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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여사 Jan 31. 2023

커리어 우먼에서 전업주부로

네덜란드 엄마 Ep.03

커리어 우먼에서 하루아침에 전업주부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위케에게도 쉽진 않았으리라. 나 또한 호주에 있을 때 둘째 아이 임신 5개월이던 무렵 퇴사를 하고 주부로서의 시간이 쉽지 않았기에 그녀가 겪어야 했던 혼란스러운 시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는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나라이기에 내가 여기 말레이시아에서 살면서 메이드의 도움을 많이 받았듯이 그녀도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이 그녀가 그나마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호주에서 살 때 회사일, 육아, 집안일 등 감당되지 않는 수많은 일을 저글링 하느라 무너지고 있었듯이 그녀도 네덜란드에서 워킹맘으로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을 테니.


위케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티튜드로 금방 적응해 나갔다. 자신과 같이 일을 그만두고 반강제 전업주부가 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주재원 부인들과 어울리며 금방 적응해 나갔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번 이상 일어나는 지진과 홍수, 총기사고가 일어나는 필리핀에서의 시간을 그녀는 "긴장의 연속"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학교로 들어갈 때 공항입국을 방불케 하는 안전체크를 매일 해야 하는 일상은 평화로운 네덜란드와는 큰 차이가 있었을 테니.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지진, 홍수 같은 위케의 모국인 네덜란드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그녀는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그녀는 이런 모든 사건과 시련(?)을 재미있는 모험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처음 호주에 갔을 때 좌충우돌 적응해 나가려고 부단히 도 애썼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래... 나도 그때는 꽤나 겁 없는 여자아이였지.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러 그녀는 인도네시아로 가게 된다.


그녀에게 인도네시아는 살기 쉽지 않은 나라라고 했다.


일 년에 한 번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극심한 공기오염은 천식이 있는 두 아들을 시시각각 어려움에 밀어 넣었고 매일 마주해야 하는 교통지옥은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외국인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 자유의지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고, 대부분이 비포장도로 여서 차 없이 걸어서 산책을 나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테러 위협으로 학교의 안전체크는 필리핀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삼엄했고 매일 학교에 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1년 후 남편에게 말레이시아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녀는 굉장히 기뻤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의 세 번째 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위케와 나의 인연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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