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볼 수 있는 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는 힘

by Bloomlink

사람들은 늘 눈에 보이는 것만 이야기한다.
성과와 숫자, 눈앞의 결과와 가시적인 증거들.
세상은 언제나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을 기준 삼는다.
그러나 믿음의 눈은 다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손길을 보는 힘이다.

나는 살아오며 자주 뒤늦게 깨닫곤 했다.
그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분명히 하나님이 설계하신 흔적이 있었다.
길이 끊긴 것 같았던 순간도 사실은 새로운 길이 열리기 위한 준비였다.
사람들과의 작은 만남조차, 훗날 큰 그림 속에 들어가는 조각이 되곤 했다.

한 번은 우연처럼 스쳐간 만남이 있었다.
퇴근길 커피숍에서 잠깐 마주한 사람과 나눈 대화였다.
그때는 단순한 인사에 불과했지만, 몇 년 뒤 그 사람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통로가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 하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길을 준비하고 계셨구나.”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도, 하나님의 손길은 내 삶을 직조하듯 엮어 가고 있었다.

다른 때는 철저히 실패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밤새워 준비한 발표가 허무하게 끝나고, 그 결과로 관계까지 끊어졌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무너졌고, 집에 돌아와 기도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나님,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합니까?”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그 실패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자만심 속에 살았을 것이다.
그 무너짐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결국 더 깊은 자리로 들어가게 한 하나님의 역사였다.

성경도 이런 장면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앞에 섰을 때, 사람들은 눈앞의 바다와 뒤쫓아오는 군대만 보았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지팡이를 들었고, 그때 바다가 갈라졌다.
사람이 보기에는 절망이었지만, 하나님은 그 절망을 통로로 바꾸셨다.

엘리사의 종도 마찬가지였다.
아람 군대가 성을 포위했을 때, 그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엘리사가 기도하자 그의 눈이 열려 불말과 불병거, 하나님의 군대가 그들을 지키고 있음을 보았다.
세상은 적군만 보았지만, 믿음은 이미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 영적인 세계를 본 것이다.

요셉의 삶은 더 극적이다.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구덩이에 던져지고, 노예로 팔리고,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그 길은 결국 애굽의 총리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자리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보기엔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였다.

룻의 삶도 그렇다.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와 함께 낯선 땅으로 들어간 선택은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순종은 다윗 왕, 그리고 메시아의 계보로 이어졌다.
작은 선택이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갔다.

모세가 광야에서 보았던 불타는 떨기나무도 기억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한 장면이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었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저 이상한 현상일 뿐이었겠지만, 믿음의 눈은 그 안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엠마오의 제자들.
길을 걸으며 함께하셨던 주님을, 떡을 떼는 순간에야 눈이 열려 알아보았다.
믿음의 눈은 이렇게, 일상 속에 숨어 계신 주님의 임재를 알아보는 힘이다.

내 삶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원치 않게 직장을 떠나야 했을 때, 나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눈앞은 막막했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그 시간은 하나님이 나를 다시 붙드신 때였음을 알았다.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준비였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순간도 기억난다.
그날따라 창밖의 나무와 하늘빛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풍경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이 일어난다.
“하나님이 여전히 세상을 다스리고 계신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평안이 스며들었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겠지만, 믿음의 눈은 그 안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보았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하고, 작은 물줄기처럼 스며들기도 한다.
폭포는 눈을 압도하지만, 물줄기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생명의 샘을 터뜨린다.
때로는 씨앗처럼 작게 심기기도 한다. 땅에 묻힌 씨앗은 한동안 아무 변화도 없는 듯 보이지만, 어느 날 싹을 틔워 거목이 된다.
별빛처럼 멀리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하지만, 어두운 밤길을 인도하는 힘이 된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그렇게 크고 작게, 드러나고 숨겨진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간다.

그래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는 눈은 곧 감사의 눈이다.
불평과 원망은 보이는 것에만 매달릴 때 생기지만,
감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하나님이 이미 일하고 계심을 신뢰할 때 흘러나온다.
감사는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고, 현재를 붙들며, 미래를 확신하는 믿음의 언어다.

나는 여전히 작은 사람이고 자주 흔들린다.
때로는 두려움에 갇혀 하나님의 손길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날마다 기도한다.
오늘도 내 눈이 세상만 보지 않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볼 수 있기를.
눈앞의 어려움보다 더 크신 주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믿음은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먼저 보는 눈이다.
나는 그 눈을 가진 자로 살고 싶다.
그것이 믿음이고, 그것이 내가 오늘 붙들어야 할 삶의 자세다.