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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Apr 25. 2022

당연한 행복은 없다

구멍 난 양말을 보고 있자니

일요일 아침, 너무 쨍하지도 흐리멍덩하지도 않은 적당한 하늘색과 은은한 봄의 내음이 좋다.

막 내린 아이스라테읽다만 책, 민트색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겨 테라스로 나갔다.

물 빠짐이 좋아 보여 고른 베이지색 야외 의자에 앉자마자 구멍 밖으로 빼꼼 나온 엄지발톱이 보인다.


스타킹이든 양말이든 유독 오른쪽 엄지발톱 부분에 구멍이 난다. 발톱을 자주 다듬어주어도 마찬가지니 신기한 일이다. 신발이 너무 딱 ? 걸음걸이가 좀 이상한가? 이런저런 이유를 찾다가 구멍 난 이 양말을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 1회용 스타킹이나 목 늘어난 양말 버리면 그만인데. 이 양말은 몇 번 신지 않은, 반짝이는 펄 원사가 포인트인 아끼는 양말이 아닌가.


남편의 양말 주로 발뒤꿈치나 아킬레스건 부분구멍이 난다. 신사양말은 같은 디자인 다 사놓으니, 구멍을 기우는 번거로움과 귀찮음다 차라리 한 짝을 버리는 선택을 해왔다. 한 짝을 버려 다른 과 맞추어 신을 수 있다. 고무장갑 구멍이 나면 그 버리 갈아 끼것처럼. 

 

오래전 고 예쁜 엄마가 양말 기우는 모습떠올랐다. 우리 집에선 구멍이 났다고 양말을 버리는 었던 것 같다. 양말이든 옷이든 바지든 기우는 일은 자연스럽고 일상이었다.


젊고 예쁜 엄마의 딸은 구멍 난 양말을 버릴 것인가 기울 것인가 고민한다. 구멍 난 양말을 버리는 건 자유지만 당연하진 않다. 럴 수 있는 여건, 환경이 어져다. 양말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선택지 중에 내가 고를 수 있는 택적 여유가 존재다는 것 사할 일임을 안다.


살아가며 나를 둘러싼 이들의  바라본다. 평화롭던 일상에 갑자기 독한 바람이 다. 부부간의 불화, 자녀의 건강 문제, 인간관계의 갈등 은 언제나 예고 없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한다. 비교적 순항 중인 나의 삶 불현듯 위기가 찾아올  다는 불안은 갈수록 커진다. 문장 맨 앞에 '아직까지는'이 붙어야 할 이유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1층을 알아보던 중 테라스가 있는 집을 만나게 됐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아이들을 맘껏 뛰게 해주고 싶었는데, 살아보니 이 공간은 우리 부부에게도 큰 의미가 되고 있다. 2년 뒤 거취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불안보다는 지금의 행복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그리고 더 열심히 만끽기로.


구멍 난 양말로 시작해 뭐가 이리 진지할까. 무엇하나 당연한 것 없는 오늘, 똥손 주부양말 기기에 도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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