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한친구가 나를 탱준맘이라 부른뒤로 SNS 상에서 나는 탱준맘으로 불리게 되었다. 태영이 준영이의 엄마, 그것이 소위 나의 본캐였다. 그리고 1년 전부터는부캐가 하나 생겼다. 부캐 탄생에 큰 역할을 한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매우 이성적이고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다. 추진력 하면 나도 어디서 꿀리지는 않지만, 우리 둘의 차이점은 실행력에 있다. 나는 열정은 넘치지만 누군가 판을 깔고 불을 지펴줘야 한다. 거기에 기복도 심한 편이다.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만 하는 걸 눈치챘는지 남편이 시작을 권했다. 잃을 것이 없지 않냐며. 굳이 꼽자면 시간 정도? 이 남자.. 평소엔 속 터질 정도로 눈치가 없는데, 이럴 땐 또 사람 속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
두 아들은 유튜브 키즈채널 '제이제이 튜브'의 엄청난 팬이었다.채널의 모든 콘텐츠를 다 보고 주인공 아이들의 대사를 외워 말할정도였으니. 자신들의 얼굴이 유튜브에 나오면 좋아할 것은 당연지사였다.남편과 나도 아이들의 일상을 찍는 걸 즐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사라질 것이아쉽던 참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콘텐츠를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에게 유튜브는아이들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구독하는 채널도 없었고,편집은해본 적도 없었다. 대학시절 발표 때 만들었던 파워포인트 아니면 추억 소장용 사진을 붙여 만든 무비메이커 정도가 비슷한 경험의 전부였다.이런 내가 어떻게 쉽게 용기를 내겠는가. 시작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다.
서점에 갔다. 눈에 띈 두 권의 책. 지금은 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신 소사장 소피아 박혜정 님의 <<엄마는 오늘도 유튜브로 출근한다>>와 남시언 님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책을 펴니싸맸던 열정이 움찔했다.
박혜정 님은 육아에 지친 주부라는 공감대로 시작을 고민하는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했다. 남시언 님의 책은 채널 개설부터 첫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까지 기술적인대부분의도움을받았다.
최대한 다듬어진 멋진 시작을 원했다.누가봐도 어설픈 영상을 올리자니자존심이 상했다.편집어플의 기능을 익히며 첫 영상을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고군분투했다. 욕심이 과했다. 하루이틀 시간만갔다.남편은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일단 첫 영상을 올리라고 재촉했다. 퀄리티는 차치하고 시작을 하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다며.
남편의 말이 옳았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허술하게 편집된 영상도업로드되는 순간 콘텐츠가 된다.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깨달은 사실은 편집기술은 채널의 성장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잘 다듬어진하나의 콘텐츠와 거칠지만 다양한콘텐츠 여러개가 쌓여 갖는 힘은 분명히 다르다.
누적된 시간과 경험치, 유튜브에도 그것이 적용된다는 포인트를 남편은 어찌 간파했을까?
어쨌든 혜안을 가진 남편 덕에 나는 2020년 5월 14일, 어설픈 첫 영상을 올리며 '탱준TV편집자'라는 부캐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