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화 '부채와 나막신'에는 각각 부채와 나막신장사를 하는 두 아들과 그들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비가 오는 날엔 큰 아들의 부채가 팔리지 않고 해가 쨍한 날에는 둘째 아들의 나막신이 팔리지 않아 늘 근심이 가득한 어머니의 마음. 날이 더워지자 부채 값이 오르니 큰 아들은 기뻐하고 작은 아들은 재고로 방 안 가득 쌓인 나막신을 보며 한숨 쉰다.
2021년 여름은 어떠한가. 물론 에어컨 가격이 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와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그것"의 가격이 오른다. 바로 명품 시계의 가격이다. 여름이 다가오니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는 더욱 활기를 띤다. 겉옷을 입지 않고 소매가 짧은 상의를 입는 여름이 되면 손목에 채워진 반짝거리는 고가의 명품 시계의 중고거래 가격이 다른 계절과 다르게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계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현상에 한숨 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백만 원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시계는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니, 왜 고가의 명품 시계를 중고 거래하나요? 정식 매장에서 구입하세요!"라고 한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계 초보자! '시린이'( 시계+어린이의 합성한 신조어)로 판명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아는 고가의 명품시계의 대표 브랜드는 롤렉스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금지되자 해외에서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롤렉스 시계의 수요가 국내로 몰리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롤렉스 매장에서는 공기만 판다.'는 말이 돌 정도이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말이다. 그로 인해 백화점과 같은 국내 정식 매장에서 시계를 구입하는 일은 엄청난 큰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백화점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 입장 순위를 선점하는 '오픈런'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심지어 오픈런을 한다 해도 당일 입장을 확신할 수 없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렇게 매장에 들어가는 일조차 어려운데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평일에 휴가를 내지 않는 한 백화점에 갈 수 없는 직장인들은 이런 현상에 좌절하고, 결국 차선책으로 중고거래를 시도하는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하기에는 억울한 면이 많지만 롤렉스 시계를 소유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상은 아주 많지만, 이렇듯 고가 명품의 시장 변화가 아주 눈에 띄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리도 명품 시장의 세계에 대해 잘 아는 것일까? 코로나 19로 눌러왔던 소비욕구를 분출시키고자 백화점에 갔다가 목격한 현실에 좌절하며 깨달은 것이라고 고백한다면 나 역시 중고거래 시계의 가격 폭등에 한 몫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가슴 한 켠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