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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6. 2024

UX라이팅의 세계로 한 걸음

네 번째 직업 찾기 여정

 작년 3월, 나는 온라인 매체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하루 종일 기사를 작성하거나 숏폼 뉴스 영상을 제작했었다. 수습을 겨우 떼고 정기자가 된 나는 TF팀에 들어가 맹활약을 선보였고 우수사원 트로피도 받았다. 그렇게 드디어 직업에서의 안정성을 찾아가던 찰나,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자라났다.


 첫째, 사내에서 텍스트의 시대는 이제 종말 된다는 말과 함께 영상과 관련된 업무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편집 툴을 다룰 줄 알던 나는 선배 및 동료 기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게 주어진 업무의 구분이 불분명해졌고, 나는 오늘은 기사를 쓴 기자였다가, 내일은 영상을 만드는 피디였다가, 또 어떤 날은 SNS를 담당하는 마케터가 되어버렸다. 윗선에서 주는 업무에 내 나름의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둘째,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회, 정치 등의 뉴스 기사를 쓰는 일이 내가 원하던 일일까? 내 얼굴까지 보여주며 60초 남짓한 숏폼 영상을 만드는 일이 내가 원하던 일일까? 아니었다. 나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돈을 벌고 싶었을 뿐, 남을 묘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쓰거나, 나도 자신 없는 내 얼굴을 노출해가며 영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인터뷰를 나가거나, 내가 원하는 기사를 썼을 때 아주 강한 희열을 느꼈다. '모든 직장인은 그 찰나의 희열을 위해 하기 싫은 일 100가지를 하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봤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내 나이 스물여섯에 오직 나이와 깡만 믿고 회사 밖을 나왔다. 회사 내 사람들은 모두 놀랐지만, 내 주변 지인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미 3년 새 두 번 이직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또 그러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그럼에도 퇴사하길 잘했다는 만족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 후로 무계획 '갭 이어'를 시작했다. 2023년 4월 퇴사 이후 5월에 미국 일경험에 합격해 6월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머물며 뷰티 회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했다. (일경험이어서 무페이었단 사실. 그래도 국비지원이라 비행기값과 숙소비는 들지 않았다.) 내가 과연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평일에는 매일 회사에 나가서 흑인을 타깃으로 하는 SNS 콘텐츠들을 만들었고, 주말에는 신나게 애틀랜타 관광에 나섰다. 그렇게 한 달을 정신없게 보내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7월부터 연말까지는 무기력한 날들이 반복되었다.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번아웃이 찾아온 걸까?' 싶어서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들었다. 번아웃 지수는 '매우 높음'이었다. 스스로를 몰라도 너무 몰랐나 보다. 그렇게 연말까지는 스스로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2024년, '파인더스 클럽'이라는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사실 1월 내내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안해서다. 스스로는 '갭 이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명백히 '공백기'였다. 밤마다 '마케터', '에디터' 등 관심 직무에 대해 끊임없이 검색했다. 남들의 성공 사례를 읽으며 동기부여라도 받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정말 우연하게도 에디터에서 UX라이터로 이직하신 분의 브런치 글을 읽었다. UX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순간이다.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그 직업과 관련된 영상과 글들을 계속 찾아봤다.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직업일지도 몰라'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부족함 투성이인 나에게도 한 가지 특출 난 장점이 있다. 그건 바로 '실행력'이다. 이놈의 실행력 때문에 종종 골머리를 앓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행력이 꽤나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


 우선 UX라이팅과 관련된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파인더스 클럽' 내에서 UX라이터로 근무 중이신 파인더('파인더스 클럽'의 멤버를 칭하는 말이다.)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인터뷰를 통해 나의 넥스트 스텝이 조금은 선명해졌다. 그리고 UXUI 디자인 부트캠프를 신청했다.


 2주 전부터 평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UXUI 관련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중이다. 아직까지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UXUI에 대한 기초라도 먼저 쌓고 싶었다.

 

 이제 남들이 내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백수예요.' 대신 'UX라이터 지망생이에요.'라고 말해야겠다. 이 글은 UX라이터 지망생으로서 쓰는 첫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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