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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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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Jan 01. 2022

밈의 근원지, MBC 과거 예능 톺아보기

 이제는 일상어가 된 ‘대박’이라는 말의 기원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대박의 기원은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에서 하하의 엄마가 ‘대박’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대박’은 큰 성공을 기원하는 말부터 일상적인 감탄사까지 다양한 쓰임새를 갖춘 말이 되었다. 이렇게 한 시대를 유행하는 말, 자주 쓰이는 표현들을 ‘밈’이라고 부른다. 특히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서 밈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런 밈의 대표적인 예시들이 제일 많이 등장했던 곳은 MBC였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쓰는 밈의 기원이 어디였는지, 어떤 의미로 이런 밈이 자주 사용되는지 MBC 밈의 근원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1. 우리 결혼했어요: 내 안의 박미선    

‘내 안의 박미선이 깨어나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내 안의 박미선이 깨어났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이 말은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나타나게 된 밈이다. 그 당시 패널로 참여했던 박미선이 가상 커플로서 케미가 돋는 출연자를 설레는 눈으로 바라보거나,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망붕지수를 훌쩍 높여주었던 것에서 파생되었다. 사실 우리 결혼했어요를 방영할 당시에는 유튜브가 유명하지도 않았고, 시청자들이 댓글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패널들에 대해 특별한 코멘트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유튜브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어떤 콘텐츠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방송 당시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그것의 예시가 바로 패널로 참여했던 박미선이다. 당시에는 출연자들의 케미가 방송의 주된 시청 요인이었는데, 유튜브로 다시 올라온 그때 영상을 보면서 패널로 참여했던 박미선의 역할이 꽤 크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리액션이 방송을 더욱 재밌고 긴장감 있는 방송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와 관련된 댓글을 많이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흔히 남녀 사이에 어떤 썸의 기류가 보이면 ‘망붕 렌즈 꼈다’고 많이 말을 하는데, 이 망붕 렌즈를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결혼했어요’의 박미선이었던 것이다. 최근 드라마를 찍는 배우들의 메이킹 영상의 댓글을 보면 ‘내 안의 박미선이 깨어나고 있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그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케미가 엄청나다는 말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쓰여있는 드라마는 흥행할 수밖에 없는 증거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이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때로는 이 케미에 과몰입해버려서 오히려 배우들 사이에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심지어 웹툰에서도 사람 사이의 케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이 밈을 사용하는 상황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 


2. 무한도전

 한 때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았던 ‘무한도전’. 아직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회자되고 있는 말이 많을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멤버들이 아닌 다른 게스트가 등장하고 주옥같은 멘트를 남기고 간 적이 많다. 대표적인 두 가지 밈을 배워보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떻게 이런 말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인마’

 글로만 봐도 확실히 떠오르는 무한도전의 대표적인 밈 짤이 있다. 바로 동기 개그맨들을 소개해줬던 무한도전 3:3 소개팅 편의 송은이 모습이다. 한껏 화가 난 표정의 송은이는 자신의 친구들을 남자 소개팅 상대라고 소개해준 유재석에게 인상을 찌푸린 채로 큰 소리를 낸다. ‘쟤네들이 싫은 건 아닌데~’라는 말에 유재석이 깐족거리면서 ‘그럼 됐죠 뭐’라고 하자, 싫지 않은 거랑 소개팅 상대로 만나는 거랑은 다른 거라며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당시 너무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리액션을 보여 큰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 적절한 짤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 밈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지 않는 예능을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갔을 때라든지, 빠르게 컴백하지만 좋아하는 콘셉트가 아니라든지 하는 상황에서 이 짤을 많이 사용하곤 한다. 


‘무야호’, ‘그만큼 신나신다는 거지’ 

 이번 2021년의 대표적인 밈을 꼽으라고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될 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SNS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밈으로서,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을 아직도 볼 수 있다. 이 밈 역시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밈이다. 영상이 역주행을 하게 되면서 과거 재미있었던 무한도전의 일반인 할아버지가 많은 사람들의 재미 타깃으로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그분이 하셨던 멘트와 상황을 연예인, 일반인 가릴 것 없이 따라 하게 되면서 2021년 대표 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무한도전을 잘 모르셨던 할아버지가 ‘무한~’이라는 멤버의 선창에 ‘야호~’라고 반응하시면서 재미를 주었던 장면이었고, 이어서 멤버 정형돈이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라면서 무안하셨을 할아버지의 상황을 수습하려는 멘트를 함으로써 완벽한 패러디 짤을 생성했다. 옛날 신기한 것을 봤을 때, 혹은 놀랄만한 상황일 때 ‘대박!’이라는 멘트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던 것처럼 지금 ‘무야호’는 재미있고 즐거운 상황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로 자리매김했다. 


 3. 진짜 사나이 ‘1도 모르겠습니다’

 에이핑크의 ‘1도 없어’라는 노래가 있다. 말에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는 말을 ‘1’도 없다고 표현한 노래였다. 그런데 이 노래 제목의 근원지가 사실은 ‘진짜 사나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던 진짜 사나이에서는 유독 정말 많은 밈이 등장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밈은 바로 ‘1도 모르겠습니다’였다.

 외국인이었던 헨리가 진짜 사나이에서 보고 들은 것은 모두 낯설 수밖에 없었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과 말이 들리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헨리는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에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조금 짧게 줄여서 ‘1’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어에 익숙한 한국인은 절대 생각해낼 수 없었던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밈이었다. 이때 이후로 ‘1’을 읽을 때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아닌 ‘일’이라고 읽으면서 ‘하나도 모르겠다’가 아닌 ‘일도 모르겠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유명한 여자 아이돌 에이핑크의 노래 제목에도 ‘하나도 없어’가 아닌 ‘일도 없어’라는 말이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다양한 MBC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이 밖에도 더 많은 밈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옛날 라디오스타에서 리액션이 크지 않았던 한 게스트가 ‘대단하다 너’라는 말을 했는데 너무 로봇 같다는 이유로 하나의 밈으로 회자가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는 유명 남자 아이돌 빅스의 노래 제목, ‘대다나다너’에 영감을 주었다. 밈이 많이 생성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많이 본다는 것이면서도 재미있게 잘 만든 콘텐츠였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민 예능이었던 무한도전부터, 모든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었던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까지. 많은 사람이 재미를 공유하면서 즐겼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이렇게 많은 밈이 회자되고,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콘텐츠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고, 그러려면 요즘에는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밈으로 주목받았던 것들은 모두 ‘자극’이 아닌 소소한 ‘재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는 밈을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방송 콘텐츠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옛날 예능이 새로운 밈으로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과연 MBC의 예능은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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