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나는 눈에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작은 구석마다에서 조금씩 봄의 기운을 느꼈다.
겨울방학을 핑계로 잠시 쉬었던 영상 편집을재개하려 했다.흘러나오는 음악과 요즘 꽂혀있는 블론드 에스프레소 라테의 달콤함, 포근한 날씨 속 흩날리는겨울비를 바라보며 '아 정말이지 모든 것이 완벽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려던 순간,
'띠링!' 이유 모를서늘함에 열어본 메시지는
ㅇㅇ반 원생 중 1명, 당일(1월 25일 화)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을 받았습니다.
큰아이 반에 확진자가 나왔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서둘러 작은아이까지 함께 하원 시키고 점심밥을 해 먹이고 있는데,밀접접촉자인 큰아이는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다시 왔다.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두 아이와 보건소로 가는 길, 반 친구가 확진되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누구냐고 캐물을 것이 뻔하기에)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서 친구들도 다 하는 거야~ 그냥 모두 다 하는 거야~ 어떤 느낌인진 엄마도 안 해봐서 잘 모르지만~ 면봉에 약을 묻혀서 콧구멍에 넣고 스윽스윽 하면 된대~ 주사처럼 아프진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 마~"와 같은 말을 두서없이 반복했다.
웃픈 사실은 늘어선 줄 속에서 아이의 반 친구들을 만난 것이다. 불안해하던 아이는 친구를 보곤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공포심에 묻고 또 묻던 모습은 없고, 뒤에 선 친구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얘기를 하며 방방 댔다. 또 우리보다 늦게 온 친구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결국은 사람이구나. 일곱 살 꼬마들에게도 엄마보다 때론 더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위안이었다.
그 덕분에 한시간 남짓 긴 대기 시간도검사도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아직 친구들의 힘을 알리 없는 둘째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까지 서럽게 울었다.
이제껏 PCR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인지 모르겠다. 언제고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늘 우리는 아니었으면, 아니겠지, 아닐 거야, 했다. 가까운 이가 확진된 적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다음날 나올 결과를 기다리며 밤새 잠을 설쳤다. 생각보다 연락이 늦어진다 싶었는데,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에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작은 교실에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불행 중 다행으로 결과는 음성이었다. 대신 밀접접촉자인 큰아이는 5일 정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아이와 거의 한 몸인 나와 둘째는 자동적으로 자발적 자가 격리자가 되었다.
만 삼천 명(1.25 기준)을 넘어선 확진자 집계가 말하고 있었다. 감염의 구체적인 경로도, 감염의 선과 후를 찾는 것도 이제는 무의미하다고. 그저 운이었다.먼저 감염된 사람과 한 공간에 있었을 뿐, 누굴 원망할 수도 탓할 수도 없다고.
찜찜한 구석이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맞으라는 대로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문신처럼 썼고, 개인위생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몇 초 스치기만 해도 감염되는 빠른 전파력의 오미크론에, 몇 차에 걸친 백신 접종이 무색한 돌파 감염.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사립 유치원은 봄방학이 따로 없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가격리 기간을 봄방학이라 생각해야겠다. 큰아이는 한 번의 검사를 더 해야겠지만, 그것 또한 "친구들도 다 한대~"라는 말과 함께씩씩하게 지나가 줄 것이다.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음성인 밀접접촉자의 격리 기간은 예전보다 많이 짧아져 구정 전에 끝난다. 음성으로 격리되니 다행이고, 예정된 이사 일정에 지장이 없어서 또 다행이다.
팬데믹의 봄은 언제 올까?
차갑고 시리기만 한 팬데믹에도 이제는, 봄을 전하는 작은 소식들이 조금씩 움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