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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Sep 01. 2023

8월 1일

4개월이 큰 변화를 가져오진 못하더라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늘이 바로 멕시코 출국날인데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본인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안녕하세요, 저는 책과 잠과 친구를 좋아하는 한 대학생입니다. 이제 막 생일이 지나 21살이 되었고요, 지금은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에요. 보호자 없이 스스로를 책임지며 여행하는 건 또 처음이라 많이 겁나네요. 잘 해낼 수 있겠죠?ㅎㅎ



그럼요:) 멕시코 여행 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잖아요. 어떨 것 같으세요?


많이 겁나는 동시에 기대되는 것 같아요. 일단 한국을 떠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사실 그게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평생 비교적 주류 집단에 소속된 한국의 한국인으로 살았거든요. 그런데 이젠 동양인 여성으로 미국 땅을 밞으며 이방인의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예상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세계가 얼마나 넓을지 궁금해요. 하루종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하고, 자주 문화 충격을 받고, 한국보다 훨씬 여유로운 시간표로 생활하며 나를 탐구해보고 싶어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인종의 다양성입니다. 이왕 큰맘 먹고 미국에서 생활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어떨 것 같냐'라고 묻는다면, 여러 친구를 사귀고,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쓰고 싶은 글과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고, 최대한 많이 담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교환학생 버킷리스트도 궁금해지는 답변이네요. 하고 싶은 일들을 한번 쭉- 나열해 보는 거 어때요?


좋은데요?ㅎㅎ 음.. 일단 최대한 안 해본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학점, 대외활동, 공모전, 동아리 등등 여기저기 신경 쓸 일이 많아 정작 나 스스로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거든요. 마감기한이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그런 상태였습니다. 많이 놀고 밖으로 나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1. 금문교 횡단하기

2. LA 디즈니랜드 가기

3. 친구들과 미국 재즈바 가기

4. 현지 친구 사귀어서 그 친구네 집 놀러 가기

5. 금문교 공원에서 피크닉

6. 책 30권 읽기

7. 유튜브 시작하고 영상 20개 이상 올리기

8. 혼자 여행하기

9. 겨울에 뉴욕 가기

10. 샌디에이고 바다에서 수영하기

11. 조급함 버리기,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즐기기



좋네요. 한 학기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값질 것 같은데, 교환학생을 통해 어떤 것들이 변할 것 같나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또 요즘은 미국에서 보는 예능을 내 방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니까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분명한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것 같다는 점이에요. 혼자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필요한 요금을 지불하고 가계부를 쓰고... 내 시간을 온전히 나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미국 살이는 한국에서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하면서 성취감도 느낄 것 같고요.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나 채널만 만들어둔 유튜브 등... 우선순위에 밀려 시작하지 못한 개인 작업물을 만들어갈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이 끝날 때쯤에는 제법 글과 영상이 쌓여있지 않을까요?


인간관계도 변하겠죠. 온통 한국인뿐이었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다양한 인종이 추가되고, 그들과 소통하며 영어 실력도 늘었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배운 토종 한국인 영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길 원해요. 이건 이루고 싶은 목표에 더 가깝습니다. 변했으면 좋겠는 것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 같네요.


변했으면 좋겠는 것들 중 하나는 제 성격인데요. 저는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불안해집니다. 야외 촬영이 있는데 날씨가 좋지 않다던가 하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죠. 괴로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 해외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다 보면 매 순간순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일 것 같아요. 그들의 문화와 전통이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매번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서 서서히 저의 강박적인 성격을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변할 것 같은 면모와 변했으면 좋겠는 부분까지, 재밌는 답변이네요. 그렇다면 지금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건강이 제일 걱정이에요ㅎㅎ... 제가 체력도 별로 안 좋고 음식에 쉽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거든요. 한국은 그냥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바로 처방을 받으면 됐지만 미국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일단 학교 내에 보건소를 제외한 24시간 병원은 택시 타고 20분 거리에 있더라고요. 건강 관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실 야외활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은 좋아해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만, '사람들과 편안한 차림으로 집에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집순이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그런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면 친구 사귀기 어렵겠죠? 귀찮더라도 일단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초반에는 그렇게 할 것 같은데 갈수록 또 귀찮아햘 것 같네요. 제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기를!! 그래서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기를.



좋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교환학생을 마친 12월의 스스로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학기의 여정이지만, 많이 배우고 경험했으면 좋겠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가끔은 무모하고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는 일이라도 도전하자. 인생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변화를 선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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