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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욱 Feb 15. 2023

때로는 예상외의 것에서

23.01.30~02.05

RE : 이경욱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베개인데 마침 주문 제작한 베개가 도착해 있었다. 프로젝트는 간단하게 이렇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달라진다. 그 덕분에 기존의 쓸모와 더불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사물들이 생겨난다. The.A는 그러한 사물에 집중해 기존의 쓸모를 인식해 새롭게 부여밭은 역할에 대해 조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베개의 새로운 쓸모와 역할은 '일상과의 틈'을 만드는 것이다. 무겁게 이고 살아가는 머리를  본인 스스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받쳐주는 사물이다. 참 고마운 사물! 더 많은 내용과 스토리는 2월 말 중 공개될 [베개 ; 푹]을 봐주시길-!



매일 매 순간 하는 고민들이다. 어떻게 하면 '잘'할까? 물론 '잘'의 기준은 매번 다르지만 그 본질은 항상 똑같다. The.A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을 이해한 사물과, 사물을 이해한 사람. 이 두 가지 중 사람을 이해한 사물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남은 건


어떤 사물을 만들더라도 The.A만의 스토리텔링을 녹일 수 있는
우리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물을 이해한 사람들을 드러내는 채널에서는 영화, 특히 내레이션 기반의 영상 기법이 우리의 방법으로 쓰인다. 그렇다면 사람을 이해한 사물을 만드는 제품 기획과 같은 경우엔 어떤 방법과 장르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쓰일지 고민이었다. 지금까지 정해진 내용은 이러하다

보다 시각적으로 재밌을 것 (일단 이쁘고 본다)

 스토리텔링을 녹일 수 있는 콘셉트일 것

 프로젝트로 진행하며 한 프로젝트에 사물 3개+포스터 1개의 구성 (사물과 포스터의 연관성은 미지수)

조만간 다시 한번 뜯어고쳐야 할 거 같은 생각이 깊이 든다..ㅎ



우리 회사에는 나의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동창이었던(전공은 다르지만) 도연이가 디자이너로 함께하고 있다. 고등학교-대학교까지 연달아 이어지는 관계에 엄청난 베프인 거 같지만 사실 친하게 지낸 지 이제 1년이 넘어간다. 사족이 길었는데 어쨌든 도연이가 우리 회사 리브랜딩을 진행해 줬다. (엥 사물 그거는 The.A 아니에요..? LIENTE는 뭐지)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한 번에 하겠다..!(귀찮은 거 아님) 


니엔테는 각 부서가 다 모여있는 하나의 주식회사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라이프,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앞글자를 따와 네이밍 했다.(네이밍은 대표가 했고 우리 대표는 고집이 세다) 도연이는 우리 회사의 가장 커다란 특징을 '접합과 결합'으로 잡고 각 타이포끼리의 접합과 결합을 통한 디자인 방식을 통해 회사 폰트, 네이밍 등 다양한 리브랜딩 디자인 가이드를 작업 중이다. 그것 또한 완성되면 공개!



위에서 진행했던 제품 기획 프로젝트의 레퍼런스 및 시장 조사를 하러 무작정 더현대로 떠났다. 사실 너무 많은 로직 검토와 끊임없는 자기 검증의 굴레 속에 생각들을 나열하며 반사되는 거울을 보면 아파 보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로직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나갔다.


생각으로 안 되는 일은 몸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사실 어느 정도의 리프레시를 얻고자 도피성 외근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 정말 많은 레퍼런스를 찾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로직도 어느 정도는 더 깔끔해졌다. 

사람을 이해한 사물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특정한 감정을 통해 얻어지는 의미와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사물.

감정 가득한 의미 있는 사물들의 키 비주얼은 한 장의 포스터로 표현된다.

조금 더 다듬을 필요는 있지만 끊임없는 자가 검증의 단계는 지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이래서 가끔은 예상 밖의 행동을 해야 한다는 교훈도 하나 얻어간다!



인스타 필터를 만들고 싶었다. 좀 더 정확히는 인스타 필터를 통해서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고 싶었다. 채널에서 소개되는 시네마 콘텐츠에는 평범한 사물에 한글 타이포 디자인이 하나씩 박혀있다. 촬영을 위해 만든 소품에 불과 하지만 초기에 이 사물들은 하나의 제품이었다. 비록 판매는 못하게 됐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각자 개인의 일상 속에서 똑같은 사물을 사용했을 때 영상의 감성과 메시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줄 곧 해왔다.


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인스타 필터라는 방법을 생각했다. 아주 린하고 매력적인 방법임이 틀림없었으나 AR과 모션캡처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합법적인 CCTV가 될 날을 기대한다.



주말엔 [베개 ; 푹] 프로젝트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을 다녀왔다. '옥인연립'이라는 낡은 주택가였는데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집주인님의 취향이 가득 녹여져 있는 공간이었다. 촬영을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도중 주인님께서 여쭤보셨다. 

"어떤 촬영을 하시는 거예요?" 
"아.. 저희는 사물의 쓸.. 채널이름을 알려드릴게요^^"

이럴 땐 정말 우리 채널을 소개해줄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에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크나큰 단점이 될 순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은 영상을 보고 난 다음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단박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는 눈치와 함께 건네주는 영상에 대한 칭찬을 듣고 있자면 '그래 우리가 장르지 뭐'라고 생각하며 한 번 또 져준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바로


혹시 외주도 받으시나요?


집주인분께서는 '서간'이라는 분재 브랜드를 운영 중이었다. 돌과 이끼 그리고 나무의 조합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The.A의 새로운 사물로써도 매력이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주인분은 우리의 작업물들을 굉장히 느낌 있게 봐주셨고 옳다구나 우린 준비하고 있었던 브랜드 필름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조만간 전시장도 놀러 가고 비즈니스 이야기도 함께 해보기로 마무리 지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엔 브랜드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나와 맞는 친구를 사귀듯 진심으로 알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오늘 만난 서간의 창업자이신 상경님이 그랬다. 참 브랜드적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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