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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Aug 19. 2023

멕시코 물갈이와 테오티우아칸

2000년 전에 만들어진 피라미드를 오르다, 네 번째 날

1. 오늘은 멕시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테오티우아칸에 다녀왔다. 우리끼리 가려다가 두 번째 날에 발견한 역사지구 무료투어를 보고 'Estacionmexico' 영어 투어를 예약했다. 벨아르떼 궁전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6시에 기상하여 호텔 앞 브런치를 먹고 얼른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브런치 카페에서 컵에 물을 따라줬는데, 생수가 아니라 수돗물이었던 것 같다. 이 물을 마신 후 약한 배탈로 고생했다.


2. 테오티우아칸 영어투어를 예약한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스페인어 투어는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좋기도 했다. 졸지에 프라이빗 투어가 되었다. 가이드 분은 중년 남성분이셨는데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큰 귀걸이를 뚫은 모습이었다. 멕시코는 얼굴에 문신한 사람도 자주 보일만큼 패션에 자유로운 나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가이드는 본인의 아들과 딸도 투어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16살, 18살의 귀여운 학생들이었다.


3. 가이드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북부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경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편했다. 멕시코의 터미널은 대부분의 남미 공항들보다 더 크다. 그러나 화장실은 7페소를 내야 사용할 수 있다. 개찰구에서 내고 들어가면 된다. 휴지 사용은 또 별개로 돈을 내야해서 내 개인 물품을 썼다. 버스를 타기 전 비행기처럼 짐 검사를 간단하게 한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경찰이 많았다.



4. 약 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테오티우아칸으로 향했다. 만약 자유여행으로 가는 분이 계신다면 (테오티우아칸은 무조건 투어를 추천하긴 하지만...) '테오티우아칸'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으니 헷갈리지 말고 한 두 정거장 후에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라는 곳에서 내려야 한다. 기사님께 타면서 한번 여쭤봐도 좋다. 


버스에서 내리고도 더 걸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가이드 분께서 "작은 깜짝 선물"이라며 산악 바이크를 보여줬다! 산악 바이크 운전 경험이 없어서 나는 가이드님 뒤에 탔다. 다른 관광객 분들은 능숙하게 바이크 운전을 하셨다. 우리는 바람을 가르며 약 15분을 달렸다. 오토바이도 타 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재밌었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5. 테오티우아칸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사실 이 곳에 대해 아는거라곤 기원전에 지어진 계단식 피라미드라는 것 정도였는데, 가이드 분께서 너무나 능숙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정말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투어 없이 갔으면 다 비슷한 돌처럼 보였을텐데... 모든 장소가 하나하나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게 경이로웠다. 자주 원 모양의 조각이 보였는데 그건 물을 상징하는거라 그랬다.



6. 테오티우아칸은 약 2000년 전에 지어졌다. 그래서 벽화가 남아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실제로는 엄청나게 화려한 색감이었을 것이라 했다. 당시를 재현한 그림을 보니 강렬한 색이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 분의 친구께서 물감이 없던 시절 벽화 색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시뮬레이션을 하며 보여줬다. 선인장에 붙어있는 벌레의 알을 이용해 빨간색을, 얇은 나뭇잎을 활용해 초록색을, 노란색 꽃의 줄기를 이용해 노란색을, 그리고 돌의 흰색 부분을 빻아 선인장의 송진을 결합해 파란색을 만들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원리를 발견했을지 경이로웠다.


그렇게 그려진 꽃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


7. 달의 피라미드는 축제의 장소라 추측된다고 했다. 이 곳에서 박수를 치면 양쪽으로 소리가 크게 울리는데, 당시에 몇 백, 몇 천명이 함께 박수를 치고 북을 울린다면 얼마나 웅장했을지 절로 그려졌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연설을 했을 중앙에서 말하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광장 곳곳에 목소리가 퍼진다. 가이드님의 아들과 딸이 중앙에서 말하니 정말로 끝까지 다 들렸다. 엄청 신기했다.



8. 테오티우아칸 곳곳에 잡상인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동물의 소리를 흉내낸 피리를 팔았다. 새 소리, 재규어 소리, 유령 소리… 당시 사람들은 자연을 모방하고 싶어했는데, 그런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거의 중국산이라고 하니 조심하자.


9. 약 3시간 가량의 투어가 끝나고 작은 전통시장에서 멕시코 음료를 사 마셨다. 테오티우아칸에는 개가 엄청 많다. 가이드님께서 개들의 마을이라고 하셨다. 개들은 전부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듯 했고, 테오티우아칸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향했다. 따로 버스 정류장 표시가 없는 곳이 많아 혼자 왔으면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10. 가이드 분의 딸은 블랙핑크의 팬이었다! 어쩐지 패션이 범상치 않더라.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아예 못하는데 ('pay'나 'eat'도 모른다) 이 친구는 곧잘 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멕시코는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시험을 보는데 (우리나라 수능처럼) 잘 본 순서대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수보다 학생 수가 훨씬 많아서 그렇다. 2주 후에 이 친구가 지원한 고등학교의 결과가 나온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11. 만족스러운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브런치 카페에서 마신 물 때문에 배가 아팠다. 덕분에 저녁은 조금밖에 못 먹었다. 우리가 방문한 식당이 아주 별로기도 했다. 팁을 주기 싫어서 안줬을 만큼…


12. 생수를 사려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많고 OXXO라는 현지 편의점도 많다)에 들어갔는데 너무나 익숙한 포장지가 보였다. 무려 '육개장 사발면'!! 우리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구매했다. 한국을 떠난지 4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한식이 너무나 그립다.



13. 오늘은 아마 멕시코에 온 이후로 영어를 가장 많이 쓴 날이 아니었나 싶다. 영어투어는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이드와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가이드 분은 8년동안 이 일을 했는데 한국인은 2번째라고 했다. 그래서 5000년 역사와 조선 왕조 이야기를 신나게 해드렸다ㅎㅎ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점을 오늘 또 깨달았고,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 와봤다는 것자체가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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