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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Nov 06. 2021

오디션 프로그램의 잘못된 차별화,
극한데뷔 야생돌

극한데뷔 야생돌 리뷰 및 비평

 새로운 오디션 예능, ‘극한데뷔 야생돌’이 등장했다. 몇 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무대 위로 올라가지만 그 마저도 소수에게만 다음 계단을 허락하는 치열한 아이돌의 세계. 누구는 이것을 야생이라고 부르며 데뷔를 하는 순간을 극한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야생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함을 시사하며 등장한 ‘극한데뷔 야생돌’은 정말 리얼한 야생에서 아이돌을 만든다는 설정으로 첫 화를 내놓았지만 4화가 끝난 지금 0.8%라는 낮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독특한 설정과 파격적인 변신이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내고 있는 ‘극한데뷔 야생돌’을 샅샅이 살펴보도록 한다.



인기 예능을 모두 섞어놓은 포맷

 

첫 번째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에 있다.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첫 화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한 체력을 검증한다거나,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 그랬다. 최근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강철부대’의 미션 내용과 ‘싱어게인’의 포맷이 합쳐져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참가자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곡을 커버해야 하고 새로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춰야 했는데, 이 점은 한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켰던 프로듀스의 방식과 비슷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극한데뷔 야생돌’만의 차별화된 포맷과 배경도 존재했다. 바로 진짜 야생에서 연습생들을 아이돌로 키워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공간에서 연습생들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과정을 경험했다. 텐트를 치고 야생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았던 ‘체력 미션’을 시도했던 것, 야생에서 거울도 없이 춤과 표정을 연습했던 것. 하지만 이게 과연 신박한 차별화 전략이었을까?

 나는 과감하게 잘못된 차별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들을 비춰주고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 프로그램도 만들었어’, ‘어때 새롭지? 독특하지?’. ‘야생에서 오디션하는 프로그램 본 적 있어?’ 등과 같이 프로그램의 형식에 대한 호평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갈구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독특할 필요는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아이돌이 탄생하는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프로그램의 정수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극한데뷔 야생돌’의 포맷도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습을 함에 있어서 최악의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울 없이 춤과 노래, 표정을 연습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것이며, 야생에서 만들 수 있는 무대가 없기 때문에 대중들이 매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개인 직캠, 단체 군무 영상, 여러 커버 무대 영상 등이 거의 없는 것도 당연히 무리수였다. 첫 만남부터 체력을 기른다고 입수를 하고, 산을 오르는 등의 훈련 역시 쓸데없으면서 흥미를 끌지도 못했다. 오히려 보는 내내 괜한 미션으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만 했다. 

 신선하다는 말은 프로그램에 있어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이번 극한데뷔 야생돌을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전혀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신선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패널 선정의 실패

 두 번째 극한데뷔 야생돌의 문제점은 패널 선정의 실패다. 액자식 구성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널이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패널이 부합해야 프로그램은 더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극한데뷔 야생돌’의 패널 선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패널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돌을 만든다고 하면서 아이돌은 두 명밖에 나오지 않았고 가수의 자질을 캐치하고 출연자의 매력을 뽑아낼 수 있는 뮤지션은 없었다. 오히려 재미를 위한 예능인만 잔뜩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냥 참여가 필요 없는 예능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출연자의 모습보다 패널들의 말과 행동이 더 많이 들어감으로써 ‘그냥 관찰 예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의 제대로 된 매력을 파악하기 힘들었고, 실력을 평가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저 프로그램에서 조명된 출연자의 이름만 알게 되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만들어내고, 시즌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널이나 심사위원이 주인공이 아니라 출연자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한데뷔 야생돌’은 개개인의 이름 파악이 힘들 정도로 출연진에 대한 분량을 주지 않았다. 대신 유명한 예능인들의 리액션을 넣음으로써 그저 MBC 관찰 예능 중 하나라는 생각만 심어주었다.


너무 빠른 탈락으로 인한 매력어필 시간 부족

 마지막 문제점은 출연자들이 너무 빨리 탈락하면서 매력을 어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실패한 이유는 많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만 대보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점을 실패 원인으로 뽑을 것이다. 첫 화에서는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아이돌이 되기 위한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강철부대’가 아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체력은 일단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는 능력 이후에 실시되어야 했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괜히 입수를 하고 산을 오르고, 온갖 야생을 뛰어다니면서 체력을 소진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춤과 노래를 보고 혜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체력 검증에서 1등을 한 사람이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아이돌의 끼를 보기도 전에 다들 체력은 바닥났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전 날부터 체력 검증을 한 탓에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며 힘이 빠져 제대로 춤을 보여줄 수도 없었다.

 그 다음 라운드에서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체력 검증으로 시간을 소비하게 된 후에 제대로 된 무대를 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로, 단 한 번의 단체 무대를 평가해서 절반의 출연자는 탈락하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참여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강력하게 프로그램을 홍보하지도 않았다.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해서 이름도 모를 스물 몇 명의 출연자들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개개인의 매력 어필 시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자 중에는 이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출연자도 몇 명 보였지만, 이름도 과거도 나이도 물을 수 없는 ‘극한데뷔 야생돌’에서는 화제가 될 만한 그 누구도 제대로 조명시키지 못했다. 공평한 조건을 위해 그렇게 했던 것은 알지만 시청자들에게까지 출연자를 조명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나이도, 과거도 모르게 된 시청자들은 출연자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식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프로그램 내 출연자들은 엉뚱한 미션으로 평가받고, 탈락되었다.      


 아직 초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극한데뷔 야생돌’이지만 이제서라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엔 많이 힘들어보인다. 레전드 영상으로 떠오를 만한 무대도 없을뿐더러 정말 기본적인 커버 무대 영상 또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클립 영상으로 유입되어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흐름도 생길 수 없다. 대신 극한데뷔 야생돌을 보고 느껴야 할 점은 굉장히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 조건은 무엇인지,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매력을 느끼는 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 할 것이다. 이번 도전은 비록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극한데뷔 야생돌’을 계기 삼아 더 재밌고 흡입력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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