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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16. 2023

굶주린 하이에나

감정 언어 [거슬리다]

사전적 의미: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상하다


“제발, 나 좀 그냥 잠시만 내버려 둬.”

뭐 때문인지, 희생양을 찾아 헤매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신경이 곤두서는 때가 있다. 곤두서는 신경과는 달리 몸은 비 오는 날 걷지 않은 빨래처럼 축축 처지는 때가… 암묵적으로 이유를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라면 매 달 겪게 되는 호르몬의 변화는 감정의 컨트롤 타워를 붕괴시킨다. 평소 같았으면 화내지 않았을 일에 날카로움과 빈정거리는 말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낄 때면 어김없이 그때가 찾아왔음을 알게 된다. 이럴 땐 말수를 줄이고 행동으로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게 후회할 일을 덜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쓸데없는 감정 소비는 이상하게 가까운 가족에게로 향할 때가 많다. 가장 가까이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거침없는 쓴소리가 나간다. 돌아서면 꼭 후회할 텐데 왜 그 당시엔 화를 참지 못하는지, 결국 난 호르몬의 노예가 되고 만다.


어느 날 한 예능 프로에 정재승 박사가 나와서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살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에게 가장 많이 화를 내는데 그 이유는 “나를 생각하는 뇌가 나와 가까운 관계일수록 나와 가깝게 저장되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나와 한 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사랑해서 통제가 안되면 불같이 화가 나는 거예요. “라고. 나 역시 이 논리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의 뇌도 이런 걸까? 가족을 나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거침없이 무례하게 굴 수 있었던 건가? 그러면 안 되잖아.‘ 다시 반성의 굴레가 시작된다. 나와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왜 자꾸 잊게 되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에게 잊지 말자 했던 것이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자’는 것이었다. 비록 내 배 아파 내 뱃속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나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닌 새 인생을 부여받은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하는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 다짐을 자주 잊는 나는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 쓴소리를 퍼붓고 난 후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마음을 조절 못해서 그랬다고 사과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나의 아이는 사과를 받아주고 안아준다. 누가 어른인지…


정말 신기한 건, 이 질풍노도의 감정변화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나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떠한 일에 몰두할 일이 없어서 한가한 나의 뇌가 호르몬에만 집중해서 이런 건지, 약을 먹어야 하는 건지, 이 시기가 찾아오면 오만 생각에 사로 잡힌다.

바뀔 수 있다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이 무료함과 예민함을 쏟아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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