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화 1993년 닭의 눈물
01. 1993년생 닭의 눈물
1993년 4월, 어느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나는 엄마 배에서 “꼬끼오”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93년생 닭띠이다. 2021년 기준으로 93년생들은 나와 같은 29살이다. 우리는 아홉수를 달리고 있고 아무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는다. 자신의 키를 바로 잡아 항해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29살 제일 불안한 나이가 아닐까 싶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30살이라면 그냥 ‘아저씨’였다. 말 그대로 다 큰 어른이었다. 하지만 곧 30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30살은 겉모습만 어른일 뿐 어른이 아니다. 30살도 아직 엄마의 품이 그리운 아이일 뿐이다. 곧 30살이 된다고 하니 닭의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당분간은 치킨을 안 먹어야겠다. “여기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요.”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닭띠라도 치킨은 먹어야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이 찾아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서 욕도 먹고 돈도 벌고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통’이라 말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 더 큰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성장통 없이 크면 안 될까? 성장통을 두 번 겪다간 치킨이 될 것만 같다.
2019년 영국 여행 도중 기차 안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 어느 영국인이 기차에서 “헤이, 치킨 치킨”이라고 한 적이 있다. “아니, 내가 닭띠인걸 어떻게 알았지?”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너무 팩폭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영어로 치킨이란 ‘겁쟁이’를 뜻한다.
우리 93년생 닭띠들은 모두 겁쟁이일까? 절대 그렇진 않다. 우리는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당당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00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 “어, 그래? 이제 나가” 이렇게 대답이 돌아올지언정 말이다. 사실 나는 회사에서 “죄송합니다” 머신이었다. 말 그대로 치킨답게 행동을 했다. 그렇게 속앓이를 하다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다른 93년생 닭띠들이 나의 자존심을 지켜줬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쌈닭이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면서 울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울었던 경험이 있다. 그건 닭의 눈물이었다. 억울한 상황에 대해 참아야만 했던 닭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때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속사포 랩으로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나오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사무실에서 웃어야 했다. 그때 그냥 참지 말고 다른 회사를 알아봤어야 했다. 오기가 생겨 버티다가 결국엔 스트레스성 위염, 식도염 다 얻고 아직까지 몸에 양배추즙을 들이붓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스트레스로 인해 위염이나 식도염으로 한 번쯤은 고생해봤을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이 소용없을 때 양배추즙을 마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우리 93년생 닭띠들 조금만 더 힘내자. 닭의 눈물이 아닌 닭의 울음으로 세상을 깨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