞은 수많은 노력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다른 회사보다 훨씬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나를 감시하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회사를 다니며 돌아오는 주말마다 어떤 걸 혼자 공부해 볼까 고민하는 시간들에 강제적인 것 어느 하나 없다. 업무시간과 그 이외의 시간을 공부에 다시 투자하는 것이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그저 내 시간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이게 맞는 거라고 독려하기도 하고 일종의 확언과 최면을 걸어준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는 언젠가 반드시 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옵션이라 생각했었고,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업무를 하고 싶었고, 글로벌 회사에서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를 맡아보고 싶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회사 사람들만 봐도 이들에게 충분히 배우고도 시간이 모자랄 것만 같은 느낌을 매일 받는다. '연봉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 회사를 오지 말고 다른 데를 갔어야지! 너는 그거 때문에 온 게 아니란 걸 잊지 마' 라며 나름의 최면을 다시 걸어본다.



매일매일 놓치고 싶지 않고, 놓치면 안 되는 생각은, 다름 아닌 나에 집중하는 것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어느 기업의 몇 연차 연봉을 듣다 보니 나를 놓치게 되는 이 시간들이 아까울 따름이고, 나중에 실컷 얘기한 이 연봉이라는 것 때문에 나도 직장을 옮기게 되는 날이 올 확률도 매우 높은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이 오더라도 단순히 돈이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나는 그러고 싶다. 


그러니 지금은 내가 누리는 우리 회사만의 장점을 잘 간직하고, 나만의 실력과 인생을 차분히 밟아나가고 잘 포개어 가는 것에만 온전한 에너지와 관심을 주고 싶다.

잘 생각해 보면 연봉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이와 똑같은 원리이다. 외모, 패션, 재력, 음악, 공부 등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쉽게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다른 사람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타이밍을 빼앗고, 그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며 어제보다 더 노력한 나를 칭찬해 주고, 다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다시 이겨내며 '상대성'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면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나날을 보낼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오늘 크게 깨달은 것이 2024년의 많은 시간들을 변화시켜 줄 것 같고, 이제 다시 내 진짜 실력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와 나는 어떤 성취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지, 회사 밖에서는 어떤 삶을 설계하고 싶은지 고민하러 간다.


적은 연봉, 높은 연봉, 평균 연봉 사이에서도 나만의 목표와 도약이 중요한 방향성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