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올드머니가 그것이다.
OLD MONEY, 말 그대로 대대손손 물려 내려온 부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말로는 금수저가 가장 근접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러내지 않지만 은은한 귀티가 나는 패션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지만 올드머니는 단순히 금수저라는 뜻보다 그 배경을 알면 더 깊은 뜻이 숨어져 있다.
귀족 문화가 이어져온 유럽의 명망 있는 귀족가문은 과거 나라를 위해 많은 것을 헌신했다. 기부라는 개념을 넘어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이바지한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들은 막대한 부를 기반 삼아 탐험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나라의 힘을 키우는데 일조했으며 그러한 방식으로 미지의 세계에 투자를 하고 세상을 넓혀 나갔다. 뿐만 아니라 돈 없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고가에 사들이며 수많은 명망 있는 예술가들을 탄생시켰다. 그 시절 예술작품은 올드머니들만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서양권 문화에서는 올드머니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돈이 많은 집안이라는 관념을 넘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재산을 기꺼이 내어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개념과 직결되어 있기에 올드머니들에게는 막대한 부에 대한 부러움과 그들의 베풂의 자세에 대한 존경이 같이 따라다닌다.
미국에서 IT붐을 타고 생겨난 수많은 신흥부자들, 즉 뉴머니 중 빌게이츠처럼 기부도 많이 하고 백신산업을 통해 의료의 힘이 닿지 않는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의 행보는 그가 뉴머니에서 올드머니로 들어가는 가장 큰 척도가 되었다. 그가 뉴머니 출신 올드머니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명망 있는 가문에서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에게 비밀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나라를 되찾는데 애쓴 기록이 남아 있다. 아쉽게도 전쟁을 겪으며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올드머니는 찾아볼 수 없고 뉴머니만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올드머니를 동경한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재력을 플렉스 하는 것이 아닌 문화발전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같이 더 큰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뉴머니를 시기질투 한다.
내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느낀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의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은 부자가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베푸는 마음. 즉 기부나 봉사가 일상의 일부분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generalize는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은 봉사에 대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서양사람들은 봉사를 쉽게 생각한다. 뭔가 거창하게 해야만 기부나 봉사가 아니라 내손에 닿는 일부터 도와주면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 노력한다. 국제학교에서도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통해 기부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수많은 기부 행사가 있다. 기부란 그들에게 내게 남은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나의 소비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는 개념이 섞여 있다.
일례로, 학교행사가 있을 때 한국 엄마들은 내 아이와 직접적 영향이 있는 행사에만 참여하거나 그마저도 부담스러워서 안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엄마들은 시간이 되는 한 내 아이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아도 도와주려고 한다.
내가 이만큼 봉사했는데 너도 이만큼 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말 그대로 배품의 자세로 내가 돌려받지 않아도 내가 베풀 수 있는 만큼은 베푼다는 자세를 가진 부모들이 많다. 그것이 기부 형식의 돈이건, 내가 봉사하는 시간이든, 노동이든 말이다.
내가 부러웠던건 그들이 선진국이나 부강한 나라에사 왔다는 점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봉사 마인드가 참으로 부러웠다.
우리도 그런 봉사가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가 정착 되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