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람 Aug 17. 2023

여자 둘이서 멕시코는 위험한가요?

겁 없는 우리의 멕시코 여행, 첫 번째 날


1.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향했다. 25kg이 넘으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며 수화물을 보냈고, 부모님과도 정말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멕시코 여행이 끝나면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기 때문에 거의 5개월 가까이 부모님을 못 뵙는다... 그게 많이 슬펐다.


2. 서울 - 도쿄 - 멕시코 경유를 예매했는데, 서울 - 도쿄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제공해주는줄 모르고 미리 밥을 먹는 해프닝이 있었다. 예매된 항공은 '에어로 멕시코'였지만 도쿄까지 가는 비행기의 기장과 승무원이 대한항공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대한항공을 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3. 도쿄에서 멕시코행 비행으로 환승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50분. 그런데 비행기가 도통 우리를 내려주질 않는다. 도쿄의 기상 악화 때문에 공항이 잠시 마비가 된 것이다. 무려 1시간이나 비행기에서 나오지 못한 채 무력하게 앉아있었다. 멕시코행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륙 2분 전에 탑승할 수 있었다!


4. 12시간 12분 비행을 했다. '에어로 멕시코'라는 저가 항공을 이용했는데 확실히 우리나라 항공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하지만 큰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날아온 편이었다. 앉아서 자려니 곤욕이었고 끝에 가서는 허리도 아팠지만, 옆자리 사람이 준 일본 삼각김밥과 비행기에서 받은 일본 컵라면이 맛있었다. 도쿄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비행기 내에서도 자유롭게 일본 컵라면을 가져갈 수 있게 해뒀다. 비행기는 굉장히 건조하니 100ml가 넘지 않는 통에 보습제를 가져오길 바란다.


5. 멕시코에 도착한 순간부터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3년동안 교과목으로 스페인을 공부하긴 했지만... 억양 강한 스페인어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영어를 안 썼다. 그리고 와이파이는 커녕 통신도 제대로 안 터져서 (공항인데!) 환전을 하고 유심을 찾는데만 2시간이 소요됐다. 기진맥진한 채로 택시를 타 호텔로 향했다. 택시 창문에 꿀벌이 붙어있었다. 양쪽 다리에 꿀을 가득 매단 채로.


6. '이스토리코 센트럴(Historico Central)' 호텔은 멕시코시티 역사지구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문 앞부터 마중 나와준 직원분은 아주 친절히 우리를 안내했고, 심지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타고집을 추천해주기까지 했다!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10박 11일 여행 동안 총 3개의 호텔에서 묵었는데,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이 호텔 뿐이다. 물론 1박에 1인 당 8만원 정도긴 했지만... 조식 포함 (심지어 아주아주 맛있다)에 물 무제한 제공, 1층 카페 무료 이용 (셀러드, 샌드위치를 비롯한 각종 음식도 무료)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가성비가 좋을 수도 있다.



7. 약 24시간 만에 보송하게 씻은 우리는 호텔 앞 거리로 나갔다. 여기 신호등의 초록인간은 진짜로 걷는다ㅎㅎ 길거리에 동양인은 거의 없었고 한국인은 우리 뿐이었다. 완전한 이방인! 저녁식사 후보였던 레스토랑은 3개 정도 돌아다니다가, 결국 현지인 맛집으로 소문난 길거리 타코집을 선택했다. 한 분이 노래를 부르며 타코 도우를 만들고 계셨다. 아주 유쾌하게.



8. 테이크아웃 하고 호텔 로비에서 먹는데, 결과는 대성공. 타코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다! 우리가 잘 모르고 아주 매운 소스를 뿌리려 하자 한 아주머니께서 'Too spicy!'라고 하시며 말렸는데, 말 듣길 정말 잘했다. 가장 빨간 소스가 가장 덜 매운 소스다. 매운 맛을 싫어한다면 "No picante(노 삐깐떼)"라고 말하면 된다. 유창한 영어보다 어색한 스페인어 몇 단어가 오히려 소통이 더 잘 된다.



9. 그런데 신나게 한국어로 수다 떨며 먹는 도중, 한 모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Uno photo(사진 한 장)'라고 하시길래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얼떨결에 따님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서서 사진을 찍어줬다. 순식간이라 어벙벙했고… 아직도 그 의도를 제대로 모르겠지만, 셀럽이 된 경험이라 신선했다. 인종차별은 아닌 것 같고… 한국인을 좋아하나? 아무튼 신기하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이런 상황이 종종 등장한다.



10.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씻고 누웠다. 앞으로도 여유롭고 자유로운 힐링 여행이 될 것 같다. 내일은 호텔 직원 분인 데이빗이 추천해준 타코 맛집을 방문해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