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지와 슈나우저
나는 지금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
동물보호과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 달 반 넘게 매일 수많은 반려견들을 만나고 지켜보며 주마다 나만의 '키우고 싶은 개 베스트 5' 차트를 만들어 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버전 개 탑티어를 소개해 본다. (이 챠트는 계속 바뀔 것이다)
(개와 만난다는 건 객관적인 지표나 이론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인연과 운명임을 명시한다!)
(그리고 개는 쇼핑이 아닌 입양으로 만나야 할 시대임도 강조해보며~)
1위_미니어처 슈나이져 (삼일 전에 갑자기 부상. 부동의 1위 비글 제치다)
2위_비글
3위_시바견
4위_그레이하운드
5위_보더 콜리 or 셔틀랜드 쉽독
번와 챠트
애교 1위이자 애인이 좋아하는 개_불독
1위_미니어처 슈나우저
외모로는 절대 1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옹골찬 녀석이다.
소견에 비해 엄청난 활동량과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털도 이쁘다.
하지만 무엇보다 1위가 돼버린 강력한 이유는 강형욱 조련사의 설명에 기인한다.
이 견종은 주인과 살며 주인의 분위기를 따라 간다는 것이다.
주인과 자신의 스타일을 맞춰 간다는 것!
그 말에 난 녹아버렸다!
그래서 이런 결론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 개가 엄청나게 짖고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집에 참으로 말 안 듣고 짖는 존재가 있다는 것! ㅋㅋ
그런 배려의 동물이면서도 엄청난 활동 에너지가 있다는 것에 가삼점이 팍팍이었다.
2위_비글
악마지만 사랑합니다!
예전에 인기가 있었지만 요즈음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그닥 많지 않은 견종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비글이 아닐까 한다.
키우기 힘든 악마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환경에, 좁은 도시생활에 맞지 않는 개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맛보면 이 친구 정말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놀이터에서 비글이 뛰노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사람도 좋아하고, 개들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같이 놀자고 밀고 땡긴다.
항상 놀이의 중심이 되는 분위기 메이커다.
노는 데, 장난치는 데 1등이다. 이길 개가 없다.
놀이터에서 개들이 뛰어놀 때 견주들이 각자 행복해 하지만 서로 보면서 웃고 즐거워 하는 경우가 꼭 많은 건 아닌데 이 비글 녀석을 보면 미소를 짓고 어느새 비글 주변으로 모이게 된다.
다른 사람이 가져온 물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물고 도망치는 녀석의 넉살은 참....
우울함과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비글을 만나보시는 행운을 누리시길!
어차피 대형견 키우려면 하루의 긴 산책은 그냥 의무이다. 어차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 친구와 놀다보면 살이 무조건 빠질 것이다.
그냥 사람을 두질 않는다. +다이어트 효과 기대
비글의 성격을 이용한 치유법도 권장하고 싶다.
사랑하는 친구나 지인이 우울해 한다면, 집을 나서지 못하고 그 안에서 고여만 있다면
이 친구를 그 집에 보내길 권해본다. 일주일 정도 친구나 지인을 위해 보내보라!
그러면 그 친구는 집에서 나와 들판과 공원을 뛰어다니며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일단 개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받다 웃게 되리라!
3위_시바견
중형견이 키우기가 가장 수월하다는 말이 있다.
대형견이 가진 운동성과 듬직함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큰 친구를 기르는 부담감과 벅참을 일반사람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중형견이 좋은 거 같다.
스피츠도 좋고 웰시와 닥스훈트도 좋고 진도도 불독도 좋겠지만
보다보니 시바견이 매력 넘친다.
미끈하고 깔끔하고 선명한 털색도 이쁘면서, 토속적인 진돗개의 자연미(풋풋함)도 가지고 있고
또 은근 소형견이 가지고 있는 귀여움도 장착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확실히 인기가 있나 보다. 나 역시 납득됐다. (끄덕끄덕)
요즘 개 관련 일을 하다보니 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 <벤지>가 떠올랐다.
그 개의 모험과 영특함에 푹 빠졌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동료에게 그 이야기를 하는데 넷플릭스에 예전 영화는 아니지만 <돌아온 벤지>라는 영화가 올라와 있다고 알려주었다. 오모나?!!
그래서 봤다. 재밌게 봤다. 연출에 아쉬움도 있고 더 섬세하게 다뤄졌으면 했지만 그럼에도 재미난 영화, 사랑스런 영화였다. 역시나 예전에 봤던 영화가 투박해도 더 좋았던 기억이다.
예전에 벤지를 보며 미치도록 저런 개를 키우고 싶다, 개와 함께 집 안에서 살고 싶다, 집 현관문 아래 개가 드나드는 통로문을 만들고 싶다 등등 벤지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나는 80년대에 티비 시리즈로 접했는데, 자료(나무위키)를 보니 벤지는 1974년 영화가 시작점이었다. 영화가 크게 히트하며 이후 후속 영화가 시기마다 나오고 티비 시리즈로도 제작됐다고 한다. 스타 개 탄생!!!
그리고 개의 실제 이름은 아쉽게도 벤지가 아닌 '히긴스'였다고 한다.
'히긴스는 감독인 조 캠프(뛰어난 동물 조련사이기도 했다)가 동물 보호소에서
강아지 때 데려온 유기견이었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잡종견으로 보더
테리어+코커 스파니엘+슈나우저+푸들 등이 섞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위키)
히긴스라 해도 영화팬들은 모두 벤지라 부를 것이다. '벤지는 영원히 벤지니까!'
최근에 작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라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에 대한 소개에서 재미있던 부분은 영화에 출연한 개의 연기가 훌륭해 칸느에서 주는 '개 연기상 palm dog award'을 수상한 내용이었다. (극중 이름 '스눕', 메시라는 이름의 보더콜리가 연기)
'추락의 해부'를 보고 스눕이 정말 훌륭한 연기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을 했던 벤지에 비할 수는 없다. 개 연기의 명예의 전당에는 언제나 벤지가 있다. 예전 세대에게 벤지는 개의 가장 이상적인 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다시 언젠가 개를 키우게 되면 그 개의 이름을 '벤지'로 하고 싶다.
'벤지' 좋다. 벤지라는 이름 때문에라도 똑똑해질 것이다~~~~
여자면 땡순이
남자면 땡팔이
이젠 안된다.
이젠 '벤지'다.
1974년 영화 <벤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