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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담화 Jun 12. 2022

왜 막걸리 전용잔은 없을까?

재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소개할게요, '벌컥' '킁킁' '홀짝' 잔

전통주 구독서비스와 쇼핑몰을 운영하는 술담화에서 막걸리 전용잔을 만들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잔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찻잔 종류는 많은 반면 막걸리 잔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어요. 주점에서 종종 보이는 양은잔이 다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막걸리 전용잔을 만들지 않았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술담화가 막걸리 전용잔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역시 명확했습니다. 


(왼쪽부터) MD 헤정님, BI/BX 디자이너 아론님


막걸리에 전용잔이 꼭 필요한 이유와 그 잔을 제작하며 주의를 기울였던 요소들을 소개합니다. 술담화의 막걸리 전용잔 제작을 총괄해주신 MD 혜정님, 전용잔 3종의 형태를 디자인해주신 BI/BX 디자이너 아론님과의 담화를 담았습니다. 





프로젝트 노트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여정이 궁금해요. 순조로웠나요?


혜정 | 아니요(웃음). 처음에 막걸리 전용잔을 만들어야겠다는 방향성을 정한 다음, 도예 작가님들께 설명을 드리자마자 본질적인 질문에 부딪혔어요. 

막걸리 잔을 굳이 만들어야 하나?

도예 작가님들께서 "적당한 크기의 그릇을 하나 제작하기만 하면 막걸리 잔은 물론, 밥그릇과 국그릇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막걸리만을 위한 잔이 필요할까?" 라고 질문해주셨죠.




막걸리 전용잔 스케치본

막걸리 전용잔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론 |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만들어줄 잔이기 때문이에요.


'막걸리'라고 하면 다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막걸리가 있으실 거예요. 지평이나 장수막걸리처럼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막걸리겠지요. 하지만 이외에도 물을 많이 첨가하지 않아 향과 맛이 진한 막걸리, 치이익 탄산이 차오르는 막걸리도 있답니다. 사실 막걸리의 특징은 너무도 뚜렷하고 종류도 많답니다. 각기 다른 술들을 아무 잔에 따라 마실 수 없죠. 각각의 술들을 가장 맛있게 담아줄 잔이 필요했어요.



막걸리 잔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혜정 | 우선 각 막걸리의 차이점을 말씀드리기 위해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막걸리를 작가님들과 함께 마셔봤어요. 이 과정에서 막걸리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 공감받을 수 있었죠.


3D 프린터로 구현해 낸 잔의 원형 모습. 각 잔별로 주요 포인트가 기재되어 있다.

아론 | 그 다음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만들고자 하는 잔과 같은 크기, 모양을 구현했어요. 단순히 머릿속으로 구상한 기획을 스케치로만 설명드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막걸리만을 위한 잔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각 잔별로 뚜렷하게 갖는 다른 형태를 직접 보여드려야 했죠. 실물을 보며 이야기하니 물레로 구현이 되는 작업과 되지 않은 작업을 조율하는 소통이 훨씬 용이해졌어요.





막걸리 전용잔을 현실적으로 구현해주실 작가님을 찾는 과정은 어땠나요? 


혜정 | 사실 작가님들께 '우리가 원하는 잔은 이거에요. 이렇게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안이에요. 당신들 고유의 작업 방식과 스타일을 오랜 시간 동안 고수해오셨고, 그 부분으로 인정 받으신 분들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결의 작업을 해오신 작가님들께 요청드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설령 운좋게 만난다고 해도 여러 가지로 고려할 부분이 많았어요. 초도 물량을 150잔으로 잡았는데, 이 수량은 물레 작업을 하시는 개인 작가님들에게는 굉장히 많은 물량이거든요. 잔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작업장의 규모와 불량률을 줄일 수 있는 작가님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했어요. 



가기공방 박기용 작가님

그런 점에서 박기용 작가님과 함께한 작업은 어땠나요? 


혜정 | 우선 작가님은 28년 경력의 베테랑 도예가시고요. 국내에는 한 번에 많은 잔을 구울 수 있는 규모의 가마가 많지 않은데, 큰 가마로 상당한 수량을 제작해본 경험도 있으셨습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작업이 진행될수록 이 콜라보가 완수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하게 주신 분이었어요.  

 


가기 공방 가마에서 구워지는 벌컥잔

작업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던 사례를 하나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혜정 | 잔의 형태를 물레로 잡은 다음 유약을 묻혀 가마에 굽는 과정을 예로 들어볼게요. 가마 안의 온도는 불길에 따라 제각기 달라진답니다. 온도는 유약의 녹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온도 조절을 섬세하게 해야 하죠.


작가님은 일반 가마보다도 온도 조절이 더욱 까다로운 가스 환원 가마를 사용하고 계세요. 그런데도 결과물을 균일하게창출해주셨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약 테스트만 3-4차에 걸쳐 진행할만큼 샘플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해주시며 안정성에 만전을 기해주셨어요. 


작가님의 오랜 경험은 가마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 외에도 물레 기술, 수축률 계산 등 잔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박작가님과의 콜라보 작업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각 잔의 특징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아론 | 음용성 좋은 막걸리는 넉넉한 양을 담을 수 있도록 크게 만들되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무게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향과 맛이 진한 막걸리의 경우 공기와 술이 맞닿도록 스월링해주면 향과 맛이 더욱 깊어져요. 스월링 하기 편하도록 바디 부분을 둥글게 제작했습니다. 그다음 입구 부분을 좁혀 술을 마시기 전, 향이 가장 풍부할 수 있게 신경썼죠.

마지막으로 탄산 막걸리 잔은 깊이감을 줘서 탄산이 잘 빠지지 않게 디자인했고, 손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두께감을 더 줬습니다.


전체 잔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각 잔별로 '띠'를 제작했다는 점이에요. 어떤 방식으로 잡든 손가락을 편하게 걸칠 수 있도록 신경썼어요.



잔 이름이 귀여워요. 킁킁, 벌컥, 홀짝. 이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아론 | 잔 이름은 사실 금방 지어졌어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이름이 나오자마자 만족스러웠죠. '왜 이렇게 쉬웠을까?' 생각해봤는데, 지나고보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제가 좋아하고 따르는 디자인 신조(?)가 있습니다. Form follows fuction.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의미에요. 술담화 탁주잔은 처음부터 세 종류의 막걸리에 딱 맞는 형태를 만들어 각 막걸리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잔 하단에는 술담화와 가기공방 로고가 새겨져 있다.

직접 빚은 잔이 지닌 가치는 무엇인가요?


혜정 | 일반적으로 '빚다'라고 표현하는 상품들은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을 필요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수공예품의 가치는 재료와 제작자, 손길의 흔적에 축적된 시간, 그리고 사물의 쓰임을 연결시켜주는 데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매개체라는 측면에서 수공예품 잔은 술과도 닮았어요. 술잔이 오고가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죠. 


실제로, 술과 잔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잖아요. 술에 담긴 가치를 보여주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잔이라고 생각해요. 다채로운 술자리를 잔을 통해서도 충분히 구성할 수 있으니까요. 



이 잔을 사용하는 술담화 고객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 마디를 끝으로 대화를 마무리 할까요?


혜정 | 우리는 보통 무엇인가를 잘 갖추기 위해서는 큰 힘과 많은 돈이 든다고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의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 잔을 빌어 전달하고 싶어요. 


아론 | 벌컥 킁킁 홀짝이를 처음 받아보신 시점부터 사용하는 순간순간의 경험들이 만족스러우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습니다. 벌킁흥과 함께하는 술담화 고객 분들의 경험이 더욱 풍족해지길 바랍니다.  




벌컥, 홀짝, 킁킁이의 상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에서 확인해보세요. 

프로젝트의 자세한 기획 내용을 보려면 여기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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