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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 아빠

'노는 만큼 성공한다 '을 읽고.

 2020년 11월 승우가 태어남과 동시에 나는 아빠가 되었다. 10개월간 어떤 아빠가 될지 생각해보자는 고민을 하다 보니, 아빠가 되어있었다. 태아 시절에는 태교에 대하여 공부를 했다. '나름대로 노력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각종 서적, 강의 등에서 이야기하는 태교법을 따라보기도 하고 나름 나의 생각을 갖고 태교라는 것을 흉내를 내 보았다. 이것이 나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다 혹은 도움이 된다던가의 느낌은 솔직히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꾸물거리는 작은 생명이 눈앞에 있다.


 '어떤 아빠가 고 싶은가?' 나에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어린 시절 나에게 던졌던 '나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 보다 더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행동, 말투, 눈빛, 삶의 태도, 그 외에 어떤 것이든 정말 그 무엇이든지, 이 새로 태어나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하니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라는 나의 물음은 '아이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고, 이 은 다시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으로,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부모님들은 반드시 고민해봐야 질문이 아닐까. '우리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말이다.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는 어떤 삶이란 당연히 직업적인 것은 아니다. 소위 '사'자 들어거나, 명문대를 간다던가 하는 것들은 결국 어떤 삶의 한 과정이자 수단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목표가 될 수 있는 어떤 사람, 삶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고민 끝에 나는 아이가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 행복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행복이란 것은 굉장히 추상적 단어로 그 행복이란 단어에서 무수히 많은 가지들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나온 가지 단어들 조차도 추상적 관념일 가능성 많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 개념을 갖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정리를 해보았다.


행복한 사람


1. 즐길 줄 아는 사람

 : - 문화, 예술을 보고 감상, 감탄할 수 있는 사람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

   - 상상할 줄 아는 사람

2. 노력할 수 있는 사람  

 : - 결과에 못지않게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

   -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며, 결론을 지을 수 있는 사람

   -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3. 더불어갈 수 있는 사람

 : - 주변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 나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

   - 다양성을 이해하는 사람

4. 자존감 높은 사람

 : -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

   - 자아 성찰할 수 있는 사람


 더 고민하고 생각해본다면, 더 많은 문장들이 나오겠지만 우선 내가 생각했을 때, 행복하기 위해선 위의 4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즐길 줄 알고, 노력할 수 있고, 더불어갈 수 있고, 자존감을 갖는다는 것. 어떻게 하면 이러한 것들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에 대한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10년 전 감명 깊게 읽었던 김정운 교수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을 다시 펼쳤다. 제목부터가 매력적이고, 놀이와 재미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라는 내용의 책으로,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고마운 책이다. 놀이라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잘 놀다'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부어라 마셔라'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노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의 놀이에 대하여 알려주고,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놀이가 우리의 삶을 멋지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재미있는 놀거리들이 줄기차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도, 소설책을 읽고 감명받는 것도, 영화를 보고 또는 토론을 하기도 해 보고, 연극을 해보고, 테니스를 치고, 서핑을 하고, 여행을 하고, 글을 써보고, 글씨를 써보고, 레고를 조립하고, 그냥 멍 때리기도 하고, 공상에 빠지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무엇이든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놀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일이 되느냐, 공부가 되느냐, 놀이가 되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언어 시간에 배웠던 문학에서 시를 분석하고, 소설을 분석하는 것은 공부였다. 당시에는 외우고, 틀리고, 맞고의 문제였지만, 내가 직장인 극단에서 내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토론했던 것은 분명 놀이다. 그때 나는 '아!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내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구나. 그래서 교과서를 만든 교수님들이 그 내용을 넣었던 것이구나. 그것을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그래도 공부를 하던 축에 속한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친구들은 이러한 풍요로운 재료들을 학창 시절에 배웠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자만이나 자랑이 아니라, 우리는 어린 시절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영양분을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능력들 중 놀이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들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 해결 능력, 토론능력, 집중력, 여러 일을 한 번에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 등등 말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러한 것들도 노는데 중요한 능력이다. 놀이, 일, 학습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위와 같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놀 때도 문제 해결을 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고, 멀티태스킹은 물론 협동 그 외 우리가 일할 때, 공부할 때 필요한 모든 능력을 필요로 한다. 나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믿는다.

 

 나는 나의 아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눈이 반짝이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이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세상은 정말 최고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36년간 실컷 놀아온 경험을 살려 아이와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생각해보고 계획을 짜 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놀이의 큰 법칙은 간단하다.


놀이의 법칙


1. 진짜로 노는 것이어야 한다.

2. 재미있어야 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가르칠 목적은 있어야 한다.

4. 하지만 놀이어야 한다.


 재미있고, 노는 것이어야 한다. 일단 재미있어야 놀이이고, 같이 할 수 있고, 무언가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가르쳐야겠다는 것은 명확해야 한다. 내가 이번 놀이를 통해 무엇을 가르칠지 목표를 정해야 방향성 있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법칙은 내가 실제로 아이와 놀아보면서 더 효율적으로 바뀌겠지만, 일단은 위의 내용을 기본으로 놀이를 계획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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