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골골송
백신 접종 1일 차, 머리가 조금씩 아파왔다. 흔한 두통의 느낌은 아니었고, 설명하자면 마치 술 많이 마신 다음날 아직 뇌가 알코올에 푹 젖어있는 내 머리통을 누군가가 잡고 뱅뱅 돌린 탓에 속이 좀 메스껍고 어지러운…. 그런 생경한 느낌이었다.
주사를 맞은 부분에 압통이 있고, 팔 전체에 묵직한 근육통이 생겼다. 세상 효녀인 개딸 콩순이는 소파에서 아빠가 있는 쪽으로 갈 때 대개는 옆에 찰싹 붙어 있는 엄마(나)의 몸뚱이를 건널목처럼 사정없이 밟고 지나가는데, 백신을 맞고 골골대는 엄마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콩순이는 그날도 내 몸을 무자비하게 밟고 지나갔다. 그것도 주사 맞은 부분을 정확히 명중하여. 늘 밟히는 처지지만 그날따라 콩순이가 더욱 괘씸해서 궁둥이를 한대 툭 때리고 모른 척했다.
항체를 만드느라 몸이 힘들었던 건지 내내 잠도 쏟아졌다. 밤 10시도 안 된 시간에 슬 졸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역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면욕이 덮쳐왔다. 일찌감찌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벌렁 누워서 아이패드로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퓨즈 끊기듯이 탁- 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백신 접종 2일 차 아침. 일어났는데 여전히 어지럽고 몽롱한 상태. 가습기에 물을 넉넉히 채우고 수면양말을 챙겨 신고 온수매트의 온도를 최대치로 높이고 콩순이를 불러 옆에 눕히고 본격적으로 잤다. 자고 또 잤다. 점심 무렵에는 남편이 집에 들러서 같이 짜장면을 시켜먹고, 남편이 사다준 아이스 디카페인 라테를 마시고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밤에는 체온이 37.5도 정도로 살짝 미열이 올랐고, 오한이 들었다. 수면잠옷을 챙겨 입고 생리통이 있을 때 사용하는 찜질팩을 따뜻하게 데워 껴안고, 난방을 틀었다. 영양제와 홍삼, 타이레놀도 한 입에 털어 넣고 꼬깔콘도 한 봉지 뜯어먹고 추리소설을 조금 읽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 기분이 상쾌하다. 팔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졌다. 뇌에 불투명한 막이 씐 것처럼 몽롱한 느낌도 사라졌다. 기분이 좋다. 꼬박 이틀을 앓고 힘들게 얻은 항체가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보호해주리라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