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유독 펭귄을 좋아한 아이를 위해 펭귄과 관련된 책들은 남겨두었다. 이큐의 천재들 역시 아직도 심심하면 펼쳐보는 책 중 하나이다.
어려서부터 읽던 책을 다 남겨둘 수는 없지만 아이가 유독 좋아하던 책들은 남겨두기를 권한다. 마음의 안정제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시험공부하다가 지쳤을 때나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서 이렇게 휘리릭 펼쳐보며 머리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엄마에게 얘기를 걸어오기도 한다.
"엄마 나어렸을 때 이 책 보면서 무슨 생각한 줄 알아요?"
"엄마가 이 책 진짜 많이 읽어주셨는데......"
책과 함께 나누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따스했던 감정이 느껴져서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들었던 동화의 내용과 아바의 냄새. 아빠 품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그 시절 좋아했던 책들이 지금도 반갑게 느껴진다.
애착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책상 한편에 꽂아 둔다면 시험 전 긴장을 푸는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학교에서 힘들었던 날 아이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한 권 때문에 당근에서 전집을 저렴하게 판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집은 한 권만 빠져도 중고 가격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험공부하는 우리 딸의 마음을 달래주었다고 생각하니 그때의 내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진다.
중학교 마지막 시험을 치른 딸이 종일 미뤄두었던 웹툰을 정주행하고 고른 책은 '도마노 구라파식 이층 집'.
작년에 치대에 합격한 멘토 오빠가 물려준 책 중 한 권이다. 자기 주도 학습 전문가인 엄마의 말보다 멘토 오빠의 한 마디가 더 크게 와닿는 우리 딸에게 오빠의 책들은 소중한 보물이다.
내가 16년간 책 육아를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책에서 쉼을 얻고, 소소한 기쁨을 얻고, 살아가는 힘을 얻는 아이를 보며 묵묵히 함께 책을 읽어온 시간의 힘을 느낀다.
내가 학습을 목적으로 독서를 시켰더라면 오늘과 같은 광경은 목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애착 이불과 같은 책 덕분에 중학교 마지막 시험의 긴장감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아이에게 쉼표가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책이 될 수 있기를......책을 함께 읽으며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