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제주도 한달살이 시작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거의 1년 만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현재 나는 제주도에 와있다. 여기에 터를 잡은 건 아니다. 잠시 한달살이 중이다. 벌써 이곳에 온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바쁘게 흘러간 것 같다. 제주도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바닷가 앞에서 멍 때리기, 맛집 여행 등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없다.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는 조천에 위치한 제주 스위스마을인데 이곳은 정말 조용한 곳이다. 아침에는 알람 소리가 아닌 새소리에 잠에서 깬다. 정말 이보다 평화로울 수가 없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질 않는다. 거리도 어둡고, 밖에 나가도 할 게 정말 없다. 대부분 카페나 식당은 11시 오픈 6시 퇴근. 수요일과 목요일 휴무인 곳이 정말 많다. 속세에 벗어나 자신을 더 중요시하는 삶을 선택한 것 같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자.
이곳 사람들은 전부 여유가 있어 보인다. 급하지도 않고, 서울에서 보던 삶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행객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이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특히나 제주공항에 가면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지만, 돌아가는 사람들은 웃음기가 사라져 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제주살이가 왜 좋은가 생각해봤는데 모든 여행이 즐거운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돈을 쓰는 것'. '돈을 쓰는 것'과 '버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남의 돈을 벌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쓰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다. 우리의 여행이 모두 즐거운 이유는 돈을 쓰며 놀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의 여행이 즐거운 이유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다시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이곳 제주에 온 것이다. 인생에 쉼표는 필요한 존재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정신없이 바쁜 삶을 떠나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잠시 쉰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늘 그래 왔듯이 '내일'이 존재한다고 오늘 하루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에게 '내일'은 당연한 것이 아닌 기적이다. 갑자기 자다가 눈을 못 뜰 수도 있는 것이고, 아무도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보내야 한다. 우리에게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