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못할까봐 미룬이, 쉬게 된 청년에 대해
최근 유행한 '미룬이 챌린지'를 아시나요. 해야하는 일을 미루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내용의 가사와 동요같은 멜로디에 맞춰 간단하지만 엉성한 동작이 포인트 되는 챌린지 영상이에요. '시작이 제일 무서워, 완벽하지 못할까봐' 등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편하고 동요같은 멜로디에 중독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요. 거기에 많은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면서 빠르게 확산되어 유행하는 밈이 되었어요. (트렌드와 유행하는 밈이 빠르게 확산되고 교체되는 속도를 반영하면, 이미 지난 유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미룬이 챌린지를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쉬었음' 청년의 증가 추세와 관련한 원인이 미룬이 챌린지 내용과 닮아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 인구는 약 76만명으로 코로나 기간보다 많은 수치를 보인다고 해요. 이는 청년 고립과 은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상황이고요. 정규 일자리 감소, 괜찮은 조건의 일자리가 없어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추세 등 많은 점들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시작이 제일 무서워, 완벽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이런 현상을 낳았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번 콘텐츠로 확실한 해답을 제안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사례가 많아질 필요가 있어요. 각 플랫폼의 에디터는 쉬었음 청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롱블랙은 우리와 비슷한 사회현상을 이미 겪어본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집에서 로봇을 조종하며 실제 매장에서 일하는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분신로봇 '오리히메', 곰돌이 손을 쓴 직원이 음료를 서빙하는 '쿠마노테 카페', 15분 단위로 초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카페 완포테토' 등 현재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롱블랙의 명료한 언어와 따뜻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관점이 느껴졌어요.
ANTIEGG는 문화예술을 더 깊게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에요.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에디터의 시선을 담아낸 오리지널 콘첸츠를 발행했는데요. 최근 '70만 청년이 일하지 않는 이유'라는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에디터는 쉬었음 청년의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독자에게 따뜻한 애정을 요구하고 있어요. '퇴사 후,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 이젠 너무 지쳤어요' 등 실제 쉬었음 청년의 사례를 통해 현실을 바라봅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서 일부 '배가 불렀다'는 부정적인 시선에 반박합니다. 또 '낙오자'라는 사회적 시선에 억눌려 고립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쉬었음 청년이 고립과 은둔, 우울증 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도 들어볼 수 있어요.
과거 취업 준비로 인해 1년 가까이 쉬었던 경험이 있어요. 현재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쉬면서 준비하는 기간을 갖고 있고요. 경제 신문과 트렌드를 파악하며 스크랩하고, 인사이트를 기록하고, 책이나 강의를 보며 하루를 지내요.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수치로 증명되는 활동은 없어요. 이런 경험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칸이 없거든요.
우리 사회에 은연중에 퍼져있는 '평범함에 대한 거부감'이 쉬었음 청년을 낳은 건 아닐까요. 대단한 성과를 이룬 사람이 우상화 되고, 필터링된 이미지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일등석 좌석과 오마카세 요리를 즐기는 사람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특별한 결과가 아니어도 나의 위치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헤쳐 나오는 것에 응원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