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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Oct 21. 2021

한양도성과 사람들, 돌레지기 분들을 만나다.

"한양도성과 성곽 마을에 깃발을 꽂다"

돌레길 정지혜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새로웠고, 성곽마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대표님의 배려로 돌레길의 해설사 분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혜화 성곽 마을에는 성균관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과거의 성균관 학생들이 주변의 마을과 어우러져 지낸 것처럼, 성균관 대학교의 학생들 또한 성곽마을의 보존에 관심을 가지고 힘 쓰고 있다. 돌레길은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젊은 대학생부터 오랫동안 그 마을에서 거주한 주민분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오직 한양도성과 성곽마을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모였다. 비대면 화상으로 진행한 이 인터뷰는, 화면 너머로 보이는 해설사 분들의 따뜻한 표정과 빛나는 눈빛을 담았다.


Q1. 돌레길은 성곽마을 재생에 기여하며, 다양한 여행코스를 통해 마을의 중요성을 알리고 가치를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돌레길의 해설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주희: 저는 성곽마을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성곽길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성곽에 대한 가치와 성균관대학교 등 주변 지역을 자연스럽게 잇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노은: 저는 성균관대 2학년으로 재학중입니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성곽길의 보존 가치와 경험해볼수록 이 주변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변에 대해 알 기회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에 해설사가 되어 직접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조영남: 명륜이라는 성곽 동네가 다른 동네와 차별되는 역사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활동하면서 신선하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꼈습니다. 주민 분들 입장에서도 미처 보지 못한 마을의 모습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현미: 마을에 살며 마을 활동도 하고, 마을에 대한 관심도 기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을 탐방하면서 우리 마을에도 가치 있는 문화활동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시작한 활동인데, 성곽마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균관대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활동한다면, 더불어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2. 돌레길 해설사 분들이 가장 해설하기 좋아하는 구간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이주희: 서울국제고등학교, 서울과학고등학교 뒷길을 좋아합니다. 성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밤낮으로 다닐 수도 있고, 숲길 느낌도 있어 좋습니다. 전망처럼 북정마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도 있습니다.


김노은: 직접 해설하는 것은 이번주에 시작했다는 점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성벽을 따라서 가는 길입니다. 고즈넉함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해설을 들으시는 분들 또한 이곳이 코스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이루제에서 진행한 와룡공원을 지나는 구간으로, 숨은 문이 있는 곳입니다. 친구들이랑 가면 잘 모르지만, 해설을 들으면 이곳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해요.


조영남: 혜화문에서 전경을 바라보는 구간을 좋아합니다. 또한 서울 시장 쪽에서 일본인 영화감독이 거처한 장소까지 내려오는 길도 좋아합니다. 현재 이곳은 안내센터로 리모델링하여 관람객을 받고 있으며, 옛가옥의 특이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혜화의 건축물 중에서는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아트센터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예술에 가까운 건축물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서 소개하고 싶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개를 잘 안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협업을 맺어서 가끔 공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주변의 오래된 골목길의 주택이 품은 시대적인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현미: 제 의견은 이주희 선생님과 비슷합니다. 이루제에서 올라가는 사잇길에서 과학고까지의 길이 성곽길에서 용의 꼬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성북동과 종로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Q3. 성균관대학교 창업지원단 캠퍼스타운사업단이 성곽사협 및 돌레길과 함께 성곽마을 재생과 지역상생의 성과 도출을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채결했습니다. 돌레길에도 성균관대학교 출신 해설사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성곽과 가까운 대학을 다니며 생긴 특별한 기억이 있을까요?


김노은: 성균관대학교 안에 위치한 경전 같은 경우에는 유생들의 하루 코스에도 지나가는 식으로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그곳의 단풍이 색이 예쁘게 피어있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 안팎에서 성곽과 역사적인 장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게 좋습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한 뒤, 저녁먹고 "낙산공원이나 와룡공원에 갈까?"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Q4. 해설사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나 여행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주희: 야행으로 갔던 성곽길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치도 일상적이지 않지만, 밤에 조명을 받는 성곽을 바라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성곽길이 마치 환상적인 길 같았습니다. 그래서 밤에 다니는 성곽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명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그때그때의 분위기가 달라져서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김노은: 성곽 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설을 들으면서 이루제에서 이러한 풍경을 아크릴화로 그리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여행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집에서도 보관할 수 있는 추억거리라서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풍경은 순간적이어서 그때 그시간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영남: 해설 보조 활동을 하며, '성균관' 자체를 좋아합니다. 계절이 변하면서 풍경도 변하는게 예쁩니다. 성균관 마당의 두 은행나무가 뿜어내는 위용도 감동스럽습니다.


김현미: 행천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같은 종로구지만, 식물배양, 요리 활동처럼 혜화와는 다르게 많은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혜화에는 그러한 프로그램이 없다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같은 성곽마을지만, 그 쪽 마을의 체험거리를 보면 부럽습니다.     


Q5. 저희는 한양도성을 알리고 보존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 또한 마을 보존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에 어떤 점에 주목하여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주희: 역사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기와집의 형태부터, 송시열의 글, 길목마다의 건축사까지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성, 역사성에 주목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혜화의 정취는 성곽길, 성균관, 동네 내의 모습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모습을 엽서로 남겨놓는 등의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기억 속에서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동네'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노은: 저희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성균관대 학생들, 지망생들, 마을 분들입니다. 처음에는 흥미를 고취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혜화동' 노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촬영지,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촬영지처럼 수많은 시, 드라마, 노래와 같은 문화콘텐츠에서 이 동네를 다루고 있으니, 탐방객들에게도 동네의 가치가 전해진다면 좋겠음. 참 기억에 남는 장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영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성이 담긴 독특한 동네라고 생각학니다. 탐구적인 탐방객이라면 과거와 현재가 이곳에서 어떻게 대비되는 지도 심도 있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이 동네에 예술의 향기가 있다고 느끼는데, 그 문인들의 발자취도 좇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미: 혜화동과 명륜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수많은 문화인, 교육인, 정치인들을 배출해왔습니다. 송시열 집터처럼, 이분들이 살았던 공간들이 다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흔적이 골목에 있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이러한 곳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었으면 합니다.      


Q6. 돌레길은 단순한 여행사가 아닌, 지역의 대학과 지역주민의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모델입니다. 앞으로 돌레길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주희: "깃발을 꽂다?" (정지혜: "정점을 찍고 싶은거?") 이러한 공간 안에서 이러한 좋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젋은 피를 지닌 학생들과 함께 해보니, 활동에서도 더불어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도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노은: 주민과 학생 대상이다보니, 탐방에 참여하는 것이 다른 탐방객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관계 네트워크 형성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일부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근 학교 학생이라면, 거주자라면, "돌레길은 꼭 해봐야지"라고 말할 수 있는 필수코스로 명성을 다지면 좋겠습니다.


조영남: 우리 마을 만의 특성이자 다른 마을이 부러워하는 우리만의 특징이라고 자부합니다. 성균관대학교를 품고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서 이곳의 가치와 혜택, 역사성을 발견하고, 이곳 주민들 못지 않게 동네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서 마을 활성화에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주었으면 합니다.


김현미: 아직 첫 걸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에 역사성을 지닌 공간이 많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누구나 헤화명륜탐방해설사를 거쳐가는 과정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의 인적 자원과 지식 등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만들어, 마을이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7. 여러분에게 한양도성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주희: 나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존재감을 느낍니다.


조영남: 저에게 한양도성은 힐링 공간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편한 차림으로 나와서 걸어보면, 힐링이 됩니다. 야경을 바라보며 걸으면 새로운 의욕이 샘솟는 공간입니다.


김노은: 저에게 한양도성이란 '욕심'이다. 그동안 한양도성을 누리고 싶었던 만큼 누리지 못해서 아쉬워서 참여합니다. 한옥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는 옛것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가까이 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김현미: 저에게 한양도성이란, '시원한 바람'입니다. 마을을 통해서는 시원함을 못 느껴도, 산을 타면 시원한 바람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는 마음도 들고, 설렘도 들고… 그래서  저에겐 '시원한 바람'입니다.          


설국도성은 전부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래서 돌레길 해설사 분들과의 만남은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의 힘과 능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해설사 분들, 다시 말해 ‘돌레지기’ 분들은 성곽마을을 단순한 주거지로 보고 있지 않았다. 성곽마을은 한양도성의 보존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유산이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다. 돌레길 해설사 분들은 빠르게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한양도성을 따라 이어진 저층 주거지의 매력, 그 사이사이에 위치한 역사의 흔적들을 알린다. 한양도성이 있기에 성곽마을이 있고, 성곽마을이 있기에 한양도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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