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건축 스케치
유대교는 뉴욕에서 2번째로 큰 종교이며,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대인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이다(2022 기준). 17세기부터 유대인들은 뉴욕에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1910년에는 무려 뉴욕 인구의 4분의 1이 유대인이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은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뉴욕 유대인 박물관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유대인 박물관은 미국 최초의 유대인 박물관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유대인 박물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박물관을 제외하면, 30,000점이 넘는 가장 큰 유대인 문화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이 건물은 본래 1908년도에 Felix와 Frieda Warburg라는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집(Felix M.Warburg House)이었다.
Francois I, 혹은 Chateauesques(샤토에스크) 양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건물의 양식은 중세 프랑스 성 디자인에서 차용한 스타일로, 가파른 경사 지붕, 뾰족한 첨탑, 박공모양의 굴뚝, 지붕창, 그리고 원형 또는 고딕 아치 등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샤토에스크 양식은 1915년도에서 1945년 사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특히 일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1944년 1월, Frieda Warburg는 이 집을 유대교 교육기관인 Jewish Theological Seminary of America라는 단체에 기부하였다. 이후, 레노베이션을 거쳐 1947년에 유대인 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다.
익숙하고도 낯선, 유대인
나에게 ‘유대인’이란 어릴 적 읽었던 탈무드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현명한 방법으로 역경을 이겨냈거나 교훈을 주는 유대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똑똑한 민족이 있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때는 탈무드가 유대교 경전인 줄도 몰랐다.
아직도 한국의 검색엔진에서 ‘유대인’을 검색하면 줄지어 나오는 기사들과 방송들의 제목은 대부분 이러하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 미국의 유대인 교육”, ”질문의 깊이를 바꾸는 유대인 가정교육의 비밀“, ”‘부자민족’ 유대인의 자녀교육,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 “ 유대인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
이렇게 한국에서 만들어진 ‘똑똑한 부자 민족‘이라는 선입견 외에 유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뉴욕에 오자마자 ‘유대인’ 룸메이트를 만나게 된다. 자신은 너무 유대인처럼 생겼다는 말(유대인의 특정한 코 모양이 있다고 한다. 하도 많은 유대인들을 만나다 보니 나도 어렴풋이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을 통해 이 친구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혹시 실례가 될까 하여 친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기회를 엿보던 나는, 유대인이 한국에서는 꽤 좋은 이미지라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한국 사람들은 유대인 교육에 관심이 많고, 어렸을 때부터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도 잘 시켜 부자들을 많이 배출한다는 이미지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그럼 본인은 유대인이 아닌가 보다.라고 답했다.
나의 룸메이트는 본인의 유대인 가족 문화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본인은 유대인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크게 가족과 다툰 적이 있었고, 결국 본인의 뜻대로 일반 학교에 가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했다. 후에 알았지만, 기독교에도 많은 분파가 있듯, 유대교에도 정말 전통과 보수적인 면을 따르는 ‘Orthodox’ 커뮤니티부터 다양한 스펙트럼의 집단이 있다.
극히 보수적인 ‘Orthodox’ 전통의 교육에서는 여자는 교육에 배제되었고, 어린 남자아이들은 여자들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듯한 수치심을 느껴야 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교육을 받는다. 내가 지금까지 뉴욕에서 만난 유대인 친구들 중에는 Orthodox는커녕, 시나고그(유대교 교회)를 가는 친구도 없었다.
내 첫 미국인 룸메이트를 통해 유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미국에 특히, 뉴욕에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있는지 알게 되었고, 이들을 유대인이라는 선입견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와 같이 그저 유대교라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긍정적인 선입견?
석사 과정을 하며 나와 가장 친해진 친구도 미국인이며, 유대인이다. 이 친구에게도 똑같이 한국인들의 유대인에 대한 긍정적 선입견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오히려 그것이 위협적인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대인은 실제로 온갖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탄압받고 학살당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이런 역사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편견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뉴욕에 와서 다양한 문화권과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항상 무지로 인한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알면 더 알수록,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나마 깨달은 것은, 내가 가진 얕은 배경지식으로 섣불리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아는 체하려 들지 말고, 배경보다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질문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임을 알았다.
간혹 문화적, 역사적 이야기가 나왔는데 혹시 잘 몰라서 내 의견을 말할 수가 없다면, 솔직하게 나는 그 부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잘 모르니 설명해 줄 수 있겠니라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신이 나서 설명을 해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의 주관이 담긴 설명일 수 있으니, 이 이야기를 근거 삼아 그 문화 전부를 이해해서도 안 된다. 세상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부지런히 공부하되, 개개인의 고유함은 그 틀에 가두어질 수 없음을 항상 의식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