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에 관한 웃기고 슬픈 고찰
어느 날 문득 '그' 가방이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이의 앞자리가 4자가 되고 나니 누구나 다 들고 다니는 그저 그런 가방이 아닌 명품 가방의 꼭대기를 선점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바로 그 브랜드의 그 가방이 갖고 싶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후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가끔 그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나오는 엄마들을 보면서 속으로 '우와, 저 가방을 갖고 있네.' 하며 놀라기도 했다.
'나도 저 가방이 갖고 싶다!'
상품에 대한 소유욕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가방의 가격을 검색했고 만기가 다가오는 적금의 금액을 확인했다. 얼마짜리 가방을 어느 매장에서 살 것인가 결정한 후 백화점 포인트는 얼마인가 등등을 계산했다. 가방을 구입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고가의 명품 가방을 정말 내가 사도 될까? 아니야, 나도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이런 가방 한 개쯤은 사도 되지 않을까. 별의별 생각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나는 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고 주차를 한 후 매장으로 향했다. 나는 가방에 대해 문의했고 직원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객님, 죄송하지만 현재 판매할 수 있는 가방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결국 나는 그곳을 나와 집 근처 다른 백화점을 두 군데나 더 방문하였고 추가로 브랜드 매장의 로드샵까지 들렀지만 돌아오는 직원의 답변은 매번 똑같았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판매할 수 있는 가방이 없다니! 오직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가방만을 구입할 수 있다는데 그곳에 자리한 가방들은 애매한 디자인의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컬러의 가방들 뿐이었다. 즉, 내가 원하는 '주류'의 인기 가방들은 현재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오기가 생긴 나는 명품 가방에 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 그곳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 돈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구나. 내가 가진 구매에 대한 노력은 정말 보잘것없이 미약했구나. 웃기지만 사실이었다. 거기서 나누는 의견들은 매우 '진지'했고, 정말 모두가 자신들이 바라는 상품을 구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 한낱 가방 주제에 감히 내가 사려고 하는데 없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경솔하고 오만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얻은 정보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실적'의 존재였다. 보통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입 과정은 이러하다.
1. 매장에 간다. 2. 구매하고자 하는 가방에 대해 문의한다. 3. 가방을 구경한다. 4. 구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한다. 5.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 구입한다.
하지만 내가 사고자 했던 그 브랜드의 판매 방식은 실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즉, 내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비인기 제품, 고가의 액세서리나 의류, 시계들을 구매하면서 '실적'을 쌓아야 하며 그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의 실적을 쌓아야 하는가. 얼마의 돈을 써야 가방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실적 금액'이다. 매장마다 셀러마다 다르다고 했다. 3천만 원을 쓰고 겨우 가방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부터 통 크게 1장을 쓰고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의 가방을 쉽게 구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나는 그 가방을 구매하기 위한 총알도 겨우 준비했는데, 그것을 구매하기 위한 '실적용 총알'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가방 구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그 명품 온라인 카페에는 '그' 가방을 '품었다'는 자랑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글마다 첨부된 사이즈도 컬러도 제각각인 가방 사진들을 보면서 결국 매장에는 판매할 가방이 없는 게 아니라 '나에게' 판매할 가방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에 혹시라도 매장에 가게 된다면 직접적으로 묻고 싶다.
"셀러님, 혹시 오늘은 미천한 저에게 판매할 수 있는 가방님이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