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끝났습니다.
늘 그렇듯, 시험이 끝난 순간 교실 밖으로 걸어 나오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허탈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한꺼번에 얽혀 있었겠지요.
누군가는 "끝났다"는 해방감에 깊은 숨을 내쉬었을 테고,
누군가는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내려앉는 실망감을 감당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대했던 문제에서 막혀 버린 순간,
알았던 것을 갑자기 떠올리지 못한 순간,
평소와 다르게 심장이 더 빠르게 뛰던 그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오늘 하루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느끼는 이 마음은 결과가 아니라 ‘긴장을 버텨낸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쌓아온 노력은
오늘 몇 시간 안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버텨온 시간은 누구보다 단단했고,
그 성실함과 인내는 어떤 점수로도 다 표현될 수 없으니까요.
오늘은 스스로에게 조금 너그러워져도 괜찮습니다.
혹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반응이 아닙니다.
몸은 이미 최선을 다했고, 마음은 이제야 그 사실을 따라잡은 것뿐이니까요.
부디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를 평가하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정답을 맞췄는지, 실수했는지,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날이 아니에요.
오늘은 ‘정리하는 날’도, ‘판단하는 날’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 숨을 돌리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손에 남아 있는 긴장을 천천히 풀어주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창문을 조금 열고 바람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주 조금은 제자리를 찾아갈 겁니다.
당신의 오늘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 가벼울 거예요.
지금의 마음이 어떤 모습이든
그 모든 감정은 당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사실만, 이 밤에 조용히 남겨두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