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엄마 Ep.04
위케와 나는 나의 둘째가 4학년 때, 그녀의 둘째 아들이 4학년 때 처음 만났다.
아이들이 발표를 하던 어느 날, 학부형들이 모두 초대가 되었고 귀엽게 재잘대는 (내용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발표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러 갔을 뿐) 그 발표회에서 우연히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동양 여자에게 환한 웃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온 그녀는 알고 보니 우리 아들과 같은 반 남자아이의 엄아였다. "난 Ethan의 엄마야. 넌?" "만나서 반가워. 난 Bram의 엄마야. 난 네덜란드에서 왔어" 그녀의 영어는 유창했다 (유럽에서 오는 많은 서양인들은 의외로 한국인만큼이나 영어에 서툰 경우가 많다) 그렇게 짧게 인사를 나눴지만 그녀가 선입견 없는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일종의 촉 같은 게 생기는데 이 사람이 웃고 있지만 뒤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웃는 건지 뭔가 느낌이 온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웃지 않고 무뚝뚝한 사람들이 진국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은 처음에는 뭔가 친근하지는 않은데 오래 알고 지내면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오히려 다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호주 사람들이 겉으로는 친절한 척 해도 뒤로는 싸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생각이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유럽 사람들이 낯선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건 우리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우리가 낯설기 때문이다(물론 인종차별자들은 제외하자). 우리가 흔히 금발머리 울렁증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도 검은 머리 울렁증이 있는 거라고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서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까워지다 보면 결국 똑같은 사람이고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위케와 내가 가까워지게 된 건 온전히 아들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서양권 아이들, 특히 북유럽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던 아들은 당연히(?) 브램과 베프가 되었다.
매 주말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이번주는 우리 집, 다음 주는 브램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슬립오버(친구 집에서 놀다가 자고 오는것)를 하다 보니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아주 천천히 우리는 조심스럽게 서로 지구 반대편에서 온 서로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