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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Aug 20. 2023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로 출국하다, 열 번째 날

1. 멕시코에서의 마지막 날은 앞으로의 여정을 준비하는데 썼다. 사실 여행 내내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정신없이 계획을 수정했다. 내 기숙사 입주시간이 11일 1시로 배정되었는데, 비행기 도착 시간은 오후 5시라 어떻게 안되냐고 문의했더니 ‘move-in date'에 오지 못한다면 13일부터 와야 한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11일에 샌프란에 도착한 후 13일까지 묵을 호텔을 급하게 구했다. 코 앞에 학교를 두고 학생을 밖에서 재우다니...! 융통성에 박수를 보낸다.



2. 어제 카약의 여파도 있고, 칸쿤의 살인적인 더위와 밤에 온다는 폭풍우를 고려해 오늘은 그냥 여유롭게 지내기로 했다. 친구와 체력 레벨이 비슷해서 다행이었다. 사실 계속 샌프란 메일을 확인하고 숙소를 찾아봐야해서 밖에 나가기 어렵기도 했다.


3. 우리는 셀프 빨래방에서 야무지게 빨래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무려 3일 연속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만찬도 즐겼다. 칸쿤의 더위에도 익숙해졌는지 에어컨 없는 빨래방에서 기다리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멕시코의 하늘은 항상 예술이다. 색감이 쨍하고 구름이 아주 예쁘다.


4. 나른하게 낮잠을 자고, 남은 식빵을 설탕에 구워 팝콘처럼 만들어 음료수와 함께 먹었다. 아까 OXXO에서 사온 푸딩까지 들고 와 넷플릭스를 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웰컴 드링크로 가져다 준 맥주도 한입 했다.



5. 멕시코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생각보다 치안도 괜찮았고 사람이 참 좋았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눈이 깊고 예쁜데, 대부분 웃는 얼굴이어서 더 예뻐보였다. 스페인어를 잘 못하는 외부인을 멸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게 도와주며, 멕시코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길 진심으로 빌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어를 더 공부해서 바깔라르나 과나후아토 같은 도시를 위주로 한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6. 샌프란으로 출국하는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 버스를 타러 가는데 한 택시 기사님께서 클락션을 울렸다. 1인 120페소인 ADO버스와 택시를 비교하다 그냥 400페소에 공항까지 가기로 했다. (더 끌고 가다간 죽을 것 같았다...) 아침에 남은 음식으로 밥을 잘 먹어서 다행이지 샌프란 도착하기도 전에 뻗을 뻔했다.



7. 이제 체크인도 잘하고 위탁수화물도 잘 맡기고 보안검색대도 익숙하게 통과한다. 멕시코에 도착하고 유심때매 2시간을 헤맸던게 되게 옛날 같다. 우리는 동전을 탈탈 털어 남은 페소를 모아 커피를 마셨다. 혹시 몰라 4시간이나 일찍 간 바람에 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니 비로소 진짜 멕시코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8. 유나이티드 항공은 좌석 간 거리도 넓고 엔터테인먼트도 괜찮았지만... 5시간 비행에 기내식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배가 고팠다ㅠ <위대한 쇼맨>과 <스파이더맨>을 보자 샌프란에 거의 도착했다. 와 이제 여기서 한 학기를 살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00 여행’과 ‘00 살이’는 너무 다르다. 멕시코에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다) 조금 깐깐했던 입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미국 땅을 밟았다.



9. 어제 급하게 예약한 호텔을 가려고 하는데 한 친절한 기사분께서 우리의 공항 셔틀을 안내해주셨다. 샌프란 공항에서 출발하는 셔틀은 무료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 아우라’는 공항 바로 옆 주택가에 위치한 조용하고 적당한 곳이었다. 예상보다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10. 12시간 공복이 되어버린 우리는 유명한 한식당을 찾았다. 무려 웨이팅이 있었다! 우리는 순두부찌개를 하나씩 시켰다. 얼마만의 한식인지, 시금치와 나물마저 맛있었다. 한국에선 진짜 잘 안 먹는 반찬인데... 순두부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약간 울컥했다. 솔직히 멕시코의 딱딱한 또르띠야와 밀가루 맛 나는 타코에 조금 물린 상태였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



11. 이제 멕시코 여행은 끝났다. 본격적인 미국 살이의 시작이다. 첫 출발을 멕시코로 해서 그런지 미국 정도는 왠지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ㅎㅎ(일단 말이 통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다) 하지만 여행과 살이는 완전 다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1주일 단위로 ‘살이’를 기록할 예정이다. 소중한 기억들이 휘발되기 전 부지런히 작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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