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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J Flag Jun 13. 2024

신입사원인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기록하기

2달간의 온라인 교육과 2주간의 미국 워크숍도 마치고 이제는 현업에 들어와 사수님을 따라다닐 수 있는 Field Experience 1에 돌입했다. 

매주 하는 팀 회의 동안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조금 특별하게도,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인 나에게 누군가 일을 시키거나 옆에 앉아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지, 오피스에는 나왔는지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다. 반대로 나도 팀원분들이 어디서 일하고 계신지 모른다. 몇 시부터 출근해서 몇 시까지 일을 하는지, 심지어 내가 일은 하는지조차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오랜 기간 쌓아온 각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사람들이 두드러진 집단이다.


내가 맡아야 할 솔루션이 정해진 만큼 남은 시간 허송세월 보내진 않는다. 그저 월급루팡이라며 꿀 같은 시간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발전도 없는 나 자신을 떠올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싫다. 

일이 없더라도 솔루션 공부를 하거나 쏟아지는 자료들 속에서 관련 있는 것들을 찾아 읽어보고 궁금한 것들은 사수님께 질문을 남긴다. 도와드릴 일은 없냐며 묻기도 하고, 2달간의 FE1 동안엔 최대한 많은 고객 미팅에 따라가고 싶다는 부탁도 드린다.

최근엔 매주 한 번씩은 고객사에 같이 방문해서 회의록을 적는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같은 팀에 들어온 신입사원이라며 수습기간이라서 같이 참석하겠다고 정중히 소개해주시기도 하고, 회의가 끝나면 그동안 적어둔 질문들에 답변해주시기도 한다. 머지않아 나도 팀원분들처럼 고객사를 혼자 맡게 될 것이니 최대한 이런 현업의 경험을 어깨너머로라도 배워두는 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그저 장표들에서 훑고 지나간 개념들에 그치지 않고, 고객들의 입에서 전달되는 그들의 현업이 아직까진 새로우면서 심지어 재밌기까지 한다. 다양한 고객사, 산업, 직책, 문화, 사람들까지,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비즈니스 관계 속에서의 상호작용이 아직은 신기하다. 강성한 고객을 만난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회의를 들어가기 매번 무섭겠지만 그 마저도 내가 해결해 나가야 할 영역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하루의 삶과 대부분의 시간들이 더 단순해져만 간다. 10개월의 인턴 이후 정규직 4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이 짧은 1년 만에 취미가 많아지거나 일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친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그 남은 시간에는 더 잔잔하게 평소 가던 운동을 가고, 새로운 원두를 사서 커피를 내리고 책상에 앉아 유튜브 영상을 본다. 에너지를 잃고 있어서일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런 것보다는 그저 새롭게 변화하는 나의 생활 패턴으로 인해 인생의 근본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어서 인 것 같다.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갈까, 내가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도전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걸 뭘까, 어떤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걸까,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높은 연봉, 좋은 워라벨, 회사에 대한 자부심, 복지, 그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도 당연한데, 이런 것들 밖의 내 삶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과 생각이 많다. 지금도 여러 고민들 중 일부를 적어내고 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인만큼 오늘 하루는 이런 고민을 했구나, 이걸 느꼈구나 정도의 감상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요즘 잘하고 있는 건, 즐거움을 찾고, 두려움을 줄이고, 묵묵하게 해 나가기이다.

각자가 놓인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잘 헤쳐나갔으면 한다. 오늘의 글도 읽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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