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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Dec 14. 2021

5화. 내가 관종인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구독자 200 달성이 뭐라고

7,8년 전쯤 시끌벅적한 어느 점심시간이었.

한 무리의 남학생들 틈으로 들려온 말,


"아 이 새끼 뭐야~ 관종 아냐??"


'관종???'


식판에 담긴 밥을 마저 먹으며 이 낯선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 머리를 굴렸 기억이 난다.


 '관심병+종자'


관심을 받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뜻 말이지만, 요즘 '관종'은 sns 상에서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는데 거리낌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가볍게, 또 흔히 쓰인다.


하지만 단어를 들을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을 쩌란 말인가.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남편내가 sns를 하는 것에 관종을 운운할 땐 더 그랬다.


세상에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소통의 본질은 관심이. 관심을 받고자 하는 대상이 다를 뿐 우리는 늘 외롭고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고 있 않은가.

비공개로 올리는 것은 기록이고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올리면 관종이다? 이건 무슨 병맛같은 기준이야!


유튜브 시작을 독려했던 남편은 구독자 수가 하나둘 늘 때마다 호갑을 떨며 좋아하는 나에게 선을 확실히 하라 했다.


"그럴 거면 아예 타깃을 명확히 해서 당신이 호스트인  채널을 만드는 게 어때? 어차피 지금 구독자도 당신을 알거나 당신과 소통하는 사람들이잖아."


그럴 때마다 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는 가족의 추억을 기록하려는 나의 순수한 를 매도한다며 발끈했다.


"내가 돈을 벌려고 작한 건 아니잖아. 그래도 봐주는 사람들이 많으면 고맙고 좋지. 신도 나고 에너지생기고!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

 



2020년 5월 첫 영상을 올렸으니 이제 1년 반이 되었다. 한창 의욕이 뿜뿜할 때는 이틀에 한 편 꼴로 업로드한 적도 있고, 그러다 또 지칠 때는 몇 주간 쉬기도 했다. 고사는 문제는 아니기에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었지만, 완전히 손을 놓지 않은 건 잊을만 하면 얻게 되는 '구독자 당근' 덕분이었다. 


시작은 조촐하게 30명의 구독자와 함께였다.(지금도 조촐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ㅋ)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싶어 몇 달 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고, 채널을 만든 지 10개월이 되어서 유튜브로부터 구독자 100명 축하 메일을 받았다.


어떤 연예인은 영상 하나 몇 천 몇 만 구독자를 확보한다는. 호스트의 인지도만 탓하기에는 유튜브란 세계 너무나 냉혹다. 추억을 기록하는 것에 의를 두고 발을 들였지만, 채널의 존재감만 보자면 련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다시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오늘, 구독자 200명을 달성했다.


오 마이 갓! 100명 때보다 한 달이라는 시간 앞당겼다. 그 200명 안엔 어떤 얼굴들이 있을까 떠올려봤다.  찬스는 진작에 끝난 것 같고,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된 마음 맞는 인친들? 혹시 연락이 끊긴 옛 인연들이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 들어온  아닐까? 큰 교류는 없지만 나나 우리 아이들이 궁금한 사람들? 그중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영상을 보게 된 도 있겠지?


그다지 생산적인 생각은 아니었을지라도 간순간 입꼬리가 움찔,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나에게만큼은 박수 쳐주고 싶은 그런 날!


"잘 보고 있어~"

"요즘 영상이 뜸하네~ 바쁜가 봐?"

"편집 실력이 나날이 늘던데?"


모든 것은 관심이다. 모른 척하기는 서 건네는 인사치레일 수 있지만, 떤 의도의 관심이든 나를 계속 극했다.


나는 이제 내가 뼛속부터 심을 바라는 관종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유튜브세계에선 더욱 그렇다는 것도.


그동안 창피기도 하고, 혹시 채널 성장에 나을까 해서 비공개로 두었던 구독자 수도 공개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관종일 거면 제대로 된 관종이 되기로 한다.  관심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무관심보는 나을 테니!


사는 게 그런 거 같아. 걷고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이더라고. 공부도 그러지 않을까? 지금 하는 방법이 맞는지 혹은 틀린 건지 당장 알 방법은 없어. 그건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거 같아. 중요한 건 방향이야. 길을 잃고 헤매도 너무 두려워하지 마.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잘못 들어설 수도 있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만 내려놔.

- 이연, <<암과 살아도 다르지 않습니다>> 중에서


이 길이 맞는지 길이 끝나야 알 수 있다면,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될 일이다. 여정중에 얻을 수 있는 소소쁨과 행복에 충실하면서. 바라는 멋진 풍경을 만날 때까지 걷고 또 걸으면 될 일이다. 가끔 앉아 쉬기도, 돌아 나와 다시 걷기도 하서.


이렇게나 진지한 다짐이라니!

구독자 200명에 누가 보면 브론즈 버튼이라도 받은 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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