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다는 증거

브런치 x 저작권 위원회 공모전 출품작

by 애런하우스


처음엔 그냥 좋았어요.

누가 내 글을 본다는 것,

누가 내 그림을 따라 그린다는 것.

세상에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눈물 날 만큼 고마웠죠.


그러다 점점

이름이 지워졌고

대신 누군가의 이름이 남았죠.


`그런 건 흔해요.`

'아이디어는 다 비슷하잖아요.'

말은 그렇게 흐려졌고

내가 만든 건 나만 알게 되었어요.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고

말하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되죠.


시간이 흘러,

내 손에 남은 건

수많은 밤과

그림자뿐이었어요.


사람들은 좋아했지만

그게 나였다는 걸 아무도 몰랐고

이제는 나도

그게 나였다는 걸

확신하지 못해요.


어쩌면 잊히는 건 괜찮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워지는 건

너무 오래, 너무 깊게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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