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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Aug 19. 2023

똑똑, 프리다칼로 계신가요?

멕시코에서 프리다칼로를 만나다, 세 번째 날

1. ‘이스토리코 센트럴’의 마지막 날. 조식을 만족스럽게 먹고 12시까지 쉬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만약 멕시코시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호텔을 강력 추천한다. 5박 모두 이곳에서 머물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모형인 줄 알았던 멕시코 사과, 백설공주 독사과처럼 새빨간 색이었다.



2. ‘멕시코시티 국립미술관’에 방문했다. 학생 할인은 멕시코인만 가능하다는 점 주의! 일요일은 무료다.


3. 멕시코의 역사와 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 성 라파엘의 그림과 콜롬버스 동상이 인상깊었다. 게다가 운 좋게 모네의 특별 전시 시즌이 겹쳐 모네의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예술과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관람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멕시코의 역사를 드문드문 배우고 그다지 지식도 없어서 3시간 정도만 관람했다.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4. 사실 건물이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그 자체만으로 예술이었다.



5. 9000원짜리 타코를 먹었다. 음, 만약 직원이 호객행위를 하며 당신을 데리고 들어가려 한다면, 방문하려 했던 레스토랑이라도 가지 않길 바란다. 바가지를 씌우려는게 눈에 뻔히 보였다. 타코는 길거리에서 20페소 (약 1500원)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 말이다.



6. 프리다칼로 뮤지엄을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프리다칼로 뮤지엄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한 2주 전에는 벌써 다 마감이라고 하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서두르길 바란다. 예매를 하면 확인 이메일이 오는데, 실물 티켓처럼 생긴 온라인 티켓을 발급받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멕시코에서 대중교통을 타는건 처음이었는데 정신이 없었다... 지하철은 교통카드 (큰 버스 정류장에 구매하는 자판기 같은게 있다) 혹은 5페소짜리 현금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잘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불안해서 옆 시민 분께 여쭤보니, 반대 방향이라고 알려주셨다. 이런 경우에는 또 티켓을 구매할 필요는 없고 그냥 게이트를 통해서 환승하면 된다고 했다. 말이 게이트지 그냥 개찰구 옆이다.


지하철역 곳곳에 경찰관이 있기 때문에 도움을 구해도 된다. 멕시코의 지하철 끝에 두 칸은 여성과 아이 전용이다. 스크린도어는 당연히 없고, 위쪽 창문은 열려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7. 프리다칼로 생가를 방문하기 전 코요야칸 시장을 갔다. 색색의 멕시코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알록달록한 조각보 롱치마를 구매했다! 영화 ‘엔칸토’의 주인공이 입은 치마 같았다. 250페소를 “Es muy rico"라고 우겨 230페소로 흥정했다. <남미 카페>에서 흥정 안하면 바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흥정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8. 프리다칼로 생가를 방문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옆에 카페에 대기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다른 관광객 분과 잠시 대화도 했다. 우리도 곧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로 교환학생을 가기 때문에 굉장히 반가웠다!



9. 프리다칼로가 47년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던 Casa Azul.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라 알려졌지만, 생가에서 마주한 그녀는 유쾌하고 우아하며 다정한 사람 같았다. 쨍한 파란색의 벽과 노란 가구들, 초록색 문은 멕시코를 집으로 표현한 것만 같았다. 작품이 아닌 사람으로서 그녀를 만나본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교통사고 후 장애를 얻고, 유산의 고통이나 남편의 바람 같은, 흔히 재앙이라 불리우는 일들을 겪은 그녀지만, 그녀의 집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입체적인 감상을 주었다. 단순히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나, 교통사고를 극복한 여인 같은 수식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프리다칼로' 그 자체였다.


돈을 추가로 내지 않으면 사진 촬영은 정원에서만 가능하다


10.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 zona rosa 부근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고향집’이라는 식당에서 그리웠던 한식을 먹었다. 멕시코 여행하며 동양인을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zona rosa는 동양인이 모여 사는 부근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국인이 많이 보였다.



11. 오늘은 멕시코의 어두운 면을 본 것 같았다. 지하철에는 아이를 데리고 노숙하는 여자가 있었고, 우버 드라이버는 일부러 길을 돌아서 갔으며, 시각장애인은 점자블럭 없는 길을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걸었다. 새로 체크인한 호텔은 전등이 나갔고 샤워기에는 녹이 쓸어있었다. 이런게 바로 여행인가? 새로움의 설렘이 조금 사라지니 또 다른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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