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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Aug 05. 2021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진짜 이야기’

실화탐사대 콘텐츠 리뷰


 롤코라이프. 충격적이고 색다른 것에 빠르게 관심을 갖지만, 급격하게 하강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그 관심이 쉽게 사그라드는 것을 말한다. 매년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트렌드는 문화 산업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데, 기업들은 이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첫 시작을 ‘롤코라이프’로 설명한 이유가 있다. 빠르게 관심이 생기지만 금방 꺼지고 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 ‘사회 문제’를 다룰 때 더 심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생각하지도 못한 범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범죄는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는 똑같이 참혹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끔찍한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실화탐사대’다.      


 실화탐사대는 특히 재조명되지 못했던 사건을 파헤치거나 더 알려져야 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취재해왔다. 크게 사회 이슈로 떠올랐던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는 요즘, 우리들이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실화탐사대가 가져야 하는 자세는 무엇인지 프로그램 속 사건들을 보며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가 지키지 못한 아이’: 33개월 민영이 학대 사건 


 2020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아이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8개월 된 아이를 입양했던 양부모가 16개월 만에 아이를 학대에 숨지게 한 사실이 밝혀지자 부모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가 고통을 겪다 세상을 떠나게 되자 사람들은 ‘정인아 미안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애도에 동참했고, 아이를 학대한 범죄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2021년, 다시 한번 비슷한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입양아였던 민영이가 양부에게 학대당하고 방치되었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 이른바 ‘민영이 사건’이었다. 실화탐사대에서는 집중 취재에 나섰다. 입양 관련 시설부터 양부모의 지인, 교회 사람들까지 낱낱이 조사해 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양부는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훈육을 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엄연한 학대였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 방치였다.      


영상에서는 양부모의 지인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해 그들은 절대 학대를 할 사람이 아니라며 그들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영이라는 아이가 원래 과격하게 노니까 혹시 놀다가 어디 다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재판에서 양부모는 그들의 학대 및 방치 행위를 인정했다. 사랑만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해도 이미 하늘의 별이 된 민영이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다.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다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민영이의 모습 앞에서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2. 불법 몸캠 피의자 REC. 김영준: 다시 등장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


디지털 성범죄의 추악한 실태를 보여줬던 ‘n번방 사건’. 해외 플랫폼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들을 협박했던 이 사건은 조주빈을 비롯해 이원호, 문형욱 등 범죄를 주도하고 가담한 인물들을 체포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피의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게도 이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피의자 중에는 공무원, 언론인, 심지어 종교인까지 있었다. 사건이 충격적인 문제로 떠오르긴 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00명이 넘은 피해자들은 아직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또 한 번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29살 김영준이 2013년부터 남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n번방 사건’이 문제가 되어 대대적인 보도가 일어났던 시기에도 범죄자는 계속해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실화탐사대에서 만나 본 피해자는 그만하겠다고 말을 하면 이것을 빌미로 자신의 동창, 친구,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해자가 영상을 보내 협박을 한다며 괴로워했다.    

  

 범죄자 김영준은 영상에서 여자로 모습을 바꾸고, 목소리를 변조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 방송에서는 이를 직접 실험해보기도 했는데 너무 감쪽같이 변신이 가능해서 MC를 비롯한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이 그랬듯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도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범죄 행각이 드러나고 범죄자가 잡혀도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난 성범죄는 지속적인 영상 유포와 저장이 계속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끔찍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것. 잠깐 주목되고 사라질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사회가 변하길 지켜보는 것. 그것이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이 갖는 진정한 의의다. 앞서 설명했던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사건이 분명 전에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사건이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꾸준히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에게는 한없이 고통스러운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틀에 가둬져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되거나 사건의 ‘피해자’에게 맞춰져야 할 시선이 이상하게 변질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만큼 사건 해결에 있어서 끔찍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이 제대로 된 사실과 사건 자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을 다루고 사회적인 움직임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실화탐사대’는 그렇기 때문에 편향적인 보도와 자칫 가해자 옹호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살펴봐야 한다. 역사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잘못된 일들은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고쳐질 수 있다.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작은 사건이라도 세세하게 취재하고 있는 실화탐사대의 역할이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리 또한 꾸준히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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