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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담화 Oct 24. 2022

대나무 공예 계승자 류미정님 인터뷰

사라져 가는 술 문화 - 용수 ②

술담화에서 대나무 공예 계승자 분을 인터뷰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통주와 대나무 공예는 빠질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술덧에서 맑은 부분을 걸러내는 필터인 용수가 바로 대나무로 만들기 때문이죠.


지난 취재기에서는 용수 계승자 분을 찾아가 용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대나무 용수로 직접 청주를 빚어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취재기에서 미처 담지 못한 대나무 공예 계승자분의 이야기를 공개해볼까 합니다.


[담양 대나무 용수 취재기]

담양 대나무 용수 취재기




어떻게 해서 대나무 공예를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이 집 근처가 전부 대나무 밭인데요. 대나무는 뿌리 하나만 있어도 다 퍼지거든요. 그래서 대나무가 계속 올라오고 저는 항상 대나무를 처치하는 게 일이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어떤 분한테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를 선물 받았어요. 집에 와서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저 징글징글한 대나무로 이런 걸 만든데’하면서 감탄을 한 거죠.


마침 대나무 바구니를 선물해주신 분이 대나무 전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같이 들으러 가자고 하셔서 그다음 주에 바로 갔어요. 근데 수업 과정 중이라서 가르쳐줄 수는 없고 참관만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매주 금요일에 나가서 선생님이 하는 거 보고 와서 혼자 일주일 동안 나름대로 해봤어요. 그다음 주에도 강의를 보고 와서 하고 이렇게 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하면 할수록 더 재밌어요. 그때부터 대나무와 사랑에 빠진 거죠.





그럼 대나무 공예 중에서도 여러 종류가 있으실 텐데 그중에서 농기구를 만들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농번기에는 일하고, 농한기에는 새끼 꼬아서 무언가 만들고 하는 걸 보고 자랐어요. 제 고향이 고흥이라는 바닷가인데 그곳에도 대나무가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어릴 적에 대나무로 만든 농기구들을 많이 접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없어지고 있잖아요. 철물점 같은 곳 가면 플라스틱이나 쇠로 만든 농기구들 쓰고. 우리 어렸을 때 썼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내가 대나무 공예를 하니까 그런 것들이 안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대나무로 농기구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 아니에요. 눈도 안 좋고 그래서 작은 것들은 만들기가 힘들어요. 마침 농업용 도구들이 크기도 크고 저한테 딱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통적인 것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크고요.




그러면 술과 관련된 대나무 용품인 용수 자체는 언제 처음 만드셨는지도 궁금해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집에서 술을 빚었는데요. 용수를 사용해서 빚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억이 나다 보니까 용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2년 전부터 이제 제 나름대로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이것도 전통을 잇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만들다 보니까 의무감이 생기게 되었어서 계속 만들게 되었어요.




아까 말씀해주셨지만 아무래도 용수나 대나무 공예 자체가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잖아요. 체감이 되시나요?


체감하죠. 70-80년대에 중국 개방되면서 대나무 공예가 많이 사라졌어요. 그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제작을 했었는데 중국에서 대량으로 싸게 들어오니까, 누가 비싼 거 쓰겠어요.


그리고 대나무는 가시라던지 끊어진다든지 하는 취약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대나무로 만드는 것들을 다 만들 수 있잖아요. 플라스틱은 끊어지지도 않지, 까시레기도 없지, 저렴하지 그런데 누가 대나무를 쓰겠어요. 옛날에 어머님들이야 추억이 있기 때문에 쓰시는 거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거의 안 쓰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 이제 좀 대나무에 이제 사양길이 보이는 거죠.


그래도 최근에는 라탄 용품이 유행하면서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대나무 공예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실제로 대나무 공예를 하시는 젊은 분들도 늘었다고 하고요. 물론 서울, 경기 쪽에서만 많이 늘어나고 담양 이런 곳은 줄어들었지만요.





그렇다면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대나무 공예는 상황이 좋을 지라도 농업용 대나무 용품들은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즐겁게 작업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게 쉽지 않아 보이는 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냥 뭐 대나무 공예가 나한테는 너무 잘 맞고 행복을 주니까 하죠. 내 삶의 마무리까지 대나무와 함께하면 행복하겠다 싶어요. 다른 건 없어요. 


그리고 대나무는 재료값도 많이 안 들고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런 건 있어요. 나 혼자 하면 재미없으니까 여러 사람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하려고 하죠.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네요.


처음에는 대나무로 뭔가 만들어서 선물만 했어요. 그런데 자꾸 벽에 걸어두기만 하고 안 쓰는 거예요. 서재 같은 곳에 모셔져 있고, 책장 옆에 걸려있고. 그래도 기쁘게 받아서 그냥 모셔두고 있더라고 저는 항상 고맙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그걸로 인터뷰 마무리 짓겠습니다.


사실 거창한 이유를 가지고 대나무 공예를 하고 용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그리고 적어도 저처럼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라면 대나무 공예에 관심 가지고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통이라는 게 다 연결되어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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