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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욱 Mar 31. 2022

저는 가스펠 음악을 좋아해요!

재즈와 R&B 그리고 가스펠에 대하여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제 꽤나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다양한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가지만 나는 주로 음악 취향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면 그 사람에 대한 파악이 보다 빠르고 쉽게 된다. 특정 장르를 좋아한다면 ‘아~~한 사람이구나’와 같이 의심해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노래를 듣고, 이 노래 다음엔 무슨 노래를 듣는지, 결국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몇 개 들여다보면 대략적으로 어떠한 분위기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감이 온다. 그렇게 열심히 정보를 습득하다 보면 역으로 내 음악 취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나는 항상 비슷하게 말한다.


저는 재즈 R&B를 좋아해요.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나와 비슷한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입이 약간씩 근질거리며 눈이 커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상태에서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사실 가스펠 음악을 좋아해요(속닥)


잘못한 것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스펠 취향을 드러낼 때는 조용히 말하고 싶어진다. 뭐랄까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비밀 이야기랄까. 내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은 상대가 나의 가스펠 취향을 들었을 때 “오마이갓,, 그쪽도?!”와 같이 반갑다는 뉘앙스를 하나라도 주기 시작 할 때다. 그때부터 우리는 가스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종교도 다른 두 사람이 CCM 이야기를 하고 하나님을 인간처럼 묘사하면 흑인을 닮았을 거라며 흑인 소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린 흑인 소울로 규명되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흑인 소울? 그렉?? 그렉은 흑인이다. 그렉의 마음과 정신. 그게 흑인 소울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주로 가스펠로 통하는 친구들과 정의하는 흑인 소울은 생김새와 비주얼적인 부분이 아닌 텍스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같은 것이라도 흑인이 하면 무언가 다른 재질로 표현 된다는 것이다. 노래를 할 때, 달리기를 할 때, 웃을 때, 악기를 연주할 때 우린 사람을 떠나 흑인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의 공통분모를 느낀다. 인종차별적인 관점이 아니라 무언가… 농도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정의하는 흑인 소울의 기준은 ‘농도’에 있다. 그것도 아주 짙은 농도. 커피로 치면 에스프레소, 해산물로 치면 우니나 내장, 고기로 치면 육향이 끝짱나는 채끝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농도 짙은 흑인 소울을 마주할 때는 언제나 설렘과 동시에 소름이 돋는다. 언제 한 번은 흑인들이 [NPR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유튜브를 켜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영상을 보지 않고 있었는데 들려오는 노래는 하던 일을 멈추게 했고, 


그때 나는 사람들이 모여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닌 아닌 울부짖고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가스펠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음악 취향은 가스펠이라는 새로운 맛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PJ morton, Kirk Frankln, J Moss와 같은 가수들을 만나고부터 그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내가 좋아하고 있던 재즈, R&B와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고 확실히 파괴력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의 음악 취향들을 하나의 길로 이어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고민해 본 결과 몇 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1.     예상하지 못하는 맛

2.     사실 예상할 수 없는 맛

3.     그런데 없었던 예상도 뛰어넘는 맛


사람은 예상을 하고 벌어지는 상황이 예상에 어느 정도 들어맞더라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이건 예상을 할 수 없는데, 없었던 예상도 뛰어넘는 그런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되었다. 여러 변주와 다양한 리듬 그리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목소리가 섞이는 과정을 보면 1-2번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며 함께 울부짖으며 어딘가로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건 3번을 느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을 가스펠 장르에서 다분히 느낀다.


재즈, R&B 그리고 가스펠 -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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