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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Aug 17. 2023

설명 들었으니 팁을 달라고요?

뚜벅이의 멕시코시티 역사지구 투어, 두 번째 날

원하는 만큼 시키면 된다


1. 호텔에서 먹은 조식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멕시코는 원두가 신선해서 커피가 맛있다고 들었는데, 살면서 이렇게 부드러운 카페라떼는 처음 먹어봤다. 멕시코 계절 과일도 미치게 달았다! 물렁한 감? 같은 과일이 있었는데 끝까지 무슨 과일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뭐 맛있었으니 됐다.



2.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소매치기 당할까봐 두려운 마음에 핸드폰과 가방 고리를 연결하는 줄을 가져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행 내내 위험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하늘이 #0072FF 색으로 선명하게 빛났다. 날씨는 환상적이었고 거리는 어떻게 찍어도 예뻤다. 햇빛이 너무 따사로운데 습도는 낮아서, 가장 이상적인 날씨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



3. 알록달록한 거리를 걸으며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 도착했다. 그러자 파란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안내원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설명을 해주고 팁을 요구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5분 정도 설명을 듣다가 1달러를 주고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단호하게 거절해야지. "Lo siento(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대부분 알아서 그만해준다.


4. 압도적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니 진짜로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안쪽에는 십자가를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과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종교는 없지만 나도 짧게 기도를 하고 나왔다. 경건해진 마음이었다.



5. 멕시코시티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관광명소라서 그런지 대성당 앞에는 장터가 열렸다. 색색의 전통 옷들과 기념품에 홀릴 뻔했지만 참았다. 나중에 프리다칼로 생가 옆 전통시장을 갈 예정인데, 거기서 사는게 차라리 싸다고 했기 때문이다.



6. 역사지구를 천천히 돌다가 길거리에서 투어하는 무리를 만나 조용히 끼어 설명을 들었다. 영어 투어인 것 같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곳이 그냥 공사현장인줄 알았는데 사실 역사 현장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을 재물로 올리던 재단이라고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알고보니 이 투어는 'estacionmexico'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무료 투어였다! 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7. 'National Palace'에 가는 길을 도저히 못 찾겠어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경찰관에게 물어봤다. 여기 사람들은 물어보면 보통 발 벗고 나서서 친절하게 도와준다. 빙 돌아서 가야한다길래 얼떨결에 현지 시장이 열린 무법지대까지 지나갔다. 거기서 멕시코의 올리브영 같은 곳을 들어갔다. 곳곳에 경찰관이 있었고 계산은 무려 세 번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심지어 사진 촬영도 안된다. 빗과 헤어에센스를 구매했는데, 바코드를 찍고 - 계산 창구에서 계산하고 - 출구에서 물건을 검사받는 - 과정을 어리바리하게 해냈다. 멕시코는 출구와 입구과 아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 'Entarda'는 입구고 'Salida'는 출구다.


8. 결국 National Palace로 가는 입구를 못 찾았다. 대신 건물이 멋진 한 박물관을 발견했다! 원래 은행이었던 곳이라고 한다. 입장권은 무료고, 한국의 화폐 박물관 같았지만 직원들이 너무 친절했다. 멕시코는 어딜가나 웃는 얼굴이 기본이다. 멕시코시티의 역사지구는 여기저기 좋은 박물관이 많다.


Kato Cafe의 전망


9. 대성당 쪽에 있는 'Kato Cafe'를 방문했다. 싼 음료에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햇빛이 점점 뜨거워져서 잠시 피신했다. 멕시코시티 대성당 쪽에 왔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La casa de toño, 멕시코 전통음식 체인점


10. 저녁은 우리 호텔 지배인인 데이빗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라는 'La casa de toño'에서 점심을 먹었다. 영어를 좀 하는 직원 분이 추천해준 메뉴로 시켰는데, 정말 멕시코에서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다! 각 메뉴는 29페소, 그러니까 약 2200원으로 아주 저렴했다.



11. 점심을 먹고 'Palacio de Bellas Artes'로 향했다. 디에고 리베라 등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벽화가 전시되어 있었고, 저녁 8시에는 발레 공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연 관람권이 10만원이라 고민하다 포기했다. 사실 겉모습이 제일 아름다웠다. 만약 투어로 와서 설명을 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12. 멕시코에 온지 2일만에 벌써 4명의 사람에게 '플러팅(이라고 우리끼리 표현했다)'을 당했다.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 3번, 인스타그램을 물어보는 요청 1번. 네이버 <남미 카페>에 물어보니 악의는 없고 그냥 한국인을 좋아해서 '한국인 친구가 있는 척'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그랬다… 내일부터는 'Lo siento(미안해요)'라고 거절해야겠다!



13. '알레메다 중앙 공원'을 걸어서 지나갔다. 곳곳에 분수가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풀숲에 누워 자는 사람, 벤치에서 타코를 먹는 사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 평화로운 광장의 느낌이었다. 우리도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14. 높은 건물들이 많은 탁 트인 길을 따라 걸었다. 'Monument to the Revolution', 혁명 기념비까지 천천히 걸으며 멕시코 거리를 만끽했다. 여기는 밤에 오면 조명이 더해져 아주 예쁘다는데, 낮에는 그냥 기념비 같은 모양새였다.


15. 목이 말라 카페를 찾다 호객행위에 말려 한 카페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휴지로 장미꽃까지(!) 만들어줬지만 가격이 조금 사악했다… 심지어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기 시작!



16. 급하게 우버를 불러 호텔로 돌아갔다. 비가 점점 거세게 쏟아지더니 천둥번개까지 치기 시작했기 떄문이다. 우버 드라이버 나이가 우리 또래인 것 같아 조금 신기했다. 우리나라의 택시 기사님들은 대부분 아버지 뻘인데.


17.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카페에서 '치킨 샐러드'를 저녁으로 먹었다. 또르띠야를 잘게 자른 토핑이 올라가 있었는데, 멕시코스러운 셀러드라 생각했다.


18. 오늘도 동양인은 우리 뿐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외부인이 된 기분에 바짝 긴장했는데 이제는 '건방진 관광객'스러운 내 모습이 제법 편안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멕시코인들이 참 친절하기 때문이겠지. 어딜까나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고, 조금 헤매고 있으면 먼저 '도움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으며 다가오는 사람들. 날씨만큼이나 환상적인 나라다. 작은 다정이 주는 커다란 감상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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