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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화 Apr 18. 2024

비숑과 시바견에 대한 단상  

편견


나는 지금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 

동물보호과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매일 개와 그의 보호자들을 보고 있다. 


비숑과 시바견에 대해 쓰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주말에 소형견 놀이터에서 

비숑 8~9마리가 내 주변을 감싸며 나를 쳐다보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며 현기증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기 농장인가?! 이건 아닌데~~~ 어지럽다 어지러' 


귀여움의 폭격에 순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보호자분들이야 잘 구분을 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 이 비숑 친구들을 구분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나를 감싸고 빙빙 돌았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개를 키우는 트렌드, 키우는 견종의 유행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인기종 중에 하나가 비숑과 시바견이다. (보더 콜리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한때 스타필드에서는 비숑의 퍼레이드가 벌어지곤 했다. 


대부분의 글이 개에 대한 예찬이지만 

비숑과 시바견에 대해서는 이런 말들을 써보고 싶다.


비숑과 시바견은 인기에 비해 그렇게 어마어마한 매력의 소유자들은 아니다. 

그들은 과대평가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1. 비숑

이쁘다 더없이 이쁘다. 이건 뭐 거의 인형이다. 


그런데...

말티즈도 보고 푸들도 보고 테리어 종들도 보았을 때 그렇게 압도적이지는 않다. 


이 친구들은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커보이는 머리털을 보유하고 있는데 

날씬한 개라면 인형처럼 이쁘지만... 

이 친구들이 비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친구들이 살이 찐 상태면 꽤나 기이한 대두의 비율을 지니게 된다. 비율상 6:4, 7:3 정도로 비만인 친구들이 많은데 지나치게 머리가 커서 가끔 기형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이 친구들 성격(성갈)이 애매하다. 애매하게 사납다.  


말티즈가 미친 듯이 짖는다. 대형견 존에 개에게 계속 도발을 하며 짖는다. 절대 쫄지 않는다. 하룻 강아지지만 그 기세는 호랑이에게도 지지 않을 기세라 가끔씩 놀란다. 이런 모습을 비숑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짖는다. 맹렬히 짖고 도발한다. 그런데 이들은 말티즈처럼 끝까지 싸우지는 않는다. 이왕 짖고 덤빌 기세라면 끝까지 가야 작지만 용맹하군, 할텐데.

이 친구들은 그 정도에 이르지 않고 시끄럽고 통제가 안되는 느낌으로 전락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놀이터로 올 때부터 이미 난리다. 빨리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몸부림을 친다. 이미 와 있는 친구들을 향해 맹렬히 짖는다. 그래서 발걸음 재촉해 놀이터에 내려놓으면 갑자기 그냥 조용해진다. 갑자기 뚝이다. 이런 모습을 여러번 목격했는데 그때마다... 좀 당황스럽다. 쩝.  


비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이 말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유행 때문에 남들이 이쁘다고 비숑을 가지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비숑 이상으로 이쁜 소형견은 많다고 말하고 싶다. 


빠삐용
배들링턴 테리어 

비숑은 관리를 엄청 잘하면 미모 1위가 될 수 있지만 조금만 제대로 안하면 그 어느 개보다 별로 안 이쁘며, 의외로 주인을 배려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나는 푸들을 더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빠삐용이 쉽게 보이지 않는데 빠삐용도 꽤나 매력적이다. 배들링턴 테리어도 착하고 이쁘다.  다양한 종류의 테리어 종류들도 더 많이 보였으면 한다. 


2. 시바견 

깔끔 단정하다. 털색도 선명하다. 든든한 개다. 진돗개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매력도 가지고 있다. 적당한 크기의 중형견, 키우기에도 부담은 없을 친구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 보호자에게 충실하고 사랑스럽지만 개들에게는 별 관심 없고, 트러블도 꽤 많다. 

은근 까칠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른 종들에 비해 개들과의 친화력이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 


보호자와 개와의 1:1 관계에서는 아무 문제 없겠지만 사회성면에서는 그렇게 부드러운 존재는 아니다. 

무리들 사이에 시바견이 등장하면 개들이 주목을 한다. 뭔가 다른 느낌, 다른 냄새가 나는 거 같다. 하지만 처음 인사할 때가 지나면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시바견은 까칠한 개인주인자에 가깝다. 


나의 경우, 시바견을 보면서 진돗개의 매력을 새삼 더 발견하는 사람에 속한다. 


아, 그런 맥락에서 추천하고 싶은 견종이 있다. 

바로 호구이다. 호구는 외모 때문에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내가 놀이터에서 만난 호구들은 더 없이 순진하고 착했다. 그 털색은 보면 볼수록 오묘하다. 신비롭다. 유니크한 존재이면서 주인에게 충실하다.

외모에 대한 편견만 한 번 걷어내면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게 진돗개 호구가 아닐까 한다. 


진돗개 호구 

아니다 다를까 최근 한 달 사이에는 호구들이 많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이 친구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가족이 되는 거 같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비숑과 시바견은 조금 과한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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