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브런치를 멀리했다
당신은 글쓰기에 얼마나 진심인가요?
유튜브를 하면서도, 그로 얻은 에피소드를 글로 풀기로 마음먹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도, 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들.
"결국은 취미생활에 불과해. 성과를 내지 않고는, 물질적인 어떤 것이 따라오지 않고는, 넌 그저 집에서 너 하고픈 거 하면서 살 수 있는 여유 있는 전업주부로 보일 뿐이야."
고맙게도 내 면전에 대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나는 마치 줄곧 누군가에게 이 말을 주기적으로 듣고 사는 느낌이었다.
혹시 나에겐 식스센스라도 있는 걸까?
몇 편 되지 않는 글로 두 번의 도전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 글을 연재한 지 얼마 안 되어 카카오톡 채널에 글 한 편이 노출되었고, 평소의 조회수 몇 배를 찍어보는 쾌감도 맛봤다.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일련의 일들은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나에게 글 쓰는 행위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왜 유튜브를 하고 글을 쓰기로 한 걸까.
내면의 만족, 성취감을 위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하다 보니 만족스러웠고 성취감도 느꼈다.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유희, 취미생활로 치부하는 게
맞는 걸까?
그림책 작가를 준비 중인 친구가 나의 고민을 듣고 조언해 주었다.
"공모전에 도전해 봐. 작지만 결과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더라고.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남편조차도 그제야 말이야."
친구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무얼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돈 버는 일도 아닌데 좋아서 하고 있으니 어쩌면 팔자 좋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당시 나는 연년생 꼬물이들 육아에 정신이 없을 때였는지라 그녀가 '넘사벽 클라쓰'로 보였다.
역시는 역시라 했던가! 찬찬히 내공을 다져온 그녀는 얼마 전 한 창작 동화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신인 작가 공모전 포스터를 보내주었다. 넘사벽 그녀의 응원 덕이었는지 왠지 모를 용기가 샘솟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유튜브를 시작했던 것처럼 주제에 맞는 에세이 한 편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구상을 하고 몇 줄을 써 내려가던 나는
오래 못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참 특별하다.
수많은 좋은 글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정화되면서도, 내 글을 한없이 작아보이게 만든다.
'글에 진심인 편'인 분들이 모인 곳이라
댓글 또한 그 공감의 깊이와 수준이 남다르다.
개인적인 호감을 넘어서 글에 대한 존경심까지 드는 대단한 필력의 작가님들을 만나면서
나는 준비가 한참 덜 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설사 죽을 때까지 꽁꽁 싸매두고 싶은 이야기라도
누구에게든 내보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진짜 글을 쓸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닿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나의 글을 어떻게 봐줄지에 대해서는 내려놓고
겸허하게, 무던하게,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만 놓는 것이다.
결국 나는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간 브런치를 멀리 했다.
기회를 내보여준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글이 오래 다져지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감사하게도 기회가 찾아온다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니 왜 이렇게 진지하고 난리야? 어차피 써서 내도 떨어질 텐데." 라고 말한다면,
정답이다.
글이 나오지 않아 내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또 포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멀었다.
조급하게 결과를 내려하지 말고
담백하게 담기로 하자 나의 오늘을!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용기있게 나의 글을 내보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