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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Dec 13. 2023

작은 말에도 마음이 담겨 있다

부모가 무심코 하는 말이 아이의 태도가 된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모든 말은 아이의 정서와 태도가 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책 읽어라!"는 지시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웃으면서 책을 봤던 경험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앞서면, 함께 뒹굴며 책과 놀기를 건너뛰고 빨리 읽으라고 채근하면서 책을 처음부터 싫게 만든다. 


"너 책 읽으면 독후감도 써!" 


부모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잘 들여다 보면 책읽기에 흥미를 붙이는 초기 단계에서는 독이 된다. 아이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부담스러운 독후감이 책읽기와 자꾸 연결된다면? 책읽기를 생각하면 저절로 싫어하는 독후감이 연상되어 책읽기가 더 꺼려진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 마음은 안다. 아이가 책도 잘 읽고, 글쓰기도 똑부러지게 하면 좋으니까. 그러나 참아야 한다. 책읽기의 흥미를 만드는 단계에서는 욕심을 두어발 뒤로 물려야 좋다. "책을 집중해서 읽으면 독후감은 쓰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오히려 처음 책읽기에 몰입하게 할 수 있다. 몰입해서 읽어 본 그 책이 재밌다고 생각돼야 다음 책도 기대하게 된다. 부모 마음은 자녀에게 늘 좋은 것을 주고 싶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처음에 긍정 마인드가 생기게 하려면 늦어지는 길이 더 좋을 수 있다. 아이 마음에 책읽기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만 즐거움을 더 추구하고픈 중독의 원리가 작동한다. 


나는 주사를 정말로 많이 무서워해서 불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건소에서 학교출동하신 간호사님들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예방 접종을 받았다. 주사가 얼마나 무서웠던 지 나는 몰래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와 화장실에 숨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주사를 맞는 것보다는 덜 공포스러웠다. 아이들 예방 접종이나 병원가는 일은 남편에게 미루려고 애써야 했다. 아이들에게 '그 무서운' 주사를 놓는 생각만으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내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주사를 잘 맞았다. 


실제로 주사를 맞고 나면 아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99%가 상상과 마음일 뿐이다. 아직도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시간엔 안절부절 못하는 어린아이가 된다. 아이는 더 낳을 수 있어도 주사는 피하고 싶었다. 


'나는 왜 이리 주사에 호들갑일까?' 


이런 질문을 하며 어릴 시절을 뒤적여 봤다. 바쁜 농사일에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늘 발을 동동거릴 정도로 바쁘셨다. 뭔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면, 행동을 부추길 목적으로 "저기 침쟁이 아저씨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 우리는 울던 울음을 뚝 그치거나, 반대로 두려움이 통제가 안되어 더 목놓아 울었다. 침이나 주사가 뭔지도 모르지만 엄청 무서운 것으로 뇌리에 박혔다.


지금처럼 장난감으로 살살 홀리다가 순식간에 주사를 놓고 너무 잘 했다고 칭찬하며 사탕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면 나도 지금처럼 비이성적으로 주사를 무서워하는 어른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요즘도 주사를 맞으려면 망설이다가 "간호사님, 저 주사 무서워 하거든요. 엉덩이를 탁 치시면서 놔주세요. 흐아아아..." 이러는 내가 부담스럽다.  


밥 먹는 시간을 좋아하고 잘 먹는 아이가 있다. 반면 늦게 먹고 편식하고 먹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한 가족 안에 두 성향이 함께 있기도 하다. 쌍동이도 반대로 태어나니까. 이럴 때 엄마는 "자, 누가 누가 빨리 먹나 시합해 보자! 지원이가 빨리 먹나 성원이가 빨리 먹나!" 그러나, 엄마의 이 말은 늘 빨리 먹는 지원이에게는 힘을 내게 하지만, 원래 늦게 먹던 성원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기분이 상한 성원이는 이날 평상시보다 더 늦게 먹어 더 많은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작은 말과 반응이 모여 아이의 정서와 태도가 된다. 직업상 계속 아이들과 만나고 놀고 대화하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읽는다. 아이의 표정을 연속해서 관찰하다가 엄마와 상담을 하면 어떤 말에서 아이 표정이 생기는지 유추될 때가 많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지만, 엄마와 생각과 성향이 다른 아이일수록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아이의 표정과 정서는 주로 친하거나 중요한 사람의 영향권에 놓인다. 부모나 형제, 친한 친구는 아이의 표정과 정서에 밀접하다. 또, 학교 선생님처럼 중요한 사람도 아이 마음을 행복하게도 힘들게도 하는 사람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기분이 좋아야 동기부여도 잘된다. 즐거우면 과정부터 즐거우니 더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결과까지 좋다. 물론, 명령으로도, 비교와 경쟁으로도 좋은 결과를(혹은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마음이 성인이 된 이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든 부모가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린애들은 놀아야 한다."고 말을 왜 많은 전문가들이 빼놓지 않고 말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 부모와 나눴던 대화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라는 아가들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야하며, 채근보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며 믿어주는 말을 많이 해야 함을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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