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더 맛있는 술
술담화는 한달에 한 번 술을 보내드리는 구독서비스 '담화박스'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담화박스에 술을 담기 전에 양조장에 직접 방문해서 술과 양조장의 상태를 체크하는 QC라는 절차가 있는데요. 브런치에서도 한번 그 과정을 소개한 적이 있었죠.
<술담화 CEO와 CSO가 직접 QC를 하는 이유는?>
한 번은 담화박스에 담기는 술을 확인하러 방문한 양조장에서 곧 새로운 술이 출시된다는 소식과 술의 맛을 보게 해주셨어요.
그 자리에 있던 술담화 인원들 모두 첫 모금에 반했버렸습니다. 김유정역이라는 술의 이름도 너무 낭만적이었고요.
그래서 이 술은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출시되면 바로 취재하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었는데요. 드디어 저번주, 김유정역 막걸리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녀왔습니다.
김유정역을 술 이름으로 지은 것이 독특한데요. 이름을 결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제강점기에는 술과 돗자리, 상을 들고 다니면서 술 마실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돗자리 펴고 상 펴고 술 따라 주는 직업이 있었는데요. 이 분들을 들병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들병이가 김유정 소설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현재까지는 이 술을 온라인 판매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춘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이라서 그런 지역적 특징을 담기도 했죠.
맛은 어떤지 궁금해요.
김유정역은 담백하고 깔끔한 단맛, 그리고 술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부드러운 술이에요. 한마디로 가볍게 혼자 병째 마실 수 있는 술이에요. 양도 너무 많지 않고, 알코올 도수도 낮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컨셉의 술이죠.
김유정역에서 술을 빚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래는 홍천에서 10년 가까이 있었는데요. 처음 홍천에 들어갔을 때는 양조하러 간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 저희가 있었던 곳이 5천 평이었는데 양조 공간이 띄엄띄엄 있어서 효율적으로 양조하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홍천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마케팅 차원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요. 춘천은 유동 인구가 많아서 홍보 차원에서도 유리한 지역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춘천은 문화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로 일 년 내내 공연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요. 우리 술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춘천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김유정역 막걸리는 춘천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
우선 김유정역에 있는 레일바이크에 9월부터 저희가 정식으로 시험 판매를 해요. 아마 레일바이크 타기 전 대기하는 장소에서 구매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춘천에 작년에 개장한 삼악산 케이블카가 있어요. 전국에서 가장 긴 케이블 케이블카거든요. 그곳에서도 김유정역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춘천에는 매해 8월에 열리는 공연 예술제가 있는데요. 이번에 공연하시는 분들에게 김유정역을 협찬해드리기로 했어요.
사실 이제 막 출시해서 아직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포스터도 준비해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추후에는 더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김유정역의 스케치가 들어가 있는 표지가 독특한데요. 이렇게 제작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기존 라벨을 어반드로잉으로 전부 바꿨거든요. 김유정역도 김유정역의 옛 역사를 어반드로잉 형식으로 그림으로 그린 거죠.
춘천은 어반 스케쳐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에요. 그런데 어반 스케쳐들이 어떻게 상업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비용을 지불하고 술의 라벨에 활용함으로써 어반 스케쳐분들의 그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진행했죠.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시는 행보가 인상 깊어요.
술이라고 하는 것은 문화잖아요. 공연이나 예술이 활성화되어야 술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양조장에서도 2층에 마당 공간이 있는데요. 저희가 장소와 술을 제공해서 봄 가을에 청년 예술인을 위한 음악회를 열려고 해요. 젊은 음악인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장소가 마땅치 않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무대에 서서 대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만드셨으면 하는 바람에 진행하기로 했어요.
문화가 있으면 또 술도 있으니까요.
그럼요. 그렇게 해야지 술에 이미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미지가 공유되면서 하나의 문화가 되고요. 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고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술에도 공연 보고 막걸리나 약주를 마시는 그런 술 문화가 생겨났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김유정역 막걸리를 접하게 되실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으로 인터뷰 마칠게요.
저희가 만드는 술이 전부 그렇지만 일반 공장 멥쌀 누룩이 아닌 손수 만든 누룩으로 빚은 찹쌀막걸리에요. 게다가 김유정역은 원주를 제작할 때 물도 적게 넣어야 하고 발효 기간도 3개월이 걸리죠. 원주가 발효되면 다시 물을 넣어서 숙성을 한 달 이상 시켜요.
이렇듯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드는 술인 만큼 많은 분이 맛있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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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은 분들이 큐레이션과 각종 정보들로 내 입맛에 맞는 술을 찾고 있는데요.
그래서 우연히 만난 맛있는 술이 더 뜻깊게 다가오는 것같습니다.
그럼 김유정역을 다시 방문할 날을 기약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